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성능이 뛰어난 차는 연비가 안 좋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차량이 속속 등장한다. 이번에 시승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그랬다.

렉서스 신형 GS450h와 신형 RX450h는 모든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완벽에 가까운 차가 나왔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 완벽해설까. 차를 수족(手足)처럼 다루는 자유로움보다 차가 운전자를 통제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운전의 재미면에서는 약간 아쉬움도 남는다.

▲ 렉서스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모델, 신형 RX450h(좌측)와 신형 GS450h(우측)

일반도로와 서킷에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차량 신형 GS450h와 신형 RX450h를 시승했다.

◆ 일반도로에서 타 본 렉서스 신형 RX450h

렉서스 RX는 단언코 전세계 모든 SUV 중 가장 조용하다. 정숙성 측면에서는 어떤 브랜드와도 비교를 거부한다. 여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 해지니 조용함의 수준을 넘어, 이제 미세한 진동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정숙함이 지나친 면도 있어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엔진 소리는 멀찌감치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다.

▲ 렉서스 신형 RX450h의 엔진은 보닛 깊은 곳에 자리했다

신형 RX450h에는 3.5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됐다.

프리우스나 캠리 하이브리드 등 다른 하이브리드카는 2개의 모터로 구동되는데, RX450h는 뒷바퀴에 전기모터를 한 개 더 추가해 4륜구동 시스템을 이뤘다.

순수 전기차 모드(EV)로도 주행이 가능하고 다른 하이브리드차와 마찬가지로 ‘앳킨슨 싸이클’엔진을 사용하고 있어 연료효율성이 높다. 또 배기가스 냉각 및 재순환 시스템(EGR, Exhaust Gas Recirculation)도 적용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더욱 높였다.

▲ 신형 RX450h는 일반 가솔린 모델과 외관상 큰 차이는 없다

단순히 연료효율성만을 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아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점이 매력적이다. 반응성이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뛰어나고 연비는 리터당 16.4km에 달한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UV 중에서 가장 뛰어난 연비다. 시승에 참여한 기자들 중에는 리터당 20km에 가까운 기록을 낸 경우도 있었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달리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의 느낌이 나도록 세팅한 것도 매력적이다. 실제 엔진브레이크는 아니고, 적극적으로 발전기를 동작시켜 차를 감속시키는 동시에 충전을 극대화 하는 기능이다.

몇몇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단점으로 지적받는 실내 공간이나 트렁크 공간의 협소함도 찾아볼 수 없다. 성능과 연비를 동시 갖췄고 고급스러움, 편의성, 공간 활용성 등을 꼼꼼하게 고려해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 신형 RX450h의 실내는 정갈하면서도 세부적인 디자인까지 신경써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 렉서스 신형 RX450h의 트렁크 공간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현상을 비롯한 주행 안정성은 아쉬웠다. 차선 변경이나 원선회를 할 때도 일반 가솔린 모델인 RX350보다 조금은 불안한 느낌이다. 무게 중심이 높은 편이고 차체 총중량도 2505kg에 달해선지 기울어짐이 크다.

◆ 서킷에서 타 본 렉서스 신형 GS450h

신형 GS450h는 렉서스가 추구하는 브랜드 방향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다. 도요타는 계속해서 하이브리드를 발전시킬 것이고 유럽의 디젤 차량보다 성능과 연비가 우수하면서도 가솔린 특유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라인업을 늘려갈 것이다. 결국 렉서스의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다는 얘기다.

▲ 서킷 위에 렉서스 신형 GS450h가 도열했다

신형 GS450h은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 중 ‘돌격대장’격이다. 가장 선봉에 위치해 시장 분위기도 파악해야 하고 유럽의 디젤 차량보다 한 수 앞선 모습을 보여야 한다. 험난한 길을 갈 모델이니만큼 심혈을 기울인 것은 당연하다. 렉서스가 바짝 날을 세우고 만든 신형 GS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했다. 앳킨슨 싸이클을 사용하는 3.5리터 V6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됐다.

