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신형 벨로스터 1.6 터보를 시승했다. 현대차 1.6 터보 라인업 중 가장 최신 모델인 벨로스터는 가장 스포티한 핸들링 감각과 서스펜션이 특징이다. 특히 후륜 로드홀딩이 눈에 띄게 좋아져 날렵한 핸들링과 함께 펀카로서의 자질을 완성했다.

현대차는 신형 벨로스터를 공개하기에 앞서 지난해 11월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인제스피디움에서 서킷주행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주행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후 4개월이 지난 뒤 신형 벨로스터를 실도로에서 시승했다.

시승차는 벨로스터 1.6 터보 스포츠 코어 모델로 무광 컬러인 슈팅스타가 적용됐다. 풀패키지에 가까운 모델임에도 마이너스 패키지가 적용돼 미쉐린 썸머타이어와 블랙 18인치 휠을 대신해 올시즌 타이어와 바람개비 형상의 스포츠 18인치 휠이 적용됐다.

1세대 벨로스터 디자인 계승

신형 벨로스터는 2+1 비대칭도어와 대형 그릴 등 기존 벨로스터의 디자인을 계승했지만, 프로포션과 디테일이 완전히 변경됐다. 레터링을 제외하면 기존 모델과 동일한 부분은 한 군데도 없지만 벨로스터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신형 벨로스터는 전장 4240mm, 전폭 1800mm, 전고 1400mm, 휠베이스 2650mm의 차체를 갖는다. 전작의 전장 4220mm, 전폭 1790mm, 전고 1400mm, 휠베이스 2650mm 대비 전장과 전폭이 소폭 커졌다. 하지만 디자인적인 변화로 차체가 한결 길고 낮아 보인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좌우에 다른 컬러가 적용된 비대칭 디자인이 적용됐다. 센터터널을 중심으로 운전석 쪽에는 블랙 도어트림이, 반대쪽에는 아이보리 도어트림이 적용됐다. 시승차는 샌드스톰 그레이가 적용된 사양의 가죽시트가 적용됐다.

안락하고 홀딩력 뛰어난 시트

시트포지션은 다소 낮아졌다. 극단적으로 낮은 포지션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껑충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눈에 띄는 장점은 시트다.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장거리 주행과 와인딩로드에서의 주행에서도 안락하고 홀딩력이 뛰어났다.

실내는 디자인과 컬러 구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반면 소재의 고급감에 있어서는 비슷한 가격의 i30 대비 다소 떨어진다. 2열은 머리 공간과 루프 면적이 대폭 확대됐으며, 무릎공간도 늘어났다. 등받이 기울기도 적당해 신장 170cm까지는 소화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 4기통 터보엔진으로 6000rpm에서 최고출력 204마력, 1500-4500rpm에서 최대토크 27.0kgm를 발휘하며,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조합된다. 최대토크 발생 시점이 1500rpm으로 당겨지고, 2000-4000rpm에서는 오버부스트가 동작된다.

가벼운 차체와 경쾌한 움직임

벨로스터의 1.6리터 터보엔진은 다양한 차종에서 사용되지만 감각은 상당히 다르다. 가속페달의 답력에 따른 움직임이 경쾌하고 한결 파워풀하다. 공차중량이 1300kg으로 1380kg의 아반떼 스포츠나 i30 1.6 터보 대비 80kg 가벼운 점도 영향을 미친다.

서스펜션은 상당히 단단한 타입이다. 벨로스터 1.6 터보에는 기본적으로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되는데, 중저속에서도 요철에서는 간헐적인 상하 바운싱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넘는 상황에서도 차체에 충격을 전하지 않는 점은 인상적이다.

국산 고성능 소형차 중 벨로스터가 가장 특화된 부분은 배기음이다.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머플러에서는 중저음의 배기음이 배출된다. 내비게이션 패키지에 포함된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ESE)는 스포츠모드에서 가상의 배기음을 더해 실내에 뿌려준다.

