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앵 브랜드의 자동차는 독일이나 스웨덴 등 다른 유럽국가의 자동차와 비교해서 독창적인 특징들이 있다. 가장 먼저 스티어링휠 리모콘이 스티어링휠 스포크가 아닌 스티어링휠 좌우 칼럼에 붙어 있다. 이 때문에 푸조나 시트로앵 그리고 르노삼성 일부 모델은 스티어링휠 리모콘 버튼 조작이 처음에는 상당히 헷갈린다. 물론 익숙하면 스티어링휠 스포크에 붙은 버튼보다 더 쉽게 조작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모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프랑스 브랜드는 스티어링휠 크기가 작고 반응이 빠르다. 그러면서도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돌릴 때 크게 무거운 느낌이 없으며 이질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그리고 승차감이 부드럽고 승차감이 단단하게 느껴지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2세대 푸조 308 해치백 모델이 국내 출시했다. 2세대 308 모델은 EMP2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설계되어 1세대 308보다 무게를 줄였고 동급 해치백 모델 중에서 최초로 상, 하향등 모두 LED 헤드램프가 적용되어 야간 시인성 및 전력소모를 줄여 연비향상을 도모했다.

2세대 푸조 308은 1.6L 가솔린 엔진부터 2.0L 디젤 엔진까지 다양한 엔진과 6단 자동과 수동 그리고 푸조 고유의 반자동 변속기라고 할 수 있는 MCP 변속기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 출시되는 파워트레인은 2.0L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한 가지 파워트레인만 탑재된다. 지난 3월에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수입 판매되는 308은 하위 트림 악티브(Active), 상위 트림 펠린(Feline) 두 가지 트림이 판매되며 시승차는 상위 트림인 펠린이다.

개성 있는 모습 대신 얌전하게 바뀐 익스테리어

2014년 상반기까지 판매된 1세대 308의 경우 프런트 디자인만 보면 입이 큰 고래처럼 보이는 통합 프런트 그릴 덕택에 프런트 디자인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보는 듯 하다. 그리고 매우 과격해 보이면서도 리어 디자인은 반대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C필러 라인 때문에 프런트, 리어 디자인이 조금 밸런스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든다.

반면에 올해 출시한 2세대 308은 디자인이 한결 얌전해졌다. 프런트 에어 인테이크와 그릴이 통합되어 입을 쩍 벌린 고래를 연상케 하는 1세대 모델과 달리 그릴과 에어 인테이크가 분리되면서 1세대 모델의 독특한 개성이 조금 희석되었다. 대신 2세대 308 C필러 각도가 1세대보다 완만해 지면서 1세대 특유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2세대 푸조 308에는 동급 최초로 전조등이 LED전구를 적용했다. 그래서인지 양쪽 헤드램프 내부에 있는 전구들이 투명한 얼음처럼 보이며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사실 푸조 308의 경쟁 모델들을 보면 LED 헤드램프는 커녕 아직까지 전력소모가 큰 할로겐 램프를 적용한 경쟁 모델이 적지 않다. LED 헤드램프와 함께 주간주행등이 헤드램프 위에 붙어 있으며 시동을 끄고 들여다 보면 헤드램프 내부에 마치 수정 조각들이 붙어 있는 듯 하다.

헤드램프를 제외하고 2세대 308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너무 튀지도 너무 보수적이지도 않은 무난한 느낌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디자인이라 생각된다.

알칸테라 등 고급 소재가 적용된 인테리어

무난해진 308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달리 인테리어는 푸조만의 독특한 요소를 찾아볼 수 있으며 개성이 강하면서도 운전자 입장에서 편리한 요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 좌우 에어벤트 사이에 터치스크린이 자리잡고 있으며 오디오, 공조장치 조작은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며 내기순환버튼과 오디오 볼륨다이얼을 제외하면 별도의 버튼이 없다. 따라서 인테리어가 간결하고 심플하다.

운전석에 착석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대시보드 위쪽에 붙어 있는 계기판이다. 작년에 시승했었던 푸조 208 또한 대시보드 위쪽에 계기판이 붙어 있었으며 308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심지어 계기판 위치 뿐만 아니라 계기판 디자인도 208과 거의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208과 달리 오른쪽에 타코미터 왼쪽에 속도계라는 점이다.

