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28일(2주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막이 올랐다. 한국 4대 직업발레단이 올리는 4작품 중 3작품은 이미 관객들과 만났다. 1회 공연만 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 장관도 함께 관람해 축제 현장을 빛냈다. 발레공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열기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객석은 꽉꽉 들어찼으며, 공연의 막이 내려간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상기된 표정으로 발레가 주는 여운에 빠져 있는 관객이 여럿 보였다.

▲ 대한민국발레축제 - 리셉션

#'명불허전' 클래식발레=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발레작곡가 차이콥스키의 극적인 음악으로도 유명한 작품. “그 누가 이 만큼 백조의 청순함과 흑조의 강렬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연기와 테크니션, 음악이해도가 합쳐져 최절정에 오른 무용수 김지영의 12일 모습이었다. 정확한 상체 움직임, 특히 등과 팔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백조의 우아한 날갯짓, 자신감 넘치는 하체의 움직임과 깔끔한 회전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외 지그프리트 왕자 정영재, 로트바르트 이영철, 파드트루아 김리회와 박슬기, 광대 배민순, 헝가리 공주 고혜주, 러시아 공주 유난희, 스페인 공주 이은원, 폴란드 공주 정혜란 등 국립발레단 최강 캐스팅은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수준 높은 발레와 음악의 조화’, ‘듣는 발레’의 미학을 완성시킨 이는 지휘자 구자범이었다. 뒷모습만 보고도 음악에 온전히 빠져있음을 알 수 있듯 구 지휘자의 어깨는 들썩이고 머리가 사방으로 움직였다. 사이사이 공중으로 땀이 튕겨나갔다. 음악의 신이 몸 속으로 들어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의 손에서 탄생된 음악과 백조들의 군무가 혼연일체돼 장면 장면 하나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특히, 2막 2장에서 하프 소리와 함께 하나 하나 깨어나는 백조들의 군무는 다시 봐도 일품이었다.

▲ 대한민국발레축제 - 백조의 호수

‘백조의 호수’ 매력에 빠진 당신이 선택할 차후 공연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지영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면, 7월 22일과 23일 이틀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플라잉 레슨]을 주목할 것. 세계정상급의발레리나 3인 김지영(국립발레단 수석), 임혜경(유니버설발레단 객원수석), 김세연(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솔로이스트)이 함께 춤추는 무대이다. LIG 문화재단이 세계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가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상호 협력을 통한 신선한 창작 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한 것.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음악이 귀에 쏙쏙 박히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면, 이미 구자범 지휘자의 마력에 빠진거다. 온 몸의 세포를 동원해 음악을 해석하는 구자범 지휘자의 다음 무대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예술감독 구자범) 122회 연주회다. 24일(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25일(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각각 공연되는 이번 연주회에서 구자범은 웃토리노 레스피기의 낭만적인 색채의 로마3부작 <로마의 축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를 수수게끼를 풀듯 한땀 한땀 풀어낼 예정이다.

#색다른 모던발레=서울발레시어터의 [라이프 이스]는 '죽음. 블랙 위드 레퀴엠', '사랑.열정.레드 위드 탱고 포 발레', 외로움.'블루 위드 솔리스트', '탄생 화이트 위드 러브 볼레로' 이렇게 4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중 세번째 이야기인 '솔리스트'는 홈리스 발레교육을 하면서 나눈 정서적 교류를 통해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으로 바흐의 <무반주첼로 조곡-첼리스트 정재윤>에 맞추어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제임스 전의 신작이다.

박상현 지휘자가 이끄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피트석이 아닌 무대 위에 자리한 점, 고정된 위치에서 연주자들이 음악을 들려주지 않고, 객석에 보여 지거나 사라기도 하며, 어느 순간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다양한 형식의 공간적 연출이 눈에 띄었다. 무대 막도 온전히 내리지 않은 채 막 사이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선사해 사랑과 외로움, 탄생과 죽음이 다 연결 돼 있음을 느끼게 했다.

▲ 대한민국발레축제 - 라이프이스

'탱고 포 발레'이야기에서 남녀의 사랑과 열정적인 몸짓과 함께 했던 관객의 신경을 자극하는 현악기의 소리, '솔리스트'에서 읽을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 모리스 라벨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멜로디와 붉은 의상 이미지로 각인 된 '러브 볼레로'의 탄생 움직임은 발레의 색다른 면을 읽어낼 수 있게 하는 시도였다.

