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남성미 풍기던 랜드로버, 이번엔 슬림한 수트를 입은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출시했다.

이보크는 랜드로버 마니아 입장에서는 이질감이 느껴질 만큼 파격적인 변신이다. 이보크는 기존 랜드로버는 물론, 타사의 SUV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세련된 디자인과 스포티함을 과시하며 여성 고객층 및 젊은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랜드로버의 변절자(?)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어떻게 변했는지 2.0 가솔린 쿠페 모델을 시승해봤다.

◆매끈한 라인이 돋보이는 이보크…허리는 올리고 천장은 내리고

이보크는 랜드로버 특유의 위압감이 느껴지는 육중한 하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허리 라인은 날렵하게 위로 솟아올랐고, 지붕 라인을 후면부로 갈수록 낮아지게 만들었다. 덕분에 차를 정면에서 볼 때와 측면, 후면에서 볼 때의 느낌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휠을 최대한 바깥쪽으로 밀어내 하체의 안정감을 돋보이게 만든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전면부도 천공패턴의 그릴과 날렵하게 다듬은 헤드램프를 적용해 스포티함을 살렸다. 또, 개성있는 보닛 라인과 휀더의 입체감 등 기존 랜드로버의 투박함을 탈피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후면부 역시 빵빵하게 볼륨감을 줬지만 가로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와 상단부에 장착된 스포일러로 세련되게 꾸몄다. 독특한 모양의 범퍼도 눈에 띈다.

◆스포티하고 세련된 실내, 파노라마썬루프 열면 오픈카 느낌도

시승을 위해 문을 열자 독특한 모양의 버킷시트가 눈에 띈다. 이 버킷시트는 다이내믹 모델에만 적용됐는데, 헤드레스트와 시트가 연결된 일체형으로 고급 스포츠카의 시트를 연상시킨다. 어깨 부분에 구멍이 나 있어 레이싱 시트가 연상된다. 직접 앉아보니 생각보다 몸을 부드럽게 감싸줘 착좌감도 만족스러웠다.

이보크의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적용됐다. 빅토리아 베컴이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 이보크의 실내는 우레탄 소재가 많이 사용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구석구석의 마감 상태도 뛰어나다. 센터페시아 및 중앙콘솔 테두리는 크롬 재질을 활용했다.

파노라마썬루프도 적용됐지만 개방형은 아니다. 그러나 루프 전체에 넓게 자리잡아 작동을 시키면 마치 컨버터블 스포츠카의 뚜껑이 열리는 것처럼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스포츠 세단을 타는 듯한 이보크 

출발을 하기 위해 시동을 켜니 감춰져 있던 셀렉트 드라이브가 위로 솟아 올라왔다. 기어봉이 없어 조작감은 부족할 수도 있지만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주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패들시프트를 작동하면 저절로 수동모드로 전환된다.

이보크는 레인지로버 스포트와 마찬가지로 속도 게이지를 왼쪽에, RPM게이지를 오른쪽에 장착했다. 스포츠카를 비롯해 주행성능을 강조한 차량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기어를 S모드로 바꾸면 계기판도 붉은색으로 변한다. 센터콘솔 부분에는 터레인리스폰스 버튼이 나열돼 도로 상황에 맞게 고속, 일반, 눈길, 산길, 모래 등 5가지로 서스펜션 조절이 가능하다.

이보크는 육중한 하체에 비해 상체 비율이 작은 모델이다 보니 처음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시야가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3도어 쿠페의 경우 5도어 모델에 비해 전고가 30mm 낮아 키가 큰 남성에게는 더욱 답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트포지션을 최대한 낮추니 답답함 보다는 오히려 낮게 깔린 스포티한 주행감이 느껴졌다.

◆조용하고 빠른 초반 성능…스포트 모드에서의 변화는 놀라워

가속페달을 밟자 차체가 조용하면서도 가볍게 반응했다. 랜드로버 모델 중 이렇게 조용하고 부드러운 가속감을 발휘하는 모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보크의 정숙성은 놀랍다. 조용한데도 기본적인 동력 성능도 뛰어나 계기판을 보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34.7kg·m의 최대토크가 1750rpm에서 발휘되기 때문에 초반 성능에도 부족함이 없다.

스포트 모드로 전환하자 이보크의 변화가 몸으로 느껴졌다. 눈에 띄게 빨리 움직이는 속도계와 사운드제너레이터에 의해 튜닝된 엔진음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성도 뛰어나 속도가 올라갈 수록 불안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발이 간질간질해지고 가속페달을 더 강하게 밟고 싶은 충동이 마구 솟아올랐다. 

시속 140km 이상의 고속에 진입했을 때도 이보크의 가속력은 뛰어났다. 가속페달의 느낌도 즉각적이어서 원하는 속도 이상의 탄력적인 가속감이 느껴졌다. 기존 엔진을 다운사이징한 2.0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기도 하지만 이보크의 차체가 워낙 넓고 낮고 가벼워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동력성능을 탄탄하게 받아주는 느낌이다.

무게중심이 낮고 타이어의 접지력도 뛰어나 코너에서의 안정감은 발군이다. 핸들은 차체에 비해 묵직한 맛은 없지만 조향성이 우수해 생각한 만큼의 날카로운 코너링을 보여줬다. 그러나 핸들 조작 후 약간의 유격이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이보크에는 기존 유압방식의 동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랜드로버 최초로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방식을 도입했는데, 아직 이 방식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새침하게 변했지만…오프로드도 주행도 문제 없어

이보크는 기존 랜드로버와 다르게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춘 컴팩트 SUV다. 기존 랜드로버 고객들이라면 이보크의 변화는 새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크에는 오프로드 주행에 맞춘 다양한 기능들이 장착됐다.

이보크에는 전자식트랙션컨트롤이 적용돼 미끄러운 눈길이나 산길, 좌우 접지력이 다른 도로도 거침 없이 주파가 가능하다. 급경사에서도 내리막길주행안전장치가 작동돼 브레이크를 밟지 않더라도 시속 8km의 속도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다. 또, 복잡한 험로에서도 주변 지형지물을 잘 살필 수 있도록 5개의 서라운드뷰 카메라를 장착했다. 또, 50cm 깊이의 웅덩이나 얕은 강물도 도하 가능하다.

이밖에 전복예방안전장치, 전자식브레이크배분장치, 비상브레이크보조장치 등 다양한 안전기술이 적용돼 강력한 온로드 주행성능과 탁월한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이보크의 가격은 2.0리터 Si4 다이내믹 쿠페 9090만원, 2.2리터 SD4 프레스티지 5도어 7710만원, 2.2리터 SD4 다이내믹 5도어 8390만원, 2.0리터 Si4 프레스티지 5도어 8210만원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외관 = 8.5점 (컨버터블 모델이 기대될 정도로 세련된 SUV다)
실내 = 7.5점 (깔끔하게 꾸며진 실내와 생각보다 넓은 뒷자리 공간이 인상적이다)
성능 = 8.0점 (묵직한 맛은 사라졌지만 온로드 성능은 발군이다)
승차감 = 8점 (스포티한 버킷시트와 조절 가능한 서스펜션은 만족스럽다)
가격 대비 가치 = 6.5점 (이보크의 많은 장점에도 가격은 부담스럽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