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디펜더 130 P400을 시승했다. 디펜더의 모델 라인업 중 마지막으로 출시된 디펜더 130은 2도어 모델 90, 5도어 5인승 110에 이어 출시된 3열 8인승 모델로, 여유로운 공간이 특징이다. 특히 부드러워진 승차감과 여전히 뛰어난 험로 주파성능은 130만의 강점이다.

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3월 디펜더 110의 전장을 늘린 8인승 롱보디 모델 디펜더 130을 국내에 출시했다. 디펜더 130은 먼저 출시된 디펜더 110의 리어 오버행을 늘려 3열 공간을 확대한 모델이다. 해외에서는 디펜더 110의 3열 모델도 판매되고 있으나 3열의 가치는 적다.

정통 오프로더로 분류되는 디펜더 130의 경우 늘어난 전장으로 인해 험로 주파력이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리어쪽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다. 휠베이스는 유지한채 리어 오버행을 340mm 늘려 3개의 시트를 추가했는데, 가파르게 깍이는 설계로 이탈각을 유지했다.

대형 SUV 수요에서 3열 시트를 갖춘 모델의 인기가 꽤나 높은 편인데, 신차 구입시 공채 매입 비용이나 자동차세 혜택, 비교적 저렴한 자동차보험 등 5인승 대비 높은 가격을 상쇄하는 혜택이 다양한 편이다. 또한 3열 수납시의 넓은 적재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존재한다.

디펜더 130의 외관은 실물의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사진으로는 리어 오버행이 지나치게 길어 보이는데, 디펜더 130과 디펜더 110을 함께 보면 오히려 110의 리어 오버행이 지나치게 짧은 듯한 감각이다. 전장 5358mm, 전폭 1996mm, 전고 1970mm, 휠베이스 3022mm다.

전장 5358mm는 부담스러운 수치인데, 사실 스페어 타이어가 포함된 길이다. 타이어 제외시 전장은 5098mm다. 후방 주차시 벽에 가깝게 붙이는 상황만 조심하면 일상주행에서 무난한 수준이다. 오히려 2미터에 가까운 전고로 인해 차체가 제원보다 크게 다가온다.

디펜더 130의 외관 디자인은 완성도 면에서 흠을 잡기 어렵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1세대 디펜더에 대한 향수가 있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현대적인 SUV로는 최상급의 디자인이다. 견고한 도어와 우직하게 닫히는 감성 품질은 디스커버리보다는 지바겐에 가까운 설정이다.

실내는 현대적이면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특징이다. 초기형 디펜더와 달리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11.4인치로 커지고 커브드 글라스가 사용됐다. 스마트폰 연결 없이도 사용 가능한 티맵 내비게이션이 기본이다. 오프로드 전용 모니터링 장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2열과 3열에는 풀사이즈 시트를 적용해 각각 성인 3명이 탑승할 수 있는 구성이다. 2+3+3 구성 중 3열은 1200mm의 폭과 804mm의 레그룸, 별도의 3열 선루프를 갖췄다. 2열과 3열을 모두 사용할 경우 레그룸이 아주 여유롭지는 않지만, 3열 거주성은 우수한 수준이다.

시승차는 디펜더 130 P400으로 3.0리터 6기통 가솔린 터보와 8단 자동변속기, AWD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돼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kgm를 발휘한다. 전 모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가 기본이다. 공차중량 2645kg, 복합연비는 7.2km/ℓ(도심 6.6, 고속 8.2)다.

디젤 모델에는 300마력, 66.3kgm의 3.0리터 6기통 엔진이 탑재된다. 복합연비는 9.9km/ℓ(도심 9.1, 고속 11.1)다. 해외에서는 D250이나 P300의 하위 라인업도 판매된다. 국내에 도입된 모델은 X Dynamic HSE 상위 트림으로 가격은 P400 1억4217만원, D300 1억3707만원이다.

P400 모델은 가솔린 모델답게 정차시 소음과 진동이 효과적으로 차단됐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특성상 일상주행에서의 잦은 정차시 엔진 스탑과 재가동시 불쾌한 진동이 거의 없는 편이다. 가속시에는 엔진 사운드를 다소 전달하는 설정인데, 고성능 모델다운 모습이다.

정지에서 100km/h 가속은 6.6초로 공차중량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워풀한 가속력이다. 최고속도는 191km/h에서 제한된다. 디펜더는 오프로더 중에서도 고속주행시 안정감이 좋은 편이다. 최고속도까지 가속하는 상황이나 빠른 차선변경에서도 자세를 유지해 안정적이다.

최신 모델답게 재출발을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조향을 지원하는 차선이탈방지 기능이 기본이다. 차선유지보조 기능이 빠진 점은 아쉬운데, 대형 SUV의 경우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옆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을 제외하면 완성도는 무난한 편이다.

디펜더의 백미는 오프로드 주행성능이다. 랜드로버코리아는 이번 시승에서도 도하를 포함한 화려한 오프로드 코스를 준비해 디펜더 130의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자랑했다. 기본 설정은 저속 기어를 체결하고, 에어 서스펜션 차고를 2단계로 높여 험로 주행 준비를 마쳤다.

차체를 최대로 올릴 경우 전륜 71.5mm, 후륜 73.5mm 들어올려 지상고를 최대 430mm까지 높일 수 있다. 디펜더 130의 리어 오버행이 길다고 생각되지만, 접근각 37.5도, 이탈각 28.5도에 달한다. 도하 수심은 900mm로 실시간으로 수심을 모니터링하고, 화면으로 보여준다.

도하 코스는 랜드로버의 험로 코스 중 가장 즐거운 부분이다. 물 웅덩이에 진입시 찰랑찰랑하게 외부를 비추던 카메라는 어느새 뿌연 물 속을 보여준다. 실내로 유입되는 물이 없음은 물론이고, 머플러가 완전히 물에 잠겨도 차량 시동이 유지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코스와 좌우로 범프가 반복되는 코스에서도 리어쪽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크게 올린 최저지상고 외에도 뒷바퀴부터 리어 엔드까지를 가파르게 세워 이탈각을 고려했다. 도심형 SUV와 달리 머플러도 바닥에 닿지 않게 설계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시승에서 디펜더 130의 눈에 띄는 변화는 부드러운 승차감 확보다. 110은 물론 90 보다도 부드러운 설정인데, 주행 안정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패밀리 SUV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3열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은 광활하다.

랜드로버는 디펜더의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통해 다양한 수요를 겨냥한다. 1인 세대는 작고 민첩한 90, 3인 가족은 110, 4인 이상은 130을 선택하면 만족할 수 있다. 디펜더 130이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디자인과 공간,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만족하는 부분은 매력적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