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2015시즌 개막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14년 파워 유닛 시스템의 전면 개혁을 포함해 F1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고 평가 받을 수 있는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2015시즌의 변화는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2015시즌에도 F1에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한 시즌을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변화들이 적지 않다.

아래에서 F1 2015시즌 어떤 변화가 있고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 2015년, 맥라렌-혼다가 부활한다!

파워 유닛 전쟁의 2라운드

2015시즌은 2014시즌을 앞두고 대규모 규정 변화와 함께 도입된 새로운 파워 유닛 시대
의 2년차다. 이제 ‘엔진’이라는 개념은 F1에서 그 비중이 크게 축소됐고, 엔진을 중요한 여러 부분 중 하나로 포함하는 ‘파워 유닛’이 F1의 심장을 대변하고 있다. 2014시즌에는 메르세데스, 페라리, 르노까지 모두 세 제조사가 파워 유닛을 공급했는데, 메르세데스가 파워 유닛의 종합적인 성능 면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메르세데스 파워 유닛과 페라리, 르노의 파워 유닛 사이에는 속된 말로 넘어설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존재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노 파워 유닛을 사용하며 갖은 고생을 했던 로터스가 메르세데스 파워 유닛으로 교체하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새로운 파워 유닛 시대의 2년차인 2015시즌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현재 파워 유닛 규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020년까지의 순차적인 파워 유닛 개발 프로세스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 개발 프로세스 조항의 헛점을 찾아낸 페라리와 르노의 주장이 인정되면서 2015시즌에는 시즌 중 파워 유닛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파워 유닛의 시대 초기 인만큼 규정의 적용과 운영에서도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 비쳐지는 듯 하다.

애초에 2020년까지의 순차적 개발 과정이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업그레이드 폭이 점차 좁아지는 방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2015시즌 중의 업그레이드가 모든 부분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쨌든 페라리와 르노가 메르세데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시즌 초에는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 인정한 셈이고) 시즌 중후 반 어느 정도 메워나갈 수 있느냐가 F1 2015시즌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2015시즌 파워 유닛과 관련해 얘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혼다의 복귀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 F1을 평정했던 ‘맥라렌-혼다’의 부활은 F1 올드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1980년대의 터보 엔진과 현재의 파워 유닛 사이에는 너무 큰 차이가 존재하고, 2000년대 중후 반 팩토리 팀 시절의 혼다 엔진은 그닥 강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2015년 부활하는 혼다 파워유닛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일단 현재까지는 2015시즌의 시즌 중 파워유닛 업그레이드 대상에서 혼다가 제외돼 있다는 점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

▲ 붉은 오버럴의 베텔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

확 바뀐 드라이버 라인업

2015시즌 F1의 드라이버 라인업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정상급 드라이버의 은퇴는 없었지만, 베텔과 알론소까지 두 명의 챔피언이 팀을 옮기는 등 눈에 띄는 라인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기대해도 좋을 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줬던 세 명의 루키가 데뷔하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우선 2015시즌을 재미있게 만들 드라이버 라인업 변화의 첫 번째 핵심은 베텔의 페라리 이적이다. 10대 초반부터 레드불과 함께 했던 베텔이 처음으로 자신의 둥지(?)를 떠나 전혀 다른 팀 컬러를 지닌 페라리의 오버럴을 입게 됐다. 챔피언을 팀메이트로 두는 것 역시 처음이다. 과연 페라리는 베텔과 궁합이 잘 맞는 레이스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과거 ‘배드민턴 친구’였던 라이코넨과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될지도 관심사다.

2015시즌 드라이버 라인업 변화의 또 하나의 큰 축은 알론소의 맥라렌 행이다. 20년 동안 함께했던 메르세데스를 떠나 보내고 혼다 파워 유닛을 심장에 품게 된 맥라렌은, 현역 최고의 드라이버로 꼽히는 알론소를 영입해 두 명의 챔피언으로 화려한 드라이버 라인업까지 갖추고 오랜만에 다시 대권 도전을 꿈꾼다. 성능에 대한 예상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혼다 파워 유닛만큼이나 알론소와 맥라렌의 조합에 대한 예상 역시 쉽지 않지만, 맥라렌은 ‘최악의 경우가 생기더라도 기본 이상의 성적을 뽑아내는’ 알론소의 능력을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을지 모른다.

2015시즌을 재미있게 만들어줄 루키 드라이버들의 데뷔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사상 최강의 수퍼 루키로 불리는 17세의 막스 베르스타펜이 토로로쏘를 통해 F1에 첫 발을 디디고, 전설적인 WRC 챔피언 카를로스 사인츠의 아들이자 2014 포뮬러 르노 3.5 챔피언인 카를로스 사인츠 주니어가 베르스타펜의 팀메이트로 데뷔한다. 여기에 더해서 GP2를 통해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왔고 지난해에는 윌리암스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활약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펠리페 나스르가 자우버를 통해 F1 데뷔 무대를 갖게 된다.

 

▲ 세이프티카 규정의 불합리했던 부분들도 대폭 조정된다

팬들이 환영할만한 규정 변화들

2015시즌 F1 규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다. 이제 더 이상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백마커를 리드 랩으로 보내지 않는다. 세이프티카가 지속되는 시간이 조금 더 줄어들면서 팬들이 무료하게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또한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아무리 앞차와 간격이 크게 벌어졌더라도 지정된 ‘세이프티카 상황에서의 최소 시간’보다 빠르게 달리면 페널티가 주어진다.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핏스탑을 하고 빈 트랙을 달려 시간을 버는 방법에 많은 제한이 생기는 동시에 트랙 안전 문제도 향상될 전망이다.