#친절한 창작발레=광주시립무용단의 창작발레 [명성황후]의 첫인상은 친절한 발레였다. 요점이 정리된 자막이라기 보다는 각 장면에 대한 설명이 담긴 자막이 1막 6장, 2막 4장 총 10장에 걸쳐 상영됐다. 발레 초보자들이 보기에 안성맞춤인 공연인 셈이었다. 또한 발레와 국악 관현악의 만남을 시도해 우리네 국악기 소리가 귀에 들리는데 눈 앞에서는 현대적인 발레 동작이 재현 돼 색다른 체험을 갖게 했다. 태권무, 검무, 처용무, 장삼춤, 화관무 등 조선시대 춤사위가 등장해 한국무용 색채가 다분했다. 의상 역시 현대적인 발레 의상과 한국적 의상이 뒤섞여 동•서양의 조화를 추구했다.

▲ 대한민국발레축제 - 명성황후

고종 역 무용수 오윤환의 잘 빠진 신체조건과 깔끔한 마스크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보이기도 했다. 홍계훈 역 무용수 김선돈의 깔끔한 도약외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연극성을 살리며 매 장면을 이어간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단, 명성황후 일대기를 나열식으로 담고 있는 점, 군무진의 혼연일체가 부족해보이는 점, 주역 무용수의 테크닉을 확인할 수 있는 강렬한 아우라를 남기는 명장면을 극 속에 삽입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지방 예술단체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광주시립무용단의 작품인만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

#환상적인 클래식 발레=수 많은 발레 작품 중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인 [지젤]을 유니버설발레단이 18일 단 하루 공연한다. 순박한 시골처녀 지젤이 신분을 숨긴 귀족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당한 뒤 충격을 받아 유령(윌리)이 돼 나타난다는 내용. '현실을 잊고 꿈을 꾼다'는 느낌을 물씬 자아낼 클래식 발레 [지젤]은 1막-사랑의 끝 비극의 시작, 2막-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처연한 사랑으로 구성된다.

▲ 대한민국발레축제 - 지젤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 역은 이성아, 지젤을 미치게 한 그 남자 알브레히트 역은 엄재용, 알브레히트의 숨겨진 약혼녀 바틸드 역은 김애리, 지젤을 짝사랑하는 남자 힐라리온역은 진헌재가 캐스팅 됐다.

지젤 역 무용수 황혜민은 사랑에 배신 당해 놀라움과 슬픔으로 이성을 잃은 채 괴로워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일명 사랑에 배신당해 광란을 장면을 연출하게 되는데, 무용수의 극적인 연기력이 관건. 2막의 로맨틱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군무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사랑의 환희와 실연의 아픔을 동시에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데이지 꽃점의 유도동기(leitmotif)도 [지젤]의 낭만구현에 일조를 한다. 최승한 지휘자와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 8인 8색의 21세기형 창작발레=이번 축제를 통해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회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8명의 안무가들의 창작발레도 만나볼 수 있다. 이종필-'아이언 투(Iron II)'와 정미란-'더 퀘이사(The Quasar)'(18일, 19일)김경영-'구로동/백조'와 김용걸-'워크 원( Work I)'(21일, 22일), 정현주-'타임키퍼(Timekeeper)'와 정형일-'매드 소나타(Mad Sonata)'(24일, 25일), 차진엽-'킵 유어셀프 얼라이브(Keep yourself alive)'와 백영태-'플로잉(Flow...ing)'(27일, 28일)가 각 이틀간씩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대한민국발레축제 - 김경영 구로동/백조

#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소극장 발레 공연 직후 안무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4팀의 공연 중 차진엽과 백영태 팀만 2틀간 공연 중 첫날(27일)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갖고, 나머지 3팀은 모두 둘째날(19일, 22일, 25일) 대화시간을 갖는다.

6월25일(토) 1시가 되면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자료원 3층 세미나실이 북적북적? 축제의 부대행사로 [대한민국주역무용수와의만남]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 [백조의호수]의 주역인 김지영과 정영재,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주역 황혜민과 엄재용을 눈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불어 발레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의 전시도 축제 기간 동안 만날 수 있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