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이 최근 국내에 선보인 인피니티 M37x에 장착된 사륜구동 시스템이 화제다. 닛산의 전설적 슈퍼카 ‘R32 스카이라인 GT-R’에 적용된 사륜구동 시스템 ‘아테사(ATTESA) E-TS’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 인피니티 M37x

90년대만 해도 사륜구동은 오프로드 SUV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거의 모든 양산 자동차 브랜드에서 사륜구동 세단이나 스포츠카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도 내년 신형 제네시스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하니 세계적인 추세인건 분명하다.

◆ "험로를 달리기 위한게 아닌, 스포츠카를 위한 사륜구동"

흔히 사륜구동은 눈길을 달리거나 험로를 달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같은 세단에서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스포츠 주행을 위한 것이다. 

닛산은 지난 1987년 사륜구동 시스템 아테사를 ‘RNU12 블루버드’에 처음 장착했다. 이어 ‘펄사 GTi-R’, ‘프리메라’ 등 스포츠 성격이 강조된 세단에 주로 적용했다.

아테사 시스템이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1989년이다. 새로운 ‘아테사 E-TS’가 장착된 ‘R32 스카이라인 GT-R’이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8분20초의 기록을 세우며 양산차 중 가장 빠른 차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 닛산 R32 스카이라인 GT-R

아테사 ET-S는 기존 사륜구동 시스템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후에 얼마나 힘이 전달되는지 알기 어려운 센터 디퍼렌셜 기어를 사용하는 대신 앞바퀴에 필요할 때 마다 가변적으로 구동력을 배분해주는 전자식 다판 클러치를 적용해 능동적인 앞뒤 구동배분이 가능하다.

이 방식은 평상시 뒷바퀴에 모든 구동력이 배분된다. 이로서 일반 사륜구동에 비해 연비가 우수할 뿐 아니라 후륜구동 특유의 날렵한 주행과 민첩한 핸들링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차체 자세 제어장치(VDC)와의 연계를 통해 슬립이 감지되면 전·후륜의 동력 배분을 최대 50:50까지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또 뒷바퀴 좌우의 미끄러짐 차이가 커지면 차동 제어장치(LSD)를 통해 미끄러지지 않는 바퀴 쪽에 힘을 전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인피니티에 따르면 아테사 E-TS의 반응시간은 0.001초에 불과할 정도로 민첩하게 동작한다.

아테사 ET-S는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에 비해 단순한 구조를 가져 동력손실이 최소화됐고 무게도 가볍다. 그래서 아테사 ET-S는 후륜구동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연료효율성을 보인다.

▲ 현행 GT-R에 장착되는 아테사 E-TS

아테사 시스템은 닛산 신형 GT-R에 장착되면서 더욱 발전했다. 특이하게 2개의 드라이브 샤프트가 작용됐다. 하나는 엔진 출력을 뒷바퀴 위에 놓인 변속기로 전달하고, 변속기에서 나온 드라이브샤프트는 그 힘을 앞바퀴로 전달한다. 또 전자센서와 유압 클러치가 개선돼 구동 배분을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한다. 구동력은 앞뒤 2:98에서 50:50까지 배분 되도록 설계돼 있다.

◆ 인피니티 M37x 타보니…더 안전하고 더 다이내믹한 스포츠세단

인피니티는 일본차 중에서 운전재미가 가장 뛰어나다. 후륜구동 특유의 날카로움과 폭발적인 엔진, 앙칼진 엔진음, 재빠른 변속 등이 매력이다. 독일 스포츠세단의 대표격인 BMW의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330마력이 넘는 너무나 강력한 출력으로 인해 출발 할 때 타이어가 땅을 붙잡지 못하는게 단점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끼기긱’하는 휠스핀을 일으키는게 한편으로는 멋지지만 다른편으로는 가속력이 떨어지는 요인도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너에서 엔진 힘이 4바퀴로 전달되는 편이 앞바퀴에만 전달되는 전륜구동이나, 자칫 오버스티어를 유발할 수 있는 후륜구동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가속 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M37x는 4바퀴에 힘을 전달하기 때문에 그런 우려가 적다. 출발할 때만 해도 계기판에 VDC 경고등이 들어옴과 동시에 토크가 4바퀴에 고스란히 전달 돼 휠스핀이 없고, 차가 훨씬 빠르게 가속되는 느낌이다.

더구나 사륜구동 시스템의 안정성으로 인해 눈비가 잦고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환경에 더욱 적합해졌다.

▲ 인피니티 M37x

일반적인 속도에서는 M37과 큰 차이가 없다. 후륜구동의 날카로운 코너링도 그대로다. 하지만 속도를 높여 거칠게 운전해보면 탁월한 안정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일반 모델이었다면 스핀해 버릴것 같은 엄청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M37x는 무난하게 빠져나갔다. 운전자야 본인의 운전 스킬이 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차가 끊임없이 전후 구동배분이 바뀌며 오버스티어나 슬립을 막았기 때문이다. 마치 물위를 유유히 떠가는 오리의 발길질과도 같아 보인다. VDC 경고등이 수시로 깜빡이긴 하지만 그리 강력하게 제어하지는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약간 도와주는 정도 효과를 낸다. 

이 차는 좀체 휠스핀이 일어나지 않는데다, 안정감도 너무 우수해 스티어링휠을 끝까지 돌린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아 차를 미끄러뜨리려 해도 쉽게 그립을 잃지 않는다.

▲ 주행모드 설정으로 구동배분을 바꿀 수 있다

M37x는 주행모드를 돌려 임의로 구동력 배분율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인피니티에 따르면 일반 모드에서는 구동배분이 앞뒤 25:75로 출발하는 반면, 스노우 모드를 선택하면 앞뒤 50:50로 구동배분이 고정된다. 그래서 미끄러운 눈길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진다.

일본 메이커 답지 않게 공격적인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올해 국내에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일본차 최초로 디젤 세단을 선보이더니, 이번엔 사륜구동 스포츠 세단 M37x를 내놨다. 가격 또한 6540만원으로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경쟁모델인 아우디 A6 3.0 TSFI 콰트로나 BMW 535i xDrive 등의 독일차들에 비해 운전 재미와 성능은 더 강력하게 추구하면서 가격은 훨씬 낮게 책정했다는게 이 차의 장점이다. 

김한용·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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