도요타의 장점은 눈에 띄는 단점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을 주로 겨냥하는 만큼 보편적이면서 편안함을 강조한다. 잔고장이 없는 내구성도 도요타의 장점이다. 도요타 RAV4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특징을 찾기는 어렵지만 흠잡을 부분도 찾기 힘들다. 더구나 완성도는 전반적으로 향상됐으니 만족감은 높다.

도요타는 이 차를 '크로스오버'의 원조라지만 진짜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기아 스포티지다. SUV도 아니고 세단도 아닌 스포티지가 미국서 인기를 끌면서 도요타가 그와 비슷한 사이즈, 같은 콘셉트의 '크로스오버' 자동차를 내놨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이 차가 '크로스오버'라는 세그먼트의 원조가 됐다. 

‘차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인생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국내에 출시된 신형 RAV4. 과연 차만으로 인생까지 재미있어질 수 있는지 조금은 삐딱한 호기심을 안고 시승해봤다.

◆ 한층 젊어진 디자인과 넓어진 실내

이전 3세대 RAV4에 비해 신형 RAV4는 날렵한 엣지 라인과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헤드램프로 이어지는 프론트 라인, 뒤로 갈수록 날렵하게 잘 빠진 루프 라인, 1인치 커진 18인치 알로이휠 등으로 한층 젊어진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세대가 바뀌면 차체가 조금씩 커지는 추세지만, RAV4의 차체는 이전보다 오히려 작아졌다. 길이는 50mm(4570mm), 너비는 10mm(1845mm), 높이는 40mm(1705mm)가 작다. 전체적으로 작아지고, 휠베이스도 이전 모델과 같은데도 실내에 들어서면 어쩐지 내부는 넓어진 기분이 든다. 시트 구조와 대시보드 등 인테리어를 변경하면서 얻어낸 공간 덕이다. 2열 시트는 무릎 공간이 넓고 편안해졌으며 트렁크 공간도 더 많이 확보했다.

또 테일게이트는 버튼 또는 무선 리모트키로 전동개폐가 가능해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릴 때 유용하고 개방 높이도 저장할 수 있어 키가 작은 사람이 문을 여닫을때는 물론 천장이 낮은 차고에서 사용하는 것도 고려됐다.

타이어 공기압 체크장치(TPMS)도 장착됐고 옆 차선이나 사각지대에 차량이 접근하면 감지 센서가 작동해 양쪽 사이드 미러에 경고등을 깜박이는 기능도 갖췄다. 패밀리 SUV를 표방하면서도 운전석 시트에만 전동시트가 적용된 것은 아쉽다. 

뒷좌석에 별도 에어컨 송풍구는 없지만, 센터페시아의 넓은 송풍구를 통해 충분한 공기가 다다랐다. 

◆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성능, "무난하다"

시승코스는 서울 서초동에서 출발해 태안반도까지 왕복 400km의 온·오프로드 코스로 구성됐다.

신형 RAV4는 2.5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은 179마력, 최대토크는 23.8kg·m의 무난한 성능을 발휘한다.

실내 정숙성은 꽤 좋았다.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은 물론 타이어와 차 하부에서 전해지는 소리도 잘 차단된 느낌이었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와 노멀, 스포트로 선택할 수 있다. 에코 모드는 부드러운 운전을 할 수 있는 대신 가속페달과 엔진 반응이 다소 느려져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출퇴근시 막히는 시내에서는 꽤 유용할 것 같다. 에코모드 덕분인지 4륜구동 모델의 경우 공인연비가 리터당 10.2km로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약 5% 가량 향상됐다.

스포트 모드로 바꾸자 차는 이전에 비해 약간 단단하게 느껴지고 엔진과 변속기 반응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경쾌하게 차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전륜과 후륜 사이의 토크 전달을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제어하는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을 통해서 안정적인 핸들링도 가능하다.

요즘 국산차들과 달리 시야가 탁 트였고, 사이드 미러도 넓직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400km를 주행했지만 비교적 편안하고 안정감 있어 피로감도 적었다.

신형 RAV4는 경쟁상대가 만만치 않다. 성능과 성격이 비슷한 혼다 CR-V가 있고,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주행성능이 약간 앞서는 폭스바겐 티구안이나 BMW X1, 국산차로는 기아 스포티지나 현대 투싼, 가격대로 보면 싼타페나 쏘렌토 같은 쟁쟁한 상대들과 모두 경쟁해야 한다. 특출난 장점을 찾기 힘든 반면 무난함을 무기로 삼는 이 차가 이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이전 RAV4의 아쉬웠던 디자인이 이번 세대에서 큰 폭으로 향상 된 것은 분명하지만, 파워트레인까지 완벽하게 바뀐 것은 아니다. 캐치프레이즈는 '인생이 재미있어진다'고 했지만, 주행감각으로 보면 경쟁모델 중 가장 재미없는 차다.

다만 앞으로 10년간은 막히는 도심에서 출퇴근을 하고 주말마다 짐을 가득 싣고 캠핑장까지 여행을 다녀와도 큰 무리 없을 것은 분명해 보였다. 어마어마한 내구성으로 인해 보유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게 바로 도요타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무난함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서 '원조 크로스오버'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김진아 객원기자 〈탑라이더 jina_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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