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오래된 택시, 버스, 화물차기사 등 운송업자들은 흔히 내리막 구간에서 속도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주행한다고 한다. 이 경우 긴급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거리가 길어져 위험하지만 그만큼 엔진 아이들링 연료만 소모하는 상태에서 먼 거리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비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중량이 무거운 대형 트럭이나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이 이런 운전법을 자주 쓰며 그들만의 용어로 후리라고 부른다. 긴급한 상황에서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등의 위험한 운전법이지만 내리막 구간 중립 주행을 하는 이유는 트럭이나 버스의 경우 기어가 물린 상태에서 퓨얼컷 활용하면서 내리막 도로를 달려도 평지 구간에서 다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이 때 많은 연료가 소모된다고 한다. 또한 트럭이나 버스는 기본적으로 중량이 무겁기 때문에 내리막 구간에서 중립 주행할 때 승용차 및 경 상용차보다 효과가 크다.

다만 내리막 중립 주행할 때 연비 상승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재 판매되는 일부 상용차에는 이러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벤츠 악트로스의 경우 내리막 주행 시 엑셀레이터 페달에 발을 떼면 기어가 자동으로 중립으로 변환되는 에코롤 모드라는 변속 모드를 제공하며 다른 상용차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트럭에도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내리막 중립 주행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내리막 중립 주행에 대한 단점은 배제하고 연비 효과가 어느 정도 나오는지 간단한 실험을 통해 확인해 보기로 했다.

유럽 자동차 브랜드 중심으로 이미 적용되고 있는 내리막 중립 주행

상용차 뿐만 아니라 승용차에서도 이 기능은 이미 적용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시승하면서 확인한 브랜드만 해도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등이 있으며 각각의 자동차 브랜드마다 이름이 다르지만 가장 높은 연비를 구현할 수 있는 주행 모드에서 이런 기능이 기본적으로 적용되어 있다. 공통적으로 코스팅 기능이라고 하는데 이제부터 내리막 중립 주행 대신 코스팅 기능이라고 쓰겠다.

승용차에 탑재된 코스팅 기능은 운전자가 연비가 가장 높은 주행 모드로 설정한 후 엑셀레이터 페달에서만 발을 떼면 바로 코스팅 모드가 활성화된다. 다만 냉간 시동 후 그리고 바깥 기온이 차갑거나 주행 상황에 따라 코스팅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코스팅 기능이 활성화되면 긴급한 상황에서 제동거리가 길어지지 않을까?하는 의문도 있겠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브레이크 페달을 툭 건드리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다. 그리고 상용차와 달리 승용차는 서킷에서 가혹하게 주행하지 않는 이상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들은 코스팅 상태에서 제동거리는 정상적으로 주행한 상태와 비슷하다.

코스팅 기능의 연비 상승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코스팅 기능이 얼마나 연비를 향상시켜줄까?실제 주행으로 트립에 표기되는 순간 연비를 통해 확인해 보기로 했다.

실험대상 자동차는 현대 아반떼 쿠페 2.0L 가솔린 수동이며 수암터널 평촌에서 일산방향 약간 내리막 구간에서 버스나 화물차주들이 코스팅 기능을 많이 활용하는 구간 중 하나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수암터널 일산 방향으로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수암터널의 경우 평촌에서 일산 방향이 약간 내리막 구간인데 기어가 걸린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떼고 주행하면 속도가 조금씩 감소하기 때문에 엑셀레이터 페달을 아주 약간 밟아야 속도가 유지된다.

실험 과정 및 결과를 자동차 내부의 인캠으로 촬영 후 영상 편집했으며 실험 과정 및 결과는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수동 6단으로 변속된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살짝 밟은 것 보다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주행한 상태가 훨씬 더 높은 연비가 나왔으며 연비 상승 폭 또한 높다.

하지만 기어가 걸린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지 않으면 연료를 전혀 쓰지 않는 퓨얼컷 기능이 활성화되는데 이 상태에서도 속도가 올라갈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다면 중립 주행은 자제하는 것이 안전에도 더 도움에도 연료 절약에도 더 효과적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수입차의 경우 엑셀레이터 페달에 발을 떼면 코스팅 기능이 활성화되는데 볼보 S60 D4를 포함해서 내리막 경사가 가파른 경우에는 다시 코스팅 기능이 꺼지고 고단으로 변속이 되어 퓨얼컷이 걸리는 모델들도 있다.

내리막 중립 주행에 쓰이는 연료도 아까우니 아예 시동을 끈다면?

내리막 주행 중 시동을 끄고 주행한 경험한 운전자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내리막 주행 중 시동을 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전자는 일반적으로 시동 거는 것처럼 키를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시동을 돌리고 후자는 수동변속기인 경우 주행 속도에 알맞은 기어로 변속 후 클러치 페달을 떼면 시동이 걸리게 된다. 다만 후자는 촉매 수명에 영향을 주는 단점이 있다.

사실 유가는 올해 초와 비교해서 많이 낮아졌다. 1배럴에 100달러 이상이었던 국제유가는 현재 75달러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 때문에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해야 되고 결론적으로 자동차 연비는 0.1km/l라도 더 올려야 한다. 그래서 내리막 중립 주행보다 더 효과적인 엔진을 아예 정지시키는 기능까지 선보이고 있으며 이 기술 또한 코스팅 기능이라고 한다.

현재 수입차에서 쉽게 접하는 중립 주행 코스팅 기능과 달리 엔진을 정지하는 코스팅 기능을 갖춘 자동차는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 메르세데스-벤츠 S 63 AMG 코스팅 기능이 자동으로 엔진이 정지되는 기능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직접 확인해 본 적은 없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보쉬는 올해 상반기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연비를 높이는 기술 중에서 엔진을 정지하는 코스팅 기능은 소음, 배출가스 없이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으며 연비가 10%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이렇다 할 반등 요소 또한 없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국가들은 2020년까지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생산되는 자동차 모델들의 평균연비를 크게 끌어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2020년까지 미국은 리터당 21.3km/l, 중국은 20.3km/l 그리고 EU는 무려 25.1km/l까지 연비를 올려야 판매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내리막 구간에서 기어 중립으로 주행하고 시동을 끄는 코스팅 기능은 점점 강화되는 연비규제를 통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겠다.

혹시나 해서 당부 드리자면 코스팅 기능이 없는 자동차는 주행 중 기어를 중립으로 놓거나 시동을 끄고 운전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내리막 구간에서 시동을 끄는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세 번 정도 밟으면 진공이 모두 없어져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지고 스티어링휠이 잠기는 등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 중에서 이런 기능도 있구나 라는 것만 참고하도록 하자.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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