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하나의 신차지만 유럽인들은 이 차를 넋 놓고 쳐다본다. 차를 한번, 운전자를 한번 힐끗거리는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세단이 자동차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3시리즈 투어링은 신형 3시리즈의 역동적인 디자인과 성능, 더욱 고급스러워진 실내와 편의성에 왜건이 갖는 다양한 실용성까지 갖췄으니 유럽인들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는다.

▲ BMW 330d 투어링 M스포츠

국내서도 수입차 시장을 중심으로 해치백과 왜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BMW코리아는 때마침 신형 3시리즈 투어링을 선보일 예정이다.

▲ 유럽에서 광고 중인 BMW 3시리즈 투어링.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신형 3시리즈 투어링을 미리 만나봤다. 시승한 차량은 신형 3시리즈 투어링 중 고성능 모델이자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330d 투어링이다.

◆ “왜건이 투박해?”…디자인 거부감조차 없다

외관 디자인에서 해치백과 왜건의 차이는 간단하다. 해치백은 세단의 뒤꽁무니를 싹둑 잘라낸 것이고 왜건은 세단 트렁크 공간 위를 평평하게 들어 올린 식이다. 그래서 왜건은 세단과 차체 크기는 비슷하지만 화물적재 공간이나 트렁크 입구가 넓기 때문에 부피가 큰 짐도 쉽게 집어넣을 수 있다.

▲ 왜건은 옆모습과 뒷모습이 생명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개 실용성이 극대화된 왜건은 투박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외관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국내서 외면을 받았다. 왜건과 멋 혹은 역동성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BMW는 교묘하게 물과 기름을 한데 모았다.

정확히 옆에서 보지 않는 이상 이 차가 왜건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세단의 늘씬함을 살렸다. 앞팬더에서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차를 길고 날렵하게 보이게 하고 차량 뒷부분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은 차가 늘씬하게 쭉 뻗은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 단단해 보이는 뒷모습. 세단의 디자인 특징이 왜건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더욱이 시승했던 330d 투어링은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돼 더욱 스포티함이 강조됐다. 앞범퍼, 사이드 스커트 등은 일반적인 3시리즈와 차별됐다. 또 M스포츠 휠은 매력적인 디자인을 뽐내고 그 안에 파란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이 차가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다만 뒷모습에서는 큰 차별화요소가 없어서 아쉽다.

▲ M스포츠 패키지에 적용되는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 차량 측면 센서와 카메라도 눈에 띈다.

실내는 신형 3시리즈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계기반에는 간략한 내비게이션 정보 및 각종 차량 정보가 표시되며 헤드업디스플레이도 더욱 다채로운 색깔로 업그레이드됐다. M스포츠 3스포크 스티어링휠이 적용됐고 전동시트도 더욱 세밀하게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실내 곳곳에 ‘M’ 엠블럼이 붙었다.

▲ M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을 뿐이지 신형 3시리즈 세단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 주행의 즐거움…“왜건도 어쨌든 3시리즈다”

330d 투어링에는 3.0리터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57.2kg·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6초에 불과하다.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탑재되고 M스포츠 패키지에는 패들시프트가 적용된 8단 스포츠 변속기가 장착됐다.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과 에코 프로 모드가 전차종에 탑재됐다.

BMW의 가장 큰 특징이나 장점을 뽑자면 제원 성능이 체감 성능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초기발진이 우수한 디젤 엔진이 장착된 258마력의 3시리즈는 그야말로 짜릿함 그 자체다.

▲ 왜건이라도 3시리즈는 3시리즈다.

독일 아우토반과 유럽 일대를 시승하는 동안 시승차에는 성인 4명과 그들의 캐리어가 자리를 꽉 채웠지만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언제나 움직임은 경쾌했고 날쌨다. 3시리즈를 해치백으로 만들던 왜건으로 만들던 BMW는 절대로 주행의 즐거움을 타협하지 않는다.

트렁크를 가득채운 짐과 승객을 떨어버리고 고속도로로 나왔을 때는 발목에 찬 모래주머니를 던져 벼린 기분이었다. 형태는 왜건이지만 3시리즈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은 여전했고 강력한 디젤 엔진에서 발휘되는 힘은 멈출 줄 몰랐다. 아우토반에서 시속 230km로 달리면서 여유롭게 음료수를 마실 정도로 안정성도 높았다.

▲ 시승을 함께 했던 짐.

또 차선이탈경고장치, 사각지대 경고등, 고속으로 주행시 앞차와 간격이 급격히 좁아지면 헤드업디스플레이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주는 등 안전 시스템도 충만하다. 측면 센서와 카메라도 장착돼서 어라운드뷰를 통해 주차도 간단히 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여유로움이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다가도 주행모드를 스포츠 혹은 스포츠+로 변경하면 롤링을 최소화시켜주면서 차를 꽉 잡아당긴다. 브레이크는 더욱 혹독하게 차를 몰아세운다. BMW 차량에 M스포츠 패키지가 장착되면 의외로 외관보다 주행 성능에서 장점이 더 많이 생긴다.

▲ 3.0리터 터보 디젤 엔진과 후륜구동은 찰떡궁합이다.

승차감도 부족함이 없다. 무거운 디젤 엔진이 장착됐지만 실내에서는 소음이나 진동을 거의 느끼기 힘들다. 스포츠 모드에서 엔진회전수를 극도로 높이지 않는 이상 뒷좌석 승객은 이 차의 엔진소리를 아예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독일 현지 모델이기 때문에 길이나 휠베이스가 국내 모델과 다를 수 있지만 뒷좌석 실내공간은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3시리즈 세단보다 넓었다. 또 뒷좌석은 햇빛가리개, 열선 시트, 송풍구, 다양한 수납공간 등으로 무장해 편의성도 높았다. 또 뒷좌석은 40:20:40으로 폴딩되며 트렁크는 버튼하나로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  국내 시장서 왜건이 성공할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시장은 해치백, 왜건, 쿠페 등의 무덤이었다. 국내에는 유독 튀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고 차를 과시 수단으로 생각하는 관점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 국내 시장에도 왜건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하지만 유행은 계속 바뀌고 자동차를 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동차가 생활의 일부로 크게 자리하면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더 이상 자동차가 허세 부리는 수단이 아닌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치백, 왜건 등이 국내 시장에 많이 선보여 지고 있다. 또 현대차마저 국내 시장에 왜건을 내놓았다.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왜건의 미래가 밝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형 3시리즈 투어링의 국내 출시는 매우 시기적절하고 새로운 유행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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