▲ 신형 GS450h는 3.5리터 V6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장착됐다

▲ 렉서스 신형 GS450h의 실내

에코, 일반, 스포츠 S등의 주행설정 모드를 통해서 평소에는 한없이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스포츠 S+ 모드에서는 목이 뒤로 젖혀질 정도의 과격함도 갖고 있다. 엔진 사운드가 절제돼있는 것은 아쉽지만 속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이미 신형 GS의 탄탄한 하체와 밸런스, 핸들링 등의 기본기는 서킷과 일반도로에서 경험해봤다. 신형 GS450h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신형 GS에 비해서 박진감이 넘치진 않지만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하이브리드 차량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 신형 GS450h는 하이브리드 차량이지만 서킷에서 우수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특히 툭툭 치고나가는 토크감이 매우 우수하고 제동성능은 스포츠카 못지않다. 후륜구동 방식은 정확한 핸들링을 가능케 한다.

행사에 참가한 인스트럭터는 “GS450h는 작지 않은 크기의 차인데 매우 민첩하고 날쌔다”며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핸들링”이라고 말했다.

◆ 유럽 프리미엄 세단 앞에서도 ‘당당’

한국도요타는 이번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승행사에 아우디 3.0 TDI 콰트로,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과 렉서스 신형 G450h를 서킷에서 번갈아가며 타는 비교시승기회를 제공했다.

가장 먼저 아우디 A6에 올랐다. 우아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아우디의 인기가 왜 높아지고 있는지 단번에 알려준다. 3.0 TDI 엔진은 주행질감도 우수하다. 높은 토크로 초반 가속능력은 우수하다. 하지만 고속으로 접어들수록 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속능력은 떨어진다.

코너링에서는 아우디 사륜구동의 우수성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네바퀴가 노면에 힘을 고루 전달하면서 무리한 조작에서도 버티고 또 버텼다.

두 번째로 탑승한 차는 렉서스 신형 GS450h다. 날렵하다. 아우디 A6 보다 가볍게 움직이고 고속에서도 끊임없이 힘을 전달한다. 출력 면에서는 단연 앞선다. 후륜구동으로 인해 매끄럽고 정확한 코너링이 가능했다.

▲ 한국도요타는 유럽의 프리미엄 세단과 비교 시승을 진행했다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코너에 들어서면 차의 뒷부분이 조금 미끄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자장비가 신속하게 개입하고 자세를 바로 잡는다. 밸런스가 훌륭했지만 심장을 뛰게 만드는 박진감이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메르세데스-벤츠 E350 4MATIC에 탑승했다. 실내 디자인부터 다른 비교 차종에 비해 고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고, 스포티한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서킷에서 몰아본 차량 중 가장 매력 없고 둔탁했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주행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서킷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브레이크나 서스펜션 등의 차량 상태도 온전치 못했다.

렉서스 GS450h와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는 각각의 장점을 극명하게 보여줬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 비교 시승에서 사용된 유럽 차량은 새차인 GS450h보다 관리가 허술했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E350의 경우는 총주행거리도 높았다.

이번 비교시승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차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후륜구동 스포츠세단의 대표인 BMW 차량이 준비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고 비교시승에 준비된 차량이 렉서스 GS450h와는 다르게 모두 사륜구동이었다는 점은 의아한 부분이다.

◆ 렉서스,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한다

최근 출시되는 렉서스의 신차는 보수적인 성격이 강한 도요타에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와 당당히 겨루기 위해 완전히 새롭게 내놓은 ‘차세대’ 모델이다. 디자인만 보더라도 이전의 렉서스 모델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렉서스는 정숙성만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아니다. 5억원이 넘는 최첨단 슈퍼카를 만드는 브랜드고 최신 하이브리드 기술로 무장한 색다른 차량을 만드는 브랜드다.

▲ 렉서스는 더욱 다양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렉서스 제품&마케팅 기획부장인 앤드류커비는 “하이브리드는 렉서스의 핵심기술”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하고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렉서스는 오는 2015년까지 총 8개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여전히 디젤 차량이 주류고 ‘독일차’의 인기도 사그라질 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렉서스 신형 GS450h와 신형 RX450h가 그것에 충분히 대항할 정도의 능력을 갖췄음은 분명하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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