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전한다면 예열(豫熱)이라는 단어를 들어 보았을 것이며 특히 겨울철에는 예열을 하지 않고 시동 걸자마자 바로 출발하면 차에 무리가 온다는 말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예열이라는 단어는 미리 열을 내서 온도를 높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쉽게 풀이하면 사람이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바로 전속력으로 뜀박질하거나 더운 여름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바로 차가운 물 속으로 다이빙하면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은 물론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자동차도 마찬 가지다. 시동 걸자마자 기어 레버를 D 레인지로 바꾸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고 출발하면 엔진을 포함하여 자동차에 무리가 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열 즉 공회전을 오래할 필요는 없다. 예전에는 5분 심지어 차가운 겨울철에는 처음 시동건 후 10분 이상 공회전을 하고 출발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운전자들이 일부 있었지만 그런 습관은 오히려 연료만 낭비할 뿐이다.

공회전 시간은 몇 분 정도가 적당할까? 온도가 낮은 겨울철이라도 1분 내외 공회전 하고 나서 출발하면 된다. 특히 현재 출시되는 디젤 승용차는 1분 공회전 할 때나 10분 심지어 20분 공회전해도 수온계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기자가 예전에 현대 아반떼 디젤 승용차로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수온계 올라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공회전 시간이 오래 걸리면 쓸데없는 연료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시동 초기에는 엔진열을 빨리 올리기 위해 엔진 회전수가 높기 때문에 불완전연소가 발생하여 일산화탄소 등 공해물질을 많이 배출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예열을 전혀 안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일부 운전자들은 시동 걸자마자 예열을 빨리 마치기 위해 중립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 엔진 회전수를 의도적으로 많이 올리는데 아직 엔진오일 점도가 뻑뻑하다. 점도가 뻑뻑하기 때문에 윤활이 제대로 안되어 엔진에 무리가 갈 뿐더러 10분 이상 지속적으로 정차 상태에서 엔진 회전수를 올리는 경우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인 촉매가 망가져 일산화탄소, 탄화수소등 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된다. 이런 습관은 버려야 한다.

바닥에 있는 엔진오일이 피스톤까지 올라가는데 5초도 안 걸려

자동차 용품 제조업체로 유명한 모 회사의 엔진코팅제 광고를 보면 엔진의 마모는 시동을 거는 순간 마모가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이 맞다. 저녁에 자동차를 주차하면 엔진 내부에 골고루 묻은 오일이 엔진 아래쪽에 있는 오일팬으로 내려가게 된다. 따라서 시동을 걸게 되면 짧은 시간이지만 피스톤과 실린더 벽면에 오일이 없이 작동하게 된다. 윤활 역할을 하는 엔진오일이 거의 없으니 피스톤과 실린더 벽면에 직접적인 마찰이 생기게 되고 스크레치가 날 수도 있다.

오일팬에 고여있는 엔진오일은 시동을 걸게 되면 오일 스트레이너가 엔진오일을 흡입 후 엔진 내부로 골고루 엔진오일을 보낸다. 자동차에 가장 많이 넣는 5w-30 엔진오일의 경우 오일팬에 고인 엔진오일이 엔진 내부로 골고루 퍼지는 데는 5초도 걸리지 않는다. 엔진만 생각하면 시동 걸고 5초 이후에 바로 출발해도 되지만 자동차는 엔진 뿐만 아니고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 그리고 공기를 강제로 흡기에 밀어 넣는 터보 등의 시스템도 고려해야 한다.

디젤 승용차 가솔린 터보차는 예열에 더욱 신경 써야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터보 엔진은 정말 찾기 힘들었다. 국산차 중에서 가솔린 터보 엔진은 스쿠프만 접할 수 있었으며 디젤 엔진 또한 갤로퍼 터보 등 몇 종류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1세기 들어서 초 고압 인젝터를 통해 연료를 분사하는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보급되면서 터보가 폭넓게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거의 모든 디젤엔진은 터보가 적용되고 가솔린 엔진 또한 BMW 등 일부 수입차 메이커 중심으로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터보를 탑재한 다운사이징 엔진이 판매되고 있다.

터보는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배기가스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높은 출력을 얻고 다른 하나는 터보차저가 탑재된 자동차의 엔진오일은 엔진 뿐만 아니라 터보 내부의 샤프트를 지지하는 베어링을 윤활 시키기 위해 엔진오일 일부를 터보차저로 보내서 베어링을 윤활 시킨다. 그래서 특히 터보차져를 탑재한 자동차는 오일 관리를 더욱 신경 써야 오일로 인한 터보의 트러블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차가운 겨울철 시동을 걸자마자 급하게 출발하거나 정지 상태에서 엔진 회전수를 높게 띄우게 되면 어떻게 될까? 베어링이 제대로 윤활 되지 못해 베어링 수명이 짧아지거나 바로 망가질 수 있다.

참고로 터보는 엔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1분당 120,000rpm 이상 회전한다. 관리가 소홀한 디젤 승용차를 운전해 보면 엑셀레이터 페달 밟을 때마다 휘이잉~ 하는 선풍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 소리가 커지게 되면 터보 내부 베어링이 이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예열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엔진에 대한 언급은 많이 하면서도 정작 엔진에 동력을 전달하는 수동 혹은 자동변속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사실 자동차 부품 중에서 엔진보다 예열에 민감한 부품이 변속기 특히 오일 압력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자동변속기라고 볼 수 있다.

엔진오일 대비 예열되는 속도가 늦는 자동변속기 오일

자동변속기 오일은 흔히 ATF(Automatic Transmission Fruid)라고 하며 수동변속기가 윤활과 냉각 마찰저감에 한정되어 있다면 자동변속기 내부의 오일은 토크컨버터를 통해서 동력까지 전달하는 역할은 한다.

자동변속기 내부는 엔진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그래서 자동변속기 오일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쉽게 변질되지 않고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변속기 오일은 엔진오일보다 훨씬 점도가 높다.

점도가 엔진오일보다 훨씬 높은 자동변속기 오일 특성상 시동건 후 오랜 시간 공회전 하더라도 자동변속기 오일은 예열되는 속도가 엔진오일보다 훨씬 늦다. 다만 D 레인지로 기어 레버를 옮긴 뒤 서서히 출발하면 자동변속기 오일온도는 공회전 상태보다 더 빨리 올라간다.

자동변속기 오일의 적정 온도는 엔진오일과 비슷한 85-100도 이다. 그런데 예열을 마치고 주행할 때 처음부터 급 가속을 하게 되면 아직 오일 점도가 낮아 변속기 내부 유압 밸브가 뻑뻑하기 때문에 다음 단에서 변속을 안 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어 운 없으면 솔레노이드 밸브가 포함된 밸브바디가 고장나서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예열 후에는 천천히 서행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때 속도를 올려 정상 주행을 하면 된다.

예열 시간은 1분 내외 출발 후 5분 정도는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낮춰서 천천히 주행해야

자동차 예열은 사람의 준비운동과 비슷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정지 상태에서 예열 하는 것은 연료만 낭비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예열을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시동 건 후 1분 뒤 서서히 출발하면 된다.

다만 예열 하면서도 서서히 서행 하면서 예열을 해야 엔진과 변속기가 적정 온도까지 빨리 도달하면서도 자동차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주행 후 자동차 주차할 때는 높은 지대에 주차하고 다시 차를 써야 할 때 내리막 경사를 활용하여 예열 하면서 천천히 내려오면 좋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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