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6세대 신형 CR-V 하이브리드 4WD를 시승했다. 신형 CR-V는 중형 SUV 수준의 커진 차체와 공간은 물론 스포티한 주행성능까지 갖춰 인상적이다. 특히 차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이질감까지 지워내며, 뛰어난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

혼다코리아는 2023년 모델 라인업을 완전히 새롭게 개편한다. CR-V를 비롯해 어코드, 파일럿 등 주력 모델 라인업의 풀체인지 모델을 함께 선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먼저 출시된 CR-V 터보, CR-V 하이브리드, 파일럿을 시작으로 어코드 터보와 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국내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오픈하며 판매 프로세스에서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은 시승신청, 견적산출, 계약 및 결제의 모든 구매 과정을 100%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 벌써 31만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혼다의 신차 라인업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대담한 외관 디자인과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공간, 그리고 주행성능의 강화다. 특히 주행성능 부분에서의 진화는 유럽산 프리미엄 브랜드 SUV가 연상되는 수준이다. 혼다의 차만들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신형 CR-V는 6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전통적인 CR-V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차체 크기를 키우며 안정적인 스탠스를 보여준다. 전면부는 수평으로 길어진 보닛과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릴, 그리고 슬림한 LED 헤드램프를 통해 상어 코가 연상되는 날렵한 분위기를 전한다.

후면부는 CR-V 전통의 가로형 리어램프와 D필러까지 이어지는 미등을 통해 SUV 고유의 강인한 분위기를 전한다. 볼보의 SUV 라인업이 연상되는데, CR-V는 1995년 1세대 모델부터 이같은 디자인을 유지했다. 두 브랜드는 안전을 특히 강조한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

혼다의 섀시 설계, 에이스(ACE, 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바디로 불리는 차대는 고강성 구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충격 분산을 통해 승객 생존성을 높여준다. 2열 사이드가 포함된 신형 CR-V의 에어백 시스템은 팽창시 형상을 개선해 승객을 효과적으로 보호한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됐다. 스티어링 휠이 운전자 가슴 방향으로 향하는 시트포지션은 SUV 고유의 운전시야를 확보하면서도 세단처럼 안정적이다. 장거리 운전시 피로감을 낮춰주는 요소다. 또한 유리창에 난반사되는 소재를 최소화했다.

실내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넓어 중형 SUV에 가깝다. 면적이 넓은 1열 시트는 덩치가 큰 성인에게도 적합한 구조다. 2열 공간, 특히 레그룸이 상당한데 3열 대형 SUV의 시트를 가장 뒤로 위치시킨 것과 유사한 구성이다. 2열 등받이는 10.5도 리클라이닝 기능을 제공한다.

트렁크 공간은 무려 1113리터를 확보했다. 골프 캐디백의 경우 4개, 25인치 여행용 캐리어는 4개, 그리고 대형 유모차도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2166리터까지 확대할 수 있다. 2열 가운데 시트의 안전벨트는 필요시 분리해 루프쪽에 수납할 수 있다.

신형 CR-V 하이브리드에는 2.0리터 4기통 앳킨슨 사이클 엔진으로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6kgm, 전기모터는 184마력, 34.1kgm, e-CVT와 조합된다. 합산 최고출력은 204마력이다. 19인치 휠 기준 공차중량 1710kg, 국내 복합연비 14.5km/ℓ(도심 15.3, 고속 13.6)다.

운전석에서의 시야는 쾌적하다. SUV 고유의 시원한 시야를 확보했지만 낮아진 대시보드와 스티어링 휠의 위치, 전반적인 구성은 세단에 가까운 편안한 분위기다. A필러의 위치를 최적화해 사각지대를 줄였다. 대시보드 일체형 비노출형 에어벤트는 최신 트렌드 구성이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은 효과적으로 차단됐다. NVH 성능 향상을 위해 흡차음재를 확대하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을 통해 소음에 대한 역위상 소리로 상쇄한다. 신형 CR-V에서는 ANC 기능을 위한 별도의 마이크와 스피커를 추가해 효과적으로 소음을 줄였다.

일상주행에서는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혼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성상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구간이 상당히 길다. 전기모터의 출력과 토크가 엔진을 앞서기 때문에 힘이 부족해 엔진이 개입하지 않는다. 전기모터 구동시에도 실시간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준다.

신형 CR-V 하이브리드에 처음 적용된 4세대 2모터 시스템은 기존의 종방향으로 이어진 2개의 전기모터를 횡방향으로 이동하고 2스테이지 커플 클러치를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혼다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토요타와 현대차의 중간 성격의 시스템 특성으로 진화했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저속 클러치를 통해 엔진의 개입을 확대, 연비를 높이고 하이브리드 고유의 동력계 전환시의 이질감을 줄였다. 반면 적극적인 가속시에는 고속 클러치로 파워풀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가속시 내연기관의 기어변속을 구현한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신형 CR-V는 체감 가속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최대토크가 기존 32.1kgm에서 34.1kgm로 강화된 것과 함께 리드미컬한 변속감, 이질감이 적은 가상 사운드가 조합된 것이 이유다. 정지에서 100km/h 가속은 8초대, 풀가속시에는 180km/h 부근까지 꾸준히 가속력을 유지한다.

승차감은 부드럽지만 탄탄한 유럽산 SUV의 감각을 보여준다. 신형 CR-V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여유로운 한계 성능의 섀시와 댐퍼로 구성된 럭셔리 브랜드의 주행감을 연출한다.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물론 고속으로 코너를 주파하는 상황에서의 로드 홀딩도 뛰어났다.

주행시 연비는 18km/ℓ 전후를 보여줘 제원상 수치를 넘어선다. 가혹한 가감속이 반복되는 테스트 주행에서도 두 자리수 연비를 유지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포함된 혼다 센싱은 강화된 차로유지 기능과 함께 0km/h부터 조향 어시스트가 지원되도록 개선된 버전이다.

혼다 신형 CR-V 하이브리드는 디자인과 공간, 주행성능이 강조된 주행감각과 함께 제동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모델 고유의 이질감 제거에 주력한 결과물이다. 3열 대형 SUV가 필요한 소비자가 아니라면 현 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진화된 하이브리드 패밀리 SUV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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