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경제가 불황이었던 1998년부터 경제가 점차 회복되었던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는 7인승 소형 미니밴 천국이었다. 그 당시 자동차 세금 체계를 보면 크기에 관계없이 7명이 탑승할 수 있다면 승합차로 분류되어 저렴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연비는 좋지 않았지만 당시 휘발유보다 월등히 저렴했던 LPG연료를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7인승 소형 미니밴을 구매했다.

하지만 이후 LPG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휘발유 가격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가격이 상승했고 7인승까지 승합차로 분류된 자동차 세금 체계가 10인승 이상으로 변경되면서 7인승 미니밴의 세금은 승용차와 동일하게 부과되었다. 따라서 한동안 7인승 미니밴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위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7인승 미니밴 모델은 승용차와 거의 동일한 주행감각 넓은 실내공간 부피가 큰 화물을 쉽게 적재할 수 있고 갑자기 많은 인원이 탑승해야 할 때 7인승 미니밴이 가장 유용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표적인 7인승 미니밴은 기아 올 뉴 카렌스 그리고 쉐보레 올란도가 있다.

기아 3세대 미니밴 올 뉴 카렌스

IMF를 전후로 부도위기까지 몰렸던 기아자동차의 생명을 연장시켰던 일등공신 미니밴 카렌스는 2006년 2세대 모델을 출시하고 2013년 3세대 올 뉴 카렌스를 선보였다. 3세대 모델 올 뉴 카렌스는 RV와 세단이 결합된 크로스오버 모델이며 승용차의 주행안전성과 주행감각을 고려해 2세대 모델보다 더 낮아졌다.

그렇지만 올 뉴 카렌스의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2013년 국내에서 21,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는 8,000대가 채 되지 않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2014년에는 국내에서만 2만5천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14년 1월부터 10월 까지 판매량은 겨우 3,200대 뿐이다. 남은 석 달 판매실적이 월 평균 7,300대 이상 기록해야 하는데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기아차에서 제시한 2014년 목표 판매실적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넓은 실내공간, 충돌안전성,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등의 이유로 보통 신모델 출시하면서 종전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 뉴 카렌스는 보기 드물게 오히려 더 작아졌다. 대신 2,750mm의 휠베이스를 확보하며 2열 레그룸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쉐보레의 ALV 올란도 2015년형으로 진화하다.

올 뉴 카렌스와 경쟁할 쉐보레 올란도는 2011년 상반기에 처음 출시되었으며 쉐보레는 올란도에 ALV(Active Life Vehicle)로 분류했다. 올란도는 출시 초 쉐보레의 다른 모델과 비교해서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올란도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수요층이 가장 많이 겹치는 기아 카렌스 시리즈가 경쟁 모델이 되고 있다. LPG가 주력인 기아 카렌스와 달리 올란도는 디젤이 주력이며 디젤이 먼저 나오고 LPG 모델이 나중에 출시되었다.

올란도와 카렌스가 사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라 보기 힘든 이유는 차체 길이가 올란도가 140mm나 더 길며 높이와 너비 또한 올란도가 더 높고 넓다. 다만 휠베이스가 카렌스가 올란도에 비해 겨우 10mm 짧기 때문에 휠베이스만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 거기에 올란도의 최저지상고는 167mm인데 반해 카렌스는 151mm에 불과해 카렌스는 사실상 키 큰 승용 해치백 모델에 가깝다라고 볼 수 있다.

올란도의 크기는 위 급 SUV 모델인 캡티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크고 실내공간이 넓기 때문에 판매량이 월 1,500-2500대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카렌스보다 한 수 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 비교

이제 두 모델의 디자인을 비교해보자. 사실상 키 큰 승용차라고 볼 수 있는 기아 올 뉴 카렌스 그리고 미니밴과 SUV 디자인을 절묘하게 섞은 듯한 독특한 쉐보레 올란도의 디자인은 한눈에 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을 보면 올 뉴 카렌스는 유행에 철저히 따른 전형적인 크로스오버 미니밴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전면 윈드실드가 승용차처럼 경사가 완만하고 루프라인 또한 승용차처럼 유선형 모양이다.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 몸통을 닮은 자동차 디자인이 가장 공기역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동차 모델이 올 뉴 카렌스와 비슷한 유선형 디자인이며 올 뉴 카렌스는 이런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올란도는 카렌스와 비교하면 투박한 박스 형태의 디자인이다. 전면 윈드실드가 올 뉴 카렌스보다 가파른 편이고 C필러와 리어 윈도우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탁 트인 전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공기역학에 불리해 보이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고속주행에서 풍절음이 크게 유입되는 단점도 있다.