레이스가 중단될 경우 그리드에 정렬해 대기하거나 핏레인에서 대기하거나 둘 중 한 가지의 옵션이 있던 2014시즌까지의 규정 대신, 새 시즌부터는 모든 레이스카가 핏레인의 패스트레인에 세이프티카 뒤로 줄지어 대기하게 된다. 또 세이프티카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더블 옐로우 플랙이 적용되는 비교적 위험한 상황에서 버추얼 세이프티 카(VSC )가 처음으로 도입되어 트랙 안전 문제를 보강할 예정이다.

페널티와 관련된 변화로는 먼저 파워 유닛 페널티가 다음 그랑프리로 이월되는 조항이 삭제된 것이 눈에 띈다. 대신 해당 그랑프리에서 주어진 페널티를 모두 소화하지 못한 경우 남은 그리드 페널티의 양에 준하는 추가적인 페널티가 같은 주말 레이스에 주어지게 될 예정이다. (2014 아부다비 그랑프리의 그로장에게 페널티가 주어진 것과 같은 취지다. ) 피트 스타에서 위험하게 핏박스를 벗어난 경우 10초 스탑-고 페널티가 주어지며, 드라이버가 위험한 상황임을 깨달은 뒤에도 계속 진행할 경우 추가적인 페널티가 주어진다.

이 외에도 최소 18대의 레이스카가 그랑프리에 참가할 경우를 대비해 24대 이하의 차량이 참가할 경우에 대한 조항이 규정에 추가됐고, 퀄리파잉 파크 페르메의 적용은 P3 이후가 아닌 Q1에서 처음 핏박스를 벗어날 때로 다시 조정되었다. 파크 페르메에서 교환 가능한 파츠 관련 조항에 ‘유사한 디자인’이라는 부분이 추가되어 2014 독일 그랑프리에서 해밀튼의 브레이크 디스크 교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의 스탠딩 리스타트와 최종전의 더블 포인트 등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규정들은 모두 삭제되었다.

 

▲ 멕시코 그랑프리의 부활은 올드 팬들에게 더 없는 희소식이다

놓칠 수 없는 작은 변화들

지금까지 살펴본 굵직굵직한 변화들 외에도 많은 변화가 F1 팬들을 기다린다. 먼저 멕시코 그랑프리의 부활은 올드 팬들을 흥분시킬 것이 분명하고, F1에서는 처음 사용되는 헤
르마노스 로드리게즈 서킷의 포로 솔을 가로지르는 새 레이아웃도 관심을 끈다.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동아시아에서 F1의 성장이 정체를 보이는 동안, 다시 F1 열기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은 멕시코 그랑프리를 기점으로 F1의 또 하나의 주류 무대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2009년 아메리카 대륙에서 개최된 F1 그랑프리는 단 한 차례뿐이었지만, 2015년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모두 네 차례의 F1 그랑프리가 개최된다. )

이전까지 수 년 전의 레이스카만 사용할 수 있던 홍보 행사에 2015시즌의 레이스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점도 재미있는 변화다. 이제 데모런 등 홍보 행사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같은 해 중계 화면에서 보던 바로 그 차량의 디자인을 눈 앞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홍보 행사가 인-시즌 테스트의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은 해 레이스카를 사용하는 홍보 행사는 캘린더의 모든 레이스가 끝난 뒤로 제한된다.

베르스타펜의 최연소 F1 데뷔와 페이 드라이버의 증가를 염두에 둔 FIA의 새로운 수퍼 라이센스 시스템 도입도 2015시즌 당장은 아니지만 이후 중요한 변화가 될 전망이다. 이제 베르스타펜처럼 어린 드라이버가 F1에 데뷔하기 위해서는 하위 포뮬러에서 충분한 포인트를 획득해야 하며, 이전처럼 애매한 조항들이 수치화되면서 과거 아일톤 세나나 현역 드라이버 중 라이코넨과 같은 ‘경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의 파격적 발탁’은 불가능해졌다. 더불어 하위 포뮬러에서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았던 페이 드라이버의 F1 진출도 매우 힘들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처럼 2015시즌에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이뤄진다. 다행히 대부분의 변화들은 F1 팬들이 환영할만한 일들이다. 규정과 관련해서는 ‘다른 모터스포츠와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으로 합리적인 규정을 찾기 힘들 정도의 안정적인 규정으로의 발전이 2015년에도 한 단계 더 이뤄지는 느낌이다. 물론 이와 같은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2015시즌 F1에 좋은 소식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몇 년 만에 채 열 개 팀도 안 되는 9개 팀 체제로 시즌을 시작할 확률이 높다. 경제 위기의 쓰나미로 시작된 F1 팀들의 재정 문제도 스노우볼처럼 날로 커지고, 페이 드라이버들의 지참금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버니는 아니라고 말을 하지만 F1은 분명 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과연 F1을 둘러싼 긍정적 변화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위기를 현명하게 타개하는 밑거름이 될지,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 괜한 피땀을 흘리는 부질없는 노력이 될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2015시즌의 개막과 진행을 지긋이 바라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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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수 칼럼리스트 〈탑라이더 jesus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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