보통 다른 자동차들은 대시보드 중앙에 계기판이 붙어 있어 속도를 포함한 주행정보를 확인하려면 전방에서 시선을 내려야 하지만 308은 대시보드 위에 붙은 계기판 덕분에 시선을 내리지 않고도 속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바로 시트였다. 탑승자의 몸과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은 부드러운 알칸테라 재질이고 시트 바깥부분은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합리성과 경제성이 우선인 컴팩트 해치백 모델에 대형 세단에서 주로 쓰이는 알칸테라 재질이 적용된 것이 놀랍다.

알칸테라 재질 덕분에 착석할 때 느낌이 부드러우며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만족스럽다. 뒷좌석의 경우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 등과 비교해서 레그룸이 딱히 넓지는 않지만 뒷좌석 또한 착석감이 부드러우며 뒷좌석 시트는 6:4 폴딩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 컵홀더가 하나뿐이고 센터콘솔박스 용량이 작은 건 옥의 티라고 생각된다. 도어 포켓에도 컵홀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센터 컵홀더가 하나 뿐이기 때문에 운전자 이외에 조수석에 탑승자가 있다면 조수석 탑승자는 음료수를 마신 뒤 센터 컵홀더가 아닌 도어 포켓에 음료수 캔이나 페트병을 두어야 할 것이다.

앙증맞은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재미를 선사하는 푸조 308

푸조 308을 포함한 대부분 푸조 모델들의 스티어링휠을 보면 타사 모델보다 스티어링휠이 유난히 작다. 그리고 스티어링휠 하단이 직선 처리된 D컷 스티어링휠이어서 승하차 할 때 스티어링휠이 다리에 걸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유난히 작은 308의 작은 스티어링휠 그리고 부드러우면서 미끄러운 느낌이 없는 적당한 그립감은 주행 중 스티어링휠을 휙휙 돌리고 싶은 충동을 가끔씩 느낄 정도로 푸조 308 스티어링휠은 빠른 스티어링휠 반응을 중시하는 푸조 답게 반응이 민감하다. 스티어링휠이 민감하면 일상적인 주행에서 도리어 불편할 수도 있지만 308은 그런 불편함도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스티어링휠 만큼은 308을 포함해서 푸조가 제일 잘 다듬은 듯 하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편이며 자잘한 요철 구간에서는 충격을 잘 흡수한다. 과속방지턱을 빠른 속도로 넘어갈 때 충격이 흡수되지 못하고 실내에 그대로 전달되는 편이다. 서스펜션의 상하 스트로크가 짧으면 이렇다. 스트로크가 길면 길수록 과속방지턱을 빨리 넘어갈 때 큰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높은 속도로 코너를 돌면 좌우 롤링이 커진다.

승차감이 부드럽지만 308 특유의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짧은 스트로크 덕택에 와인딩 로드에서 좌우 롤링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스포츠주행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은 듯 하다. 무엇보다도 308의 후륜 서스펜션이 토션빔이지만 토션빔 서스펜션이 적용된 국산 준중형차보다 요철이 많은 구간에서 승차감이 튀지 않고 고속 주행에서 불안감도 없었다.

시승차인 308 펠린의 휠, 타이어는 17인치 휠 그리고 225/45/17사이즈 타이어가 적용되어 있지만 회전 저항이 적은 에코타이어가 적용되어 있는 관계로 그립이 낮다. 스포츠주행을 선호한다면 타이어만 UHP타이어로 교체하면 된다.

부드러움 보다는 수동변속기 같은 느낌을 제공하는 6단 자동변속기

1세대 308의 경우 1.6L 디젤 엔진에 6단 MCP가 탑재되어 국내 수입 판매되었지만 2세대 308은 1.6L 엔진 대신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7.7kgkg.m의 힘을 내는 2.0L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어 판매된다. MCP의 경우 1.6L 디젤 엔진에만 탑재되고 2.0L 디젤 엔진에는 MCP가 없기 때문이다.

