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플래그십 SUV 타호를 시승했다. 타호는 거대한 차체와 볼드한 디자인을 통한 존재감이 대단한 모델로,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최신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특히 8기통 엔진과 에어 서스펜션, 3열 7인승 구성은 1억원 이하에서는 유일하다.

GM 한국사업장은 국내에 다양한 SUV 라인업을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생산 모델로는 트레일블레이저와 1분기 출시를 앞둔 신형 트랙스, 수입 모델로는 쉐보레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타호, 그리고 GMC 브랜드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를 출시한다.

GM 한국사업장은 올해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해 쉐보레-GMC-캐딜락의 다양한 신차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리뉴얼을 거친 창원공장은 신형 트랙스의 수출 기지로, 연간 50만대로 생산량을 확대,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2023년 성장 비즈니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쉐보레 타호는 미국내에서 풀사이즈 SUV 또는 대형 SUV로 구분된다. 국내에서 대형 SUV로 불리는 쉐보레 트래버스나 포드 익스플로러가 미국에서는 중형 SUV 범주에 속함을 고려하면 상당한 덩치다. 타호의 롱휠베이스 모델은 서버번이라는 별도의 모델명으로 판매된다.

쉐보레 타호의 국내 트림은 하이컨트리(9253만원)와 다크 나이크 스페셜 에디션(9363만원)이다.(개소세 3.5%) 미국내 가격은 최상위 트림 하이컨트리 V8 4WD 7만7295달러(9484만원, 원달러 1227원), 국내 사양으로는 8만3495달러(1억244만원)로 국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풀패키지 기준 타호와 국내에서 가격대가 유사한 제네시스 GV80 2.5T AWD의 미국 가격은 5만5800달러(6846만원)에서 시작해 3.5T AWD 3열 풀패키지가 7만1975달러(8831만원)이다. 타호의 형제차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국내 가격이 1억5357만원으로 6천만원 차이다.

타호가 9천만원대라는 높은 판매가격으로도 가성비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프레임 기반 3열 7인승 대형 SUV 차체에 8기통 엔진, 에어 서스펜션 기반 마그네틱 라이트 컨트롤, 그리고 트레일러 견인 장치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모델은 1억원 이하에서 타호가 유일하다.

타호는 전장 5350mm, 전폭 2060mm, 전고 1925mm, 휠베이스 3071mm의 차체를 자랑한다. 오래된 주차장을 주로 이용한다면 내리기 어려울 수 있는 크기다. 도시 외곽 주행에서는 도로 밖 풍경을 언제나 즐길 수 있는데, 높은 전고로 인해 시선이 가드레일 위에 머문다.

차량 탑승시 자동으로 내려오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과 승하차시나 화물 적재시 지상고를 50mm 낮추는 기능이 기본으로 제공돼 승하차시의 어려움은 적다. 탑승시 몸을 지지할 수 있는 손잡이가 1열과 2열에 모두 제공되며, 2열 시트를 접지 않아도 3열 승차가 용이하다.

12인치 전자식 계기판, 15인치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10.2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카메라 기반 디스플레이 룸미러, 12.6인치 2열 모니터,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가 기본 사양으로 추가되는 비용이 없다. 실내 소재가 좋은 편이나 본격적인 럭셔리 모델과는 차이가 있다.

타호에는 6.2리터 V8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4WD 시스템이 조합돼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2755kg, 국내 복합연비 6.4km/ℓ(도심 5.7, 고속 7.6)다. 2WD 모드, 4WD 고속, 4WD 저속 모드를 지원하며, 견인력은 3402kg에 달한다.

최근 출시된 캐딜락 신형 에스컬레이드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이 완전히 동일하다. 다운사이징 트렌드로 인해 V8 모델을 구입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에 대배기량 V8 엔진의 매력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타호급의 차량 구매시에는 효율보다는 차별화된 가치가 앞선다.

8기통 가솔린 엔진 특유의 고동감을 내포한 엔진음과 배기음은 인위적인 배기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2.7톤의 무게가 무색한 6초대다. 안정적인 거동으로 인해 폭발적인 가속보다는 어느새 100km/h를 넘었다가 어울린다.

에어 서스펜션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조합된 타호의 서스펜션은 미국에서는 추가 옵션으로 구분된다. 차고 조절은 물론 노면 상황을 1/1000초로 스캔해 감쇄력을 실시간으로 조율한다. 무거운 차체와 비교적 부드러운 서스펜션 셋업은 중형 SUV와는 다른 경험이다.

대형 SUV와 에어 서스펜션의 조합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쉐보레의 경우 대형 SUV 서스펜션 셋업 실력이 상당히 좋은 편인데, 타호에서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강한 쇼크를 걸러주는 부드러운 셋업이나, 고속이나 코너링에서는 안정감이 좋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루면 고회전 영역을 쉽게 넘어선다. 엔진 회전 상승시의 감각은 매끄럽지만 호쾌한 전형적인 V8 감성이다. 고속영역에서의 재가속은 꽤나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브레이크는 초반 답력이 약하고 후반에 제동력이 강해지는 타입이다.

이런 브레이크 설정을 처음 경험하면 브레이크가 밀린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트레일러 견인시를 고려하면 초반 즉답식 브레이크는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에서는 차로유지보조가 빠져 있는데, 초대형 SUV급에서는 조향 보조가 거동을 불안하게 한다.

가족 여행을 고려한다면 타호의 2열과 3열은 공간과 안락함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신규 플랫폼이 적용되며 3열 시트가 낮아지고, 트렁크 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타호의 3열은 비상용 공간이 아닌 성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3열 사용시에도 트렁크가 확보된다.

범퍼 내장형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와 커넥터는 타호의 강점 중 하나다. 최근 캠핑 트레일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외부 업체에서 트레일링 장치를 추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외부 작업시 외관상 좋지 않거나, 매각시 트레일링 부하로 인해 감가 요인으로 산정하기도 한다. 

쉐보레 타호는 프레임 보디 기반의 3열 7인승 초대형 SUV로 자국내 수요가 분명한 미국 브랜드만이 이런 가격에 이런 차량을 선보일 수 있다. 다양한 국산 SUV와 유럽산 SUV의 선택지가 있지만, 하이엔드급 장비와 존재감을 1억원 이하에서 제공하는 것은 타호가 유일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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