두 모델 모두 헤드램프 면적이 작으면서도 상, 하향등이 분리된 4등식 헤드램프 형식이다. 올 뉴 카렌스는 프로젝션 타입, 올란도는 일반 클리어 타입이다. 뉴 카렌스의 경우 HID 헤드램프가 최고급 트림인 노블레스에서 130만원 하이테크 옵션을 추가해야 된다.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빛을 모으는 기능이 있는데 할로겐 전구에 프로젝션 타입 헤드램프가 적용된 경우 전조등이 어두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HID가 아닌 이상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무의미하며 일반 할로겐 전구가 탑재된 경우 클리어 타입의 올란도가 야간에 더 밝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수납 공간은 어떨까?

▲ 위 - 올란도 인테리어, 아래 - 올 뉴 카렌스 인테리어

먼저 운전석에 착석해 보면 올란도는 운전석과 조수석 공간이 확실히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고 대시보드가 높아 운전자를 사방으로 감싸는 느낌을 받는다. 시트포지션 자체는 낮지 않지만 높은 대시보드 덕택에 전방 시야가 올 뉴 카렌스보다 높은 편임에도 마치 승용차에 앉은 느낌이다.

올 뉴 카렌스는 올란도와 정 반대 느낌을 준다. 전면시야 자체는 올란도보다 조금 더 낮아 승용차와 같은 느낌을 주지만 대시보드가 낮고 높은 시트포지션 덕택에 전면시야가 쾌적하다. 다만 승용차와 비슷한 디자인 덕택에 A필러가 크게 누워 있어 좌, 우회전할 때 올란도대비 A필러가 시야를 가리는 단점이 있다.

▲ 왼쪽 - 올란도, 오른쪽 - 카렌스

시트는 올란도는 몸통을 감싸는 버킷시트 형태이고 카렌스는 겉보기에는 버킷시트 형태지만 실제로는 몸통을 좌우로 감싸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넓고 평평하다. 따라서 뚱뚱한 사람들이라면 올 뉴 카렌스 시트가 더 편하게 느껴질 것이며 시트쿠션의 경우에도 올란도는 단단하고 올 뉴 카렌스는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두 모델 모두 조수석 시트포지션이 매우 높지만 조수석 시트 높낮이 조절기능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 왼쪽 - 올란도, 오른쪽 - 카렌스

2열 시트는 미니밴 답게 두 모델 모두 시트 폴딩 등으로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지만 시트 활용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두 모델의 공통적인 2열 시트 편의사양은 시트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기본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소형 미니밴에서도 2열 시트 탑승자들을 위한 편의사양이 대거 추가되었는데 중형 세단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2열 에어벤트가 적용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점은 무엇이 있을까?

올란도는 시트 폴딩할 때 방식이 특이하다. 시트를 폴딩한 뒤 아예 180도 거꾸로 들어올리는 더블 폴딩 기능이 적용되어 있으며 이지테크라는 명칭을 부여했으며 올 뉴 카렌스는 6:4 폴딩만 가능하고 더블 폴딩 기능이 없다. 대신 2열 시트를 앞 뒤 슬라이딩이 가능하다.

▲ 왼쪽 3열 시트가 올란도, 오른쪽이 카렌스

3열의 경우 두 모델 모두 성인이 탑승하기에 불편하지만 두 모델 중에서는 그나마 올란도가 더 편하다. 3열 시트 크기가 올란도가 더 크고 착좌감도 더 좋기 때문이다.

주행성향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올란도, 올 뉴 카렌스

▲ EPS가 적용되었지만 스티어링휠 반응이 한결 자연스러운 쉐보레 올란도

올 뉴 카렌스와 올란도는 주행할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앞서 언급했지만 시트에 착석할 때부터 올란도는 쉐보레 크루즈와 거의 비슷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승용차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으며 올 뉴 카렌스는 전방시야 자체는 올란도보다 약간 낮지만 시트포지션이 높고 대시보드가 낮아 붕 뜬 느낌이다.

정차 상태에서의 정숙성은 두 모델의 차이는 없다. 하지만 속도를 올리고 스티어링휠을 거칠게 돌릴 때 두 모델의 거동 차이는 큰 편이며 특히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 느낌이 올란도가 카렌스보다 압도적이다. 올란도 카렌스 둘다 종전 유압식 스티어링휠보다 반응이 둔한 EPS가 적용되었지만 올란도는 유압식 파워스티어링휠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편이고 올 뉴 카렌스는 올란도보다는 반응이 약간 둔하다. 그렇지만 올란도보다 반응이 둔한 거지 올 뉴 카렌스의 EPS도 과거 현대기아차에 비하면 좋아졌다.

