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을 시승했다. 2021년 7월 출시된 신형 티구안은 부분변경 모델로 새로운 내외관 디자인과 기본으로 장착된 운전보조장치, 그리고 5년 15만km 무상보증까지 제공한다. 10년전 가격으로 더 좋은 사양을 제공하는 신형 티구안은 국산차까지 위협한다.

티구안은 국내에서 베스트셀링 수입 SUV의 자리를 오랜 시간 차지한 모델이다.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수입차 중 가장 높은 잔존가치를 자랑해, 적은 비용으로 수입차를 경험할 수 있었다. 수입 SUV, 특히 유럽산 SUV의 가격 장벽이 높음을 고려하면 별다른 대안이 없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신차 출시와 함께 가격을 낮추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 고급 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함과 동시에 무상보증기간을 확대하며 수입차 대중화에 나섰다. 지난 10년간 급등한 국산차 가격을 고려하면 꽤나 합리적이다.

신형 티구안의 구입가는 3800~44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체급의 국산차와 비교될 만큼 가격 차이가 줄었다. 특히 과거 편의사양에 인색했던 수입차 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운전보조장치, 편의사양이 국산차 풀패키지 수준으로 향상돼 상품 구성에서 아쉬움이 적다.

시승차는 티구안 2.0 TDI 프레스티지 모델로 가격은 4158만원이다. 티구안의 국내 라인업은 4종으로 프리미엄과 프레스티지, 또한 각각의 트림은 2WD와 4WD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추가 옵션이 없는 점은 단점이자 장점으로, 묶음 옵션 자체가 없어 고민을 덜어준다.

시승차 기준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다이내믹 턴 시그널, 가죽시트, 1열 전동시트, 전석 열선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3존 자동에어컨, 선루프,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파크 어시스트, 360도 카메라, 전동 트렁크, 무선 카플레이, 무선충전, 내비게이션까지 사실상 풀패키지다.

4천만원 전후의 중형급 수입 SUV가 이런 사양으로 출시된 적은 적어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처음이다. 여기에 5년 15만km 무상보증까지 기본인데, 일반적으로 무상보증 연장에 수백만원이 소요된다. 적어도 구입 5년간은 차량 고장으로 인한 비용 지출이 없는 셈이다.

신형 티구안은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범퍼, 그리고 티테일에 변화를 줬다. 기존 티구안이 단단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만 강조했다면, 신형 티구안은 곡선을 가미해 여성적인 감각이 더해졌다. 다이내믹 턴시그널과 픽셀 타입 선별 조사가 가능한 상향등은 아우디가 연상된다.

측면부는 직선으로 이어진 캐릭터라인을 통해 단단한 이미지를 풍긴다. 19인치 대구경 휠과 함께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다. 국산 SUV 디자인이 기교의 끝을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심심해 보이지만, 오랜 시간 실증나지 않을 디자인이다. 유럽차의 색채가 가장 남아있다.

실내는 기존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전자식 계기판, 커진 모니터, 터치식 공조장치 조작부로 신선함을 부여했다. 디자인이나 소재는 평범하거나 지루하지만, 각 파츠의 견고한 치합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연상될 만큼 뛰어나다. 실내 거주성과 개방감은 우수한 편이다.

신형 티구안에는 2.0리터 TDI 디젤엔진과 7단 DSG 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1696kg, 복합 연비는 15.6km/ℓ(도심 14.2, 고속 17.6)다. 4WD 모델은 공차중량 1771kg, 복합 연비 13.4km/ℓ(도심 12.3, 고속 15.0)이다.

신형 티구안의 엔진은 '차세대 EA288 evo'라고 불리는 신형 유닛으로 트윈 SCR을 통해 질소산화물(NOx)을 기존 대비 80% 감소시켰다. 가장 환경친화적인 디젤엔진을 폭스바겐에서 양산차에 적용한 것으로, 승용디젤의 생명력은 다수의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동급에서 평범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이들링 스탑과 재시동이 꽤나 부드럽고 동작시 이질감이 적다. 7단 DSG 변속기는 자동변속기에 가까운 변속감을 보이는데, 특히 1~3단에서 듀얼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이질감이 양산차 중 가장 적은 셋업이다.

가속시의 움직임은 경쾌하다. 제원상 100km/h 가속은 9.4초로 평이한데, 발진 이후 가속감과 고속에서의 움직임은 수치에서 예상하는 것을 넘어선다. 제원상 출력은 150마력에 불과한데, 실제 움직임은 180~190마력대 차량과 유사해 실제 휠마력 측정 값이 궁금해 진다.

저속에서의 승차감은 국내외 경쟁차와 비교하면 단단한 편이다. 중소형 SUV의 서스펜션 셋업이 과거의 단단함에서 부드러움으로 돌아서고 있는데, 티구안은 그대로다. 반면 고속에서는 요철을 부드럽게 소화하는데, 저속보다 고속주행에 중점을 둔 서스펜션 셋업니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티구안의 강점 중 하나다. 사륜구동이나 여름용 타이어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노면과의 그립감이 좋다. 고속도로 규정 속도에서 최고 속도까지 속도를 높여도 풍절음 변화가 크지 않고, 초고속에서도 와이퍼가 제 역할을 하는 전형적인 독일차다.

시승한 기간 동안의 누적 연비는 18km/ℓ 전후를 무난히 기록했다. 고속주행시 꽤나 빠른 템포의 주행을 이어가도 20km/ℓ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최근 하이브리드 SUV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도심에서는 하이브리드가, 고속에서는 티구안의 경제성이 좋다.

기본으로 장착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장비는 장거리 주행시 피로감을 줄여주는 요소다. 특히 구간 단속시 과속에 대한 공포를 덜어준다. 차선유지보조는 고속은 물론 정체시에도 동작을 이어간다. HUD 패널은 예상보다 시인성이 좋아 자주 보게된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신형 티구안을 통해 제시한 상품성, 가격, 보증기간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입차가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국산차와도 경쟁하겠다는 의도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2020년 티구안은 국내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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