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BMW 3시리즈 운전자가 질문을 보내왔다. 주행 중 상대 버스 과실로 자신의 차량 펜더(차량 앞부분 철판) 부분에 접촉사고가 났는데, 주행중이었다는 이유로 5:5 과실 판정이 날 것 같다며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 경우 수입차 운전자는 아주 쉬운 해결 방법이 있다. 공식 수리센터에 입고하고 견적을 받아서 상대운전자에게 보여주면 된다. 실제 이 운전자는 그 방법을 이용해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게 됐다고 했다.

펜더를 받힌 운전자는 BMW 공식 수리센터에 가서 견적을 받았는데, 센터에서는 펜더, 범퍼, 사이드미러 등 부품을 교체해야 된다며 이들 부품 및 수리비와 렌트비 견적을 내놨다. 이 금액은 무려 400만원.

견적을 보여주자 상대 버스 운전자는 기겁을 했고, 정식 수리센터가 아닌 1급공업사에서 100만원에 수리하겠다는 조건을 달아 100% 자신의 버스운전사 과실인 것으로 사건을 꾸미기로 합의했다. 수입차 운전자 입장에선 다행이겠지만, 상대 운전자 입장에선 억울하게 느껴질 일이다.

어지간한 국산차 운전자들은 수입차와 사고가 나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 국산차 운전자는 지난해 2:8 정도의 피해 사고를 겪었지만 가해 차량이었던 아우디 s6 운전자가 공식 수리센터와 병원에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결국 100% 자신의 과실로 덮어 쓰기로 했다. 그게 비용이 오히려 쌌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 주변에 수없이 펼쳐진 현실이다. 22일 보험개발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접촉사고의 경우 수입차 정식 수리센터의 수리비는 최소한 국산차 수리비의 5배, 많게는 10배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비대칭 구조에서 사고가 나면 결국 국산차 운전자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수입차 수리비가 비현실적이라는건 수입차 공식 수리센터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보험사들은 수입차 수리 비용이 과도하다며, 청구하는 금액을 전부 내주지 않고 있는데, 이 때문에 수리센터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공임 등을 부풀려 청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로 인해 보험사와 수입차 딜러사간의 기묘한 채무관계도 날로 커지고 일부는 서로 소송전에 휘말려 있기도 하다.

도로에서의 사고는 나 혼자 발생하는 아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처럼 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질 수록 당장 내 보험료도 오르게 된다. 수입차 수리비가 나와 관계 없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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