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국내 시장에 일본브랜드 최초로 디젤 세단을 내놓았다.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유럽 디젤세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가 하이브리드차량으로 디젤 세단과 경쟁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단순히 유행에 편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시승했던 인피니티 M30d는 유럽의 디젤 세단과는 추구하는 바가 조금 달랐다. 부드러움과 정숙성이 크게 강조됐지만 인피니티 특유의 넘치는 힘은 여전했다.

▲ 인피니티 M30d

BMW 520d, 아우디 A6 3.0 디젤,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 등과 경쟁할 인피니티 M30d를 영종도 인근 도로에서 시승했다.

◆ 넘치는 힘은 역시 인피니티답다

인피니티 M30d에는 이름처럼 3.0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238마력 최대토크는 56.1kg·m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9초에 불과하다. 수치만 살펴봐도 연비개선을 위해 성능을 희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M30d에 장착된 3.0리터 V6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은 238마력 최대토크는 56.1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넘치는 힘은 인피니티답다. 속도계 바늘이 고속도로 규정 속도까지 순식간에 솟아오른다. 또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충분한 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소음이나 진동도 적다. 물론 그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는 것도 문제없다. 시속 15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가속페달을 꾹 밟아도 여전히 충분한 가속 반응이 살아있을 만큼 힘이 남는다.

고속에서도 불안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노면소음이나 풍절음도 크지 않다. 정숙성은 유럽의 경쟁차보다 한수 위다. V6 엔진 구조상 직렬 4기통 보다 소음이나 진동이 적어 공회전은 물론 엔진회전수가 상승해도 정숙성이 유지된다.

▲ M30d에는 가솔린 엔진 못지 않게 강력한 디젤 엔진이 장착됐다

인피니티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은 그대로다. 비교적 무거운 디젤 엔진이 장착됐지만 밸런스가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앞머리가 안정적으로 궤적을 그리며 코너를 통과하지만 쏠림은 약간 있는 편이다. 실제로는 롤링이 그리 크지 않은데 시트가 탑승객의 몸을 효과적으로 지지해주지 못해 실내에서는 쏠림이 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 높은 속도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도 반응이 살아있다

서스펜션은 부드럽지만 탄력이 좋다. 탄탄함보다 부드러움이 강조되는 것이 최근 업계의 추세. 탑승객에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코너에서는 적당히 차체를 지탱한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는 충격을 재빨리 상쇄시킨다. 

◆ 독창적인 인피니티의 디자인, “볼륨감이 넘친다”

인피니티의 디자인은 생기가 넘친다. 볼륨감이 넘치고 직선보다는 곡선이 강조됐다. 자동차 디자인이 서로 엇비슷해지고 있는 요즘, 인피니티는 독창성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우리는 기존에 존재하던 어떤 차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인피니티 브랜드를 설명하는 시로나카무라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의 말에 신뢰감이 간다.

▲ 짧은 오버행 및 트렁크가 스포티한 멋을 살리고 있다

인피니티 M의 디자인은 바람, 파도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 밀려오는 파도를 떠올리는 보닛은 인피니티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유려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운전석에 앉으면 보닛의 굴곡은 더욱 빛을 발한다.

물 흐르듯 유려한 바디라인은 보기에는 아름다워도 제작하는데 굉장히 까다롭다. 인피니티는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타쿠미(Takumi, 장인) 기술자들이 특수한 프레스에서 철판을 찍어내듯 성형하는 스탬핑 공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독특한 굴곡은 유지하면서 강성은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

▲ 입체적인 바디를 만들기 위해 최신 스탬핑 공법을 사용했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강조되다보니 차체가 작아 보이기도 한다. 길이는 BMW 520d, 아우디 A6 보다 길다. 하지만 너비는 가장 좁고 휠베이스도 가장 짧다. 그러면서 높이는 가장 높다.

◆ 스티어링휠에서 센터페시아가 고작 ‘한뼘’

실내는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꾸며졌다. 운전석 주변의 디자인은 아주 작은 곳까지 세심하게 마무리됐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줄였고 가죽과 우레탄, 우드그레인, 알루미늄을 적절하게 조합했다.

수작업으로 제작된 가죽시트는 장시간 탑승해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게 쿠션감이 우수하고 재질이나 바느질 마감도 탁월하다. 히팅 및 통풍 기능이 있어 언제나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 센터페시아, 기어노브 등은 최대한 스티어링휠과 가깝게 위치했다

센터페시아는 앞쪽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다분히 운전자 중심의 설계다. 스티어링휠에서 한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기어노브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각종 버튼을 조작하기에 시간이 짧게 걸린다. BMW iDrive, 아우디 MMI, 렉서스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 등의 운전자 지원 프로그램이 인피니티에서 필요하지 않은 이유다.

각각의 기능은 배열이 잘돼있고 센터페시아가 입체적 구조여서 편리한 조작이 가능하다.

▲ 인피니티 M30d의 실내

운전자 입장에서는 실내 구조가 잘 짜여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조수석이나 뒷좌석 탑승객에게는 좁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공간적이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크게 넉넉하지는 않다.

◆ 편의사양은 두루두루 다 갖췄다

편의사양은 부족한 것이 없다. 비슷한 가격대의 독일 경쟁차량보다 확실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M30d에 새롭게 적용된 포레스트 에어 시스템은 시승했던 기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기능은 실내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것인데, 마치 숲속에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은은한 나무향이 실내에 퍼진다. 그러면서 시트에 흡착된 냄새나 공기 중의 유해 물질을 제거한다.

▲ 포레스트 에어 시스템을 사용하면 은은한 숲속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보스(BOSE)의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작은 콘서트홀을 방불케 하고 주행 시 소음을 최소화시키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과 함께 더욱 안락한 실내 환경을 만든다.

이밖에 편의사양으로는 온도 조절 시스템 및 오디오 세팅까지 가능한 인텔리전트 스마트키, 터치식 내비게이션, 히팅 스티어링휠, 차량 외부의 스크래치를 자동으로 복원하는 스크래치 쉴드 페인트, 오토 트렁크 클로저 등이 적용됐다.

BMW 520d, 아우디 A6 2,0 디젤 등은 연료효율성은 우수하지만 5시리즈, A6에서 가장 낮은 트림이기 때문에 편의사양이나 고급감이 떨어지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인피니티 M30d는 편의사양이나 고급감이 M37의 상위 모델과 동일한 수준이다.

◆ 디젤 엔진이 장착된 이유…우수한 연비가 주목적은 아니다

유럽 브랜드의 디젤 세단을 보면 연비가 경차 수준인 모델도 여럿 있다. 대신 주행성능이 크게 희생돼 운전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이 받는다.

인피니티 M30d의 연비는 리터당 11.7km다. 연료효율을 크게 높이지 않았다. 대신 가솔린 모델에 근접한 출력을 얻었다. 인피니티 M 가솔린 모델은 높은 엔진회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력으로 다소 신경질적이고 운전자를 긴장의 순간에 몰아넣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디젤 엔진 장착으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해졌고 강력한 토크로 낮은 속도에서 치고나가는 맛은 더욱 높아졌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운전하기에는 가솔린 모델보다 디젤 모델이 더 국내 도로형편이나 환경에 적합할 것으로 여겨지고 만족도도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독일 브랜드의 디젤 세단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경쟁력이 매우 높은 차임은 분명하다.

▲ 인피니티는 성능에 대한 타협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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