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바위는 천의 얼굴을 지녔다. 신이 하나하나 다른 바위를 새겨놓은 듯 바위는 솟았다 꺾였다 누웠다 흐르다를 반복한다. 그 위로 은빛 물살이 새하얀 물거품을 뿜는다. 속리산의 아홉 보물을 숨긴 곳, 화양 구곡이다.

▲ 화양구곡의 정점이라 불리는 금사담.

신이 빚은 듯한 바위에 홀리다

우선 속리산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속리산은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다. 속리(俗離). ‘속세를 떠나는 산’이라는 뜻이다. 신라시대 진표율사가 속리산에 다다르자 밭 갈던 소들이 무릎을 꿇어 율사를 맞이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를 본 농부들이 속세를 버리고 진표율사를 따르자 산은 ‘속세를 떠난다’는 이름을 가졌다.

▲ 화양동 야영장 옆 계곡에서 한 캠핑객이 그물낚시를 하고 있다.

속리산국립공원 중 괴산의 길목에는 유독 아름다운 곳이 많다. 9가지 절경을 숨기고 있다해 ‘구곡(九曲)’이라 불리는데 화양·선유·쌍곡·갈은·연하·고산·풍계 등이다. 그중 화양구곡을 택한 것은 ‘야영장’이 1990년대부터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분소 매표소에서 약 1.5km 아래쪽에 야영장이 있다. 계곡 둔덕부터 숲속까지 약 1만여평의 부지다. 이곳에 텐트를 내려놓고 화양계곡을 오른다. 속세를 떠난다는 이름처럼 신이 빚어놓은 바위에 정신이 아득하다.

▲ 캠핑객이 캠핑카를 몰고 화양동 야영장을 찾았다.

보물찾기 하듯 쉬엄쉬엄 구곡을 걷다

화양동야영장에 텐트를 치기 전 먼저 화양구곡에 올랐다. 우암 송시열은 중국의 무이구곡을 떠올리며 화양계곡에 9곡을 일일이 정했다.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 등이다. 화양 10리 계곡의 첫 절경은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바로 나타난다. 우거진 숲 속에 길게 뻗고 높이 솟은 바위가 하늘을 떠받든 듯 보이는 ‘경천벽’이다.

▲ 운영담. 맑은 물에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곳.

1km정도를 더 걸어 올라가면 맑은 물에 구름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운영담’이 나타난다. 하늘로만 높이 솟던 바위가 마치 바닥을 흐르듯 평평해지는 곳은 ‘읍궁암’이다. 효종대왕(1619~1659)이 41세의 젊은 나이에 승하하자 우암은 이 바위 위에서 새벽마다 한양을 향해 활처럼 엎드려 통곡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화양구곡의 중심이라 불리는 ‘금사담’이다.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가 보이는 계곡 속의 못이다. 이 길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코스. 도명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서면 산 위에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듯한 ‘첨성대’가 보인다. 채운사 길목에는 산 속에 늠름하게 우뚝 솟은 ‘능운대’가, 도명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용이 누워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는 ‘와룡암’, 청학이 바위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는 ‘학소대’, 계곡 전체에 흰 바위가 티 없이 넓게 펼쳐진 ‘파천’이 차례대로 나타난다. 왕복 4시간 정도 잡으면 넉넉하다.

▲ 계곡 바로 옆에 텐트를 쳤다. 풍경은 좋으나 바로 뒤 찻길로 차가 많이 다녀 시끄럽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 계곡 옆에서 야영을 즐길 수 있다. 1990년대 문을 연 야영장은 자동차를 텐트 옆에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렇다고 현대식 오토캠핑장은 아니다. 야영장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 화장실 등 시설물에서 전기를 끌어 쓰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니 주의할 것.

▲ 화양동 야영장 밤 풍경. 전기를 쓸 수 없고 주변도 어둡다. 아날로그 캠핑 준비를 해와야 한다. 등유나 화이트가솔린 랜턴이 부담스럽다면 건전지를 사용하는 LED랜턴을 준비할 것.

* 가는 길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화양동야영장 입구 500m 앞까지 시외버스가 운행된다. 자동차로 올 경우 내비게이션에 ‘화양동야영장’ 또는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산496’을 입력하면 된다. 화양동 야영장 전화번호는 043-832-4347이다.

* 기타정보

야영장이용료는 성수기 기준 어른 1인당 2000원이다. 주차료는 경차 2000원, 그 외의 차량은 1대당 5000원이다. 화양동야영장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분소 매표소 가기 전 1.5km 아래 지점에 있다. 약 1만평 대지인데 실제로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을 그리 넓지 않다. 요즘에는 텐트와 타프 등 장비가 대형화돼 200~250동 정도 칠 수 있다. 예약은 받지 않으며 선착순 입장이다. 토요일 오전이면 사이트가 모두 꽉 찬다. 강변쪽부터 숲속까지 사이트가 구성돼 있는데 강쪽은 바로 뒤가 찻길이라 소음이 심하다. 조용하게 캠핑을 하고 싶으면 숲쪽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야영장 안 매점이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운영돼 편리하다. 장작도 판매한다. 화장실은 수세식과 재래식 등 종류별로 있다. 개수대는 2곳, 샤워실은 없다. 전기도 쓸 수 없다. 전기를 몰래 끌어다 쓰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솔로캠퍼 〈탑라이더 g107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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