서스펜션 셋팅 또한 올란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진보했다. 2011년 처음 출시된 올란도는 달리고 멈출 때 최적화된 단단한 서스펜션 덕택에 운전 재미는 좋았지만 2열 시트에 착석할 때 지나치게 튄다 싶을 정도로 승차감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2015년형 올란도는 그런 단점이 개선되었다.

승차감을 살렸지만 2015년형 올란도는 운전 재미는 여전하다. 공간활용성을 중시한 미니밴이기 때문에 한계는 빨리 오지만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스티어링휠을 돌려도 올란도의 운동성능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르다.

▲ 초창기 MDPS 시스템보다는 좋아졌지만 유격과 이질적인 느낌이 가미된 올 뉴 카렌스

올 뉴 카렌스는 올란도에 비교하면 약간 유격이 느껴진다. 둔한 편은 아니지만 스티어링휠과 섀시가 따로 노는 듯한 주행 감각은 스포티하게 운전하고 싶은 젊은 운전자에게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스포츠주행 욕심을 버리면 카렌스도 나름 괜찮다.

엔진과 변속기는?

▲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힘을 내는 쉐보레 올란도 2.0L 디젤 엔진

올란도가 올 뉴 카렌스보다 배기량이 300cc 더 크고 배기량이 더 큰 만큼 올란도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6.7kg.m인데 반해올 뉴 카렌스는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3kg.m이며 당연한 얘기지만 올란도가 카렌스보다 배기량이 높은 만큼 힘과 가속력이 더 좋다.

두 모델 가속력 테스트에서 올 뉴 카렌스는 평지에서 시속 180km/h를 넘기 힘들었지만 올란도는 시속 180km/h 넘기 수월했다. 특히 올란도는 2011년 처음 시승할 때와 비교 시 파워트레인에서 큰 개선이 이루어졌다. 2011년에 처음 시승했던 올란도는 고속도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조금이라도 깊게 밟으면 록업클러치가 풀리며 rpm이 상승했지만 이번에 시승한 2015년형 올란도는 엑셀레이터 페달을 어느 정도 밟아도 록업클러치가 풀리지 않고 꾸준하게 가속할 수 있었다.

초기형 모델보다 록업클러치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주행할 수 있는 빈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연비도 종전 모델보다 적지 않게 좋아진 것도 2015년형 올란도의 장점이다.

▲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3kg.m의 힘을 내는 올 뉴 카렌스 1.7L 디젤 엔진

올 뉴 카렌스는 배기량이 낮아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도 올란도보다 낮은 만큼 힘과 가속력이 떨어지지만 올란도와 비교해서 떨어지는 것이지 시속 100km/h 이하 실용 구간에서는 여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7L라는 배기량을 감안할 때 정속 주행 연비가 올란도 대비 크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두 모델의 연비를 측정을 위해 파주 출판단지에서 자유로 성동IC를 왕복 주행했으며 파주 출판단지에서 성동IC까지는 자유로가 아닌 일반국도로 주행했고 성동IC부터 파주출판단지로 되돌아가는 구간은 자유로를 주행하면서 연비를 측정한 결과 올 뉴 카렌스는 18.1km/l 연비가 표기되었고 올란도는 17.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두 모델 모두 연비가 좋았지만 올란도의 엔진 배기량이 더 높고 공차중량도 150kg 이상 더 무거운 점을 감안하면 올란도가 우위에 있다고 본다.

크게 진화된 쉐보레 올란도 상품성 개선이 필요한 카렌스

▲ 국내 실정에 맞게 상품성을 개선한 2015년형 쉐보레 올란도

2011년 상반기에 시승했던 초기형 쉐보레 올란도는 너무 단단한 서스펜션 연비가 좋지 않은 파워트레인 때문에 이 부분에서 크게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2015년형 올란도는 기자가 생각했던 단점을 크게 보완했다. 올란도 특유의 넓은 공간활용성은 그대로 갖추면서 승차감이 더 편안해지고 연비도 크게 개선했다.

앞서 언급했지만 올란도는 이렇다 할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 없다. 올 뉴 카렌스가 경쟁 모델이라고 하지만 등급은 올란도가 올 뉴 카렌스보다 절반 정도 더 높다고 생각된다. 가격은 올란도가 카렌스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카렌스보다 상품성이 뛰어난 올란도는 꾸준하게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

반면 올 뉴 카렌스는 상품성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9월 카렌스 판매량은 겨우 289대에 그쳐 1,565대를 판매한 올란도와 크게 대비된다. 사실 올 뉴 카렌스도 모델 자체는 좋지만 기자가 두 모델 중에 하나 구매한다면 수동변속기를 고려하지 않는 한 올란도를 주저 없이 구매할 것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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