타이트한 기어비 설정

벨로스터 1.6 터보의 가속력은 동일한 엔진의 현대차 중 가장 빠르다. 중저속에서의 순발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최고속도에 가까운 영역까지 쉬지 않고 가속된다. 100km/h 정속주행에서의 엔진회전은 2000rpm으로 7단 변속기임에도 상당히 타이트한 설정이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이례적으로 안정적이다. 아반떼 스포츠의 경우 160km/h 부근에서 안정감이 저하되는 것과 달리 벨로스터는 그 이상의 속도에서도 안정적이다. 신형 K3가 아반떼 스포츠보다 안정감이 높다고 생각됐는데, 벨로스터는 그 이상이다.

벨로스터 1.6 터보와 같은 차의 가치는 와인딩로드에서 빛난다. 기존 벨로스터 터보는 디자인과 달리 핸들링이나 서스펜션이 펀카로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스포츠모드에서 풀가속을 시작하면 우렁찬 사운드가 운전자를 자극한다. 볼륨 20을 추천한다.

극적으로 향상된 리어 그립

가상 사운드는 리파인드, 다이내믹, 익스트림을 선택할 수 있는데, 과격한 주행에서는 우렁창 익스트림이 어울린다. 사운드와 함께 가속페달에 대한 엔진반응성을 선택할 수 있다. 엔진반응성을 빠르게 설정하면 전자식 가속페달의 아둔함은 완전히 사라진다.

벨로스터의 타이트한 스티어링 휠 기어비는 굽인 길에서 제맛이다. 적은 조타량에도 민첩하게 머리가 움직인다. 단순히 기어비만 타이트하게 설정됐을 뿐만 아니라 차체 머리의 회두성이 뛰어나다. 국산 전륜구동 모델 중에서는 가장 민첩한 움직임이다.

연속된 코너에서 벨로스터는 의외로 끈끈한 로드홀딩을 자랑한다. 특히 리어쪽의 그립력은 기존 국산 전륜구동차에는 보여준 적이 없는 높은 한계를 자랑한다. 시승차에 적용된 타이어의 그립력도 수준급이다. 올시즌 타이어임에도 한계치가 상당하다.

똑똑해진 듀얼클러치 변속기

한계 속도에 가까운 코너의 공략에서도 주행안정장치는 좀 처럼 개입하지 않는다. 단순히 운전자가 알아서 하라는 설정이라기 보다는 밸런스가 좋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언더스티어가 수반된 한계 코너링에서도 운전자의 가속 의지를 제어하지 않는다.

기어의 변속 로직도 똑똑해졌다. 한계 엔진회전에서 변속기는 자동으로 시프트업을 진행하는데, 운전자의 매뉴얼 시프트업과 함께 입력되는 상황에서도 허둥대지 않는다. 포르쉐나 BMW에서 잘하는 부분으로 운전자의 변속 실수를 차가 커버한다.

국산 전륜구동차 중 와인딩로드 최고의 펀카를 꼽는다면 단연 벨로스터다. 다만 3단이 커버하는 속도가 110km/h에서 제한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3단이 커버하는 속도가 120km/h로 향상된다면 월등히 빠른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추천 아이템, 로우스틸 패드

또한 브레이크의 페이드가 쉽게 오는 점도 아쉽다. 기존 인제스피디움 주행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서킷주행에서는 로우스틸 패드가 적용됐는데, 튜익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로우스틸 패드와 대용량 디스크가 포함된 제동 패키지는 56만원이다.

돌아오는 길에서 벨로스터 1.6 터보는 90km/h 전후의 속도에서 평균 14~16km/ℓ의 연비를 기록한다. 연비가 좋지 않았던 기존 벨로스터 터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높은 엔진회전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졌음에도 연비는 좋아졌다. 전반적인 효율성이 개선됐다.

벨로스터는 이단아 같은 존재다. 나와 이웃들 모두가 아반떼 혹은 싼타페를 타는 상황에서 벨로스터를 선택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벨로스터 같은 실험적인 국산차가 성공해야 오픈카 등 다양한 국산차가 출시될 수 있다. 벨로스터 N이 기대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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