클러치 없는 수동변속기라고 볼 수 있는 MCP는 연비는 뛰어나지만 수동변속기 구조와 비슷하기 때문에 서행할 때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가 뗄 때 그리고 변속할 때 크게 꿀렁거린다. 대부분 국내 운전자들은 부드러운 운전 감각을 좋아하기 때문에 연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6단 자동변속기가 국내 실정에 더 맞는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푸조 308 6단 자동변속기는 시내 구간에서 서행할 때 다른 자동차보다 부드러운 편이 아니다. 특히 서행하면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떼면 MCP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 꿀렁거리는 느낌이 들면서 감속된다.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현대기아차 6단 자동변속기는 1, 2단 록업클러치가 없는 관계로 서행할 때 부드러운 주행 감각이 느껴지는데 308 6단 자동변속기 구조를 알 수 없지만 아마 서행할 때 쓰는 기어인 1, 2단에서도 록업클러치가 있는 듯 하다. 부드러운 주행 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동변속기라고 볼 수 있겠다.

기어비가 의외로 넓다. 엑셀레이터 페달 꾹 밟으면 40km/h 2단, 80km/h 3단, 120km/h에서 4단으로 변속된다. 1, 2단은 별 차이 없는데 3단부터 타사 브랜드의 6단 자동변속기보다 기어비가 작고 기어비 간격이 넓다. 고속도로 주행에서 연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시속 100km/h 주행할 때 1600rpm을 유지하는데 예전에 시승했던 BMW 120d하고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주행에서 트립 연비가 상당히 높은 푸조 308

1.6L 디젤 엔진과 MCP 변속기가 결합된 1세대 푸조 308 공인연비가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18.1km/l였지만 2.0L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 2세대 푸조 308의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14.6km/l로 크게 낮아졌다. 더 커진 배기량 그리고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자동변속기가 그 이유인 듯 하다.

하지만 공인연비가 꼭 정확하지는 않다. 오히려 일부 디젤 승용차들은 공인연비를 비웃기라도 한 듯 매우 높은 연비를 기록하는데 308 또한 여기에 해당된다. 대체 국내에서 어떻게 공인연비를 측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연비가 예상보다 너무 높게 나와서 놀랬다. 특히 시내 연비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먼저 시내 연비를 측정하기 위해 경기도 하남시 - 서울 가산동까지 시내 구간을 주행하면서 연비를 측정해 보았다. 연비 측정한 과정 그리고 결과는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100% 시내 구간만 주행했고 그것도 가장 막히는 월요일 출근 시간에 측정한 것이다. 트립 연비이기 때문에 트립 연비가 실제 연비와 100% 일치한다고 단정짓지 못하지만 경기도 하남시 - 서울 가산동까지 측정한 시내 연비는 리터당 16.6km/l라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공인연비 도심 기준으로 13.4km/l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연비라고 볼 수 있겠다.

디젤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인 고속도로 주행 연비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시속 100km/h 크루즈 컨트롤 활성화하여 주행하면 리터당 23km/l를 기록하는데 공인연비 고속도로 기준이 16.4km/l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상당히 놀라운 수치였다.

푸조 308과 직접적인 경쟁 모델은 아니지만 공인연비가 308보다 2 - 3km/l 정도 더 높은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수입 디젤 승용차와 비교해서 실제 연비가 비슷하거나 308이 오히려 연비가 더 높았다. 이쯤 되면 308 공인연비가 과연 제대로 측정된 것인지 의심된다. 트립 연비로 판단한 것이지만 공인연비 대비 실제 주행 연비가 너무 잘 나왔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주행성능 승차감 그리고 높은 연비를 경험한 푸조 308

푸조는 기자 기억으로 아마 2004년 디젤 승용차를 국내 허용하면서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푸조 407이라는 중형 세단 모델을 국내 수입하여 판매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디젤 엔진이 자신 있는 자동차 브랜드였고 제 2차 세계대전 이전에 푸조는 이미 자사의 생산 모델 402에 푸조 최초로 디젤 엔진이 탑재했을 정도로 푸조의 디젤 엔진 기술력은 뛰어난 수준이다. 2세대 308에서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을 때 경쟁 모델들은 7단 혹은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 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직접 시승해 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연비가 뛰어난 파워트레인 뿐만 아니라 308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고 스포츠주행을 즐길 수 있다. 거기에 푸조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동급 경쟁 모델에 없는 풀 LED 헤드램프 그리고 고급스러운 알칸테라 소재를 인테리어 곳곳에 적용했다.

푸조 308 국내 판매 가격은 악티브 3,390만원 펠린 3,740만원 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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