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의 괘 긁는 소리로 적막 속에서 탄생한 우주의 시작을 알리더니, 곧 가야금 위에서 쉴새없이 왔다갔다하는 바쁜 인생을 펼쳐놓았다. 이어 태평소로 인간과 자연의 혼을 불러오더니, 장구의 리드믹컬한 리듬으로 인간의 몸과 정신을 조율해갔다. 삼라만상의 안식처가 음악 속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29일 오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파트 오브 네이처(Part of Nature)’의 시연회를 보고 난 감상이다. 이날은 오는 10월 6일과 7일 양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창작음악회의 속살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국립관현악단은 작년 임준희 작곡가의 창작 작품 [어부사시사]로 좋은 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은 국립국악관현악단 황병기 예술감독 임기 중 마지막 창작 작업으로 독일작곡가 정일련이 자연을 주제 삼아 6개 파트로 구성한 창작곡이다.

▲ 황병기 예술감독

'파트 오브 네이처'는 모두 6개 악장으로 구성. 작곡가는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로서 인간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각 악장을 구성했다. 6개의 인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출(birth)' '숨(breath)' '심(heart)' '손(hands)' '이름(name)' '혼(spirit)'이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제 1악장 ‘출’, 제 4악장 ‘손’, 제 6악장 ‘혼’의 일부 곡들이 공개됐다.

첫 문을 연 곡인 ‘출’은 [음의 탄생]을 주제어로 삼은 관현악곡이다. 세상에 음이 내려온 후 소리를 내는 상상을 음악에 담아냈다. 전체 작품의 모든 음악적 요소를 담고 있는 첫 곡은 ‘저 먼 산사 속으로 들어가 명상에 잠길 때 느끼는 감정’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가야금의 현이 떨리는 소리, 거문고의 줄이 튕겨져서 피어나는 자연의 소리가 일품이었다.

두 번째 곡 ‘손’은 가야금-거문고 이중협주곡으로 정작곡가의 욕심이 담겨있는 곡이기도 하다. 손과 음이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악기인 가야금과 거문고의 협연이 인생사의 한 축을 그려냈다. 연주자들의 손 안에 영혼을 담아낸 곡이었다.

▲ 정일련 작곡가

마지막 곡 ‘혼’은 꽹과리, 장구, 북, 징을 위한 협주곡이다. 자연을 위한 의식이자 인간을 위한 의식을 담아내고자 ‘사물놀이와 무속음악에 대한 오마주’로 만들어졌다. 피날레답게 파워와 에너지가 대단한 곡이었다. 정작곡가가 '국악기 중 제일 가격이 싸고 간단한 악기지만 음이 매력적'이라고 언급했던 피리, 김덕수 선생님에게 배운 뒤 산조의 장구 반주를 맡은 바 있는 정작곡가의 분신처럼 여겨졌던 장구 연주자의 열연이 돋보인 무대였다. 묘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태평소의 선율 역시 매력적이었다.

정일련 작곡가는 29일 시연회 자리에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 전체 작품의 핵심 메시지” 이며 “하나의 음악을 듣고 모두 각기 다른 감정을 갖게 되는데 그것을 느끼면 된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이어 정작곡가는 “국악기는 가장 자연과 가까운 악기이다.”며 “(연주자)의 마음을 넣지 않으면 안되는 악기가 바로 국악기임”을 강조하며 우리 국악기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 파트오브네이처 시연회

이날 사회자로 나선 황병기 예술감독은 비밀 한가지를 털어놓았다. 이번 시연회를 연 이유가 “많은 관객들에게 작품에 대해 알리기 위한 홍보효과도 있지만, 작품을 위촉받은 작곡가의 (사기를 격려해)작업에 보다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정일련 작곡가가 시연회 후 보다 많은 영감이 떠올라 작품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10월 본 공연에서 협연할 연주자들은 이지영(가야금), 허윤정(거문고), 정수년(해금), 아쟁(이문수), 피리(박치완), 대금(김정승), 타악(김웅식) 등이다. 정치용 객원 지휘자를 통해 전 악장이 공개 될 예정이다. 시연회때는 김만석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가 지휘했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