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3시리즈에서 탄탄한 주행질감이나 짜릿함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파생모델이 더욱 다양해지고 불특정 다수를 위한 대중차로 자리매김해가면서 성격이 점점 나긋나긋해지고 있어서다.

3시리즈에 새롭게 추가된 그란 투리스모(GT)는 나긋나긋함의 극단. 가장 3시리즈답지 않지만 가장 장점이 많은 차다. 운전하기는 편해졌고 실내공간은 더욱 넓어졌다. 여기에 실용성까지 더해졌으니 기본기는 괴물 수준이다. 

▲ BMW 3시리즈 GT

하지만 실용성과 편한 승차감을 위해 희생한 것도 있다. 3시리즈 GT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시승한 모델은 320d GT 럭셔리 트림으로 가격은 6050만원이다.

◆ 거부감이 들지 않는 디자인, 세단과 큰 차이 없어

이 차의 형 뻘인 5시리즈 GT는 무척이나 뚱뚱해 보였다. 또 가뜩이나 거대한 5시리즈의 전고를 높이고 지붕을 트렁크까지 완만하게 이었기 때문에 전혀 BMW답지 않은 느낌이었다. 

▲ 5시리즈와 5시리즈 GT에서 느껴졌던 이질감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3시리즈 GT의 레이아웃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5시리즈에 비해 차체가 작고 전고도 크게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함이 덜 하다. 전고가 60mm 높아졌지만 길이나 너비 등 전제적인 크기가 커졌기 때문에 비례도 얼추 맞는다.

길이나 휠베이스는 5시리즈에 근접했다. 3시리즈 세단에 비해 휠베이스는 무려 110mm나 늘었으니 실내 공간은 무척 여유로워졌다.

▲ 매우 매끈하게 다듬은 루프 라인은 인상적이다. 이처럼 외관 곳곳에서는 쿠페의 멋을 느낄 수 있다.

3시리즈 세단의 앞모습을 고수해 친숙함도 느껴진다. 5시리즈 GT는 아무리 봐도 어정쩡한데 3시리즈 GT는 날카롭고 꽉 짜인 느낌이다. BMW 브랜드 이미지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쿠페의 멋을 강조한 프레임리스 도어, 앞바퀴 뒤쪽 팬더에 위치한 공기흡입구, BMW 최초로 적용된 액티브 스포일러 등 시선을 끄는 요소도 많다.

▲ 외관 디자인에서 친숙함이 느껴져 GT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도 거부감이 없겠다.

어색함, 이질감 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들에겐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또 BMW 특유의 날렵함이 살아있고 화려한 요소도 적지 않아 티내기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겐 안성맞춤이다.

외관 디자인을 살펴봤을 땐 실보다 득이 더 많은 것 같다.

◆ 더욱 넉넉해진 실내 공간과 뛰어난 실용성

3시리즈 GT는 ‘장거리용 3시리즈’로 해석될 수 있겠다. 실내 공간이나 실용성은 이 차의 핵심이다. 부드러운 가죽과 푹신한 쿠션의 시트, 세단에 비해 조금 더 트인 시야, 대형차 부럽지 않은 뒷좌석 공간, 활짝 열리는 테일게이트 등 실내에는 이 차만의 장점이 꼭꼭 숨어있다.

▲ 이 차의 핵심은 실내공간의 활용성이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실내 디자인은 그대로다. 하지만 일부 소재들이 더욱 고급스러운 것으로 개선됐다. 디자인 차별화는 없지만 공간 활용성, 실용성에서는 3시리즈 세단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뒷좌석 열선, 다코타 가죽,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 등 편의사양도 추가됐다.

▲ 뒷좌석 공간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 머리공간의 부족함이 없는 것도 인상적이다.

뒷좌석 공간은 5시리즈를 위협할 정도로 넓어졌다. 천장을 비스듬하게 낮췄지만 머리공간은 여유롭다. 무릎공간은 3시리즈 세단에 비해 72mm 넓어졌다. 높게 솟은 센터터널은 아쉽지만 다리를 편하게 꼬거나 펼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트렁크 공간. 버튼 조작으로 쉽게 여닫을 수 있는 테일게이트. SUV와 별반 차이없는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SUV나 왜건처럼 테일게이트가 높게 열려 큰 짐도 쉽게 넣을 수 있다. 전동으로 조작되는 만큼 여성들도 쉽게 여닫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 아래 위치한 수납함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짐을 위로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세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짐이 많이 들어간다. 또 뒷좌석을 40:20:40으로 접을 수 있기 때문에 부피가 큰 짐도 수월하게 실을 수 있다.

실내 공간과 실용성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만하다.

◆ "부드럽게, 더욱 부드럽게", 높아진 전고에 따른 주행질감의 변화

3시리즈 세단에 비해 높이는 60mm, 시트포지션은 59mm 높아졌는데 주행감각은 완전히 달랐다. 신형 3시리즈 세단도 그렇지만 3시리즈 GT는 더 부드럽다. 변속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서스펜션은 부드럽기만 하다. 과거 3시리즈의 단단함이나 노면에 바싹 붙어 달리는 느낌은 없다.

▲ 단출해 보이지만 은근히 화려한 계기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BMW코리아가 준비한 시승코스는 약 12km 정도의 짧은 구간이었으나, 본의 아니게 고속도로에 진입해 약 30km의 구간을 달렸다. 또 시간이 촉박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마구 달렸다.

속도 올리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그냥 오른발에 살며시 힘을 가하기만 하면 된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쏜살 같이 달려가는데 조금씩 불안해진다. 스티어링휠도 계속 조타해야 하고 요철을 지날 때면 충격도 꽤 오래간다. 3시리즈 세단은 속도가 높아질수록 노면에 더 달라붙었는데 3시리즈 GT는 붕 뜬다.

▲ 운전자를 위한 공간. 전자식 8단 자동변속기와 주행모드 변경 시스템. 에코프로 모드도 활용이 가능하다.

고속안전성은 BMW답지 못하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 덕에 승차감은 훨씬 편안해졌다. 마치 우리나라를 겨냥하고 만든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스타일이다.

최근 유럽 브랜드는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을 선호한다. BMW를 대표하는 스포츠세단 3시리즈는 물론 3시리즈 GT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꽤나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여전히 밸런스는 훌륭하고 한계가 높다.

▲ 시속 110km에서 자동으로 펼쳐지는 액티브 리어스포일러.

BMW의 2.0리터 디젤 엔진은 국내 시장에서 너무나 유명하다. 1시리즈에서부터 5시리즈, SUV까지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시승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엔진 돌려쓰기’가 조금 지겹다. 그래도 검증된 엔진인건 확실하다. 하지만 3시리즈 GT가 고성능 장거리 차량을 표방하는 만큼 더 강력한 엔진이 장착되면 차의 성격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 까다로운 입맛의 소비자를 잡아라

BMW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3시리즈만 해도 11차종에 달한다. '3시리즈 투어링'(웨건)까지 내놓고 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역시 ‘세단 선호 사상’이 극심한 국내는 웨건형 모델이 넘기 힘든 벽이다.

▲ 타고 난 장점이 많은 3시리즈 GT.

3시리즈 GT의 성공가능성은 이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거주공간이나 실용성은 뛰어나면서도 디자인은 짐차로 보이지 않아서다. 짐을 싣는게 아니라 즐기는데 필요한 것들을 싣는 공간으로 보이고, 쿠페를 떠올리게 하는 라인도 숨겨져 있어 오히려 세단보다 멋지게 보인다. 더구나 주행성능과 연비도 우수해 국내 소비자들 입맛에 딱이다. BMW가 ‘새로운 혁신’이라고 말하는 3시리즈 GT가 국내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사뭇 기대된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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