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산업은 직간접적으로 미국 제품의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듯 하다.

특히 영화 트랜스포머와 쉐보레 스포츠카는 아무리 떠올리기 싫어도 서로 떠올려질 정도로 긴밀한 관계.

영화에 등장하는 아군인 '오토봇'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수가 열세다. 몇몇 영웅들이 수많은 디셉티콘을 무찌르는 광경에 감탄할 지경. 상대편인 '디셉티콘'은 다양한 기능과 잔재주를 부리지만, 오토봇은 우직하게 정도로 밀어붙이는 점도 인상적이다. 마침내 커다란 덩치와 강력한 힘으로 대변되는 최고 로보트 '옵티머스 프라임'이 바로 미국적 영웅의 정점을 찍는다 하겠다.

▲ 쉐보레 스포츠카를 타면서 이 모습을 연상할 수 밖에 없다

쉐보레 노란 스포츠카를 타면서 이 장면을 연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콜벳을 타면 마치 

다양한 기능을 갖춘 수많은 유럽산 스포츠카나 일본산 스포츠카와 싸워 이기는, 힘세고 우직한 자동차라는 느낌이 든다.

또, 마치 터보엔진은 얍삽한 사술이라는 듯, 이 시대에 보기 드문 6.2리터 대 배기량 엔진을 고집하는 점도 우직함을 더한다. 콜벳(corvette)이라는 단어는 소형 전투함(warship)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니 이 차의 콘셉트 자체가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당연하다.

적어도 미국인들은 그렇게 느끼는 듯 하다. 실제 콜벳은 수십년 동안 미국 시장 고급 스포츠카 세그먼트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링 모델이기도 했다. 


이번 시승한 콜벳은 2005년에 나온 6세대 콜벳으로 C6라는 코드명으로 불린다. 1953년도에 첫 모델이 나왔으니 장수모델도 이런 장수모델이 없다.

▲ 과거의 쉐보레 콜벳은 지금보다 더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요즘의 자동차는 과거 콜벳처럼 과감한 형태가 아니라 무난하게 만드는 추세인지라 좀 느긋한 디자인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조금만 더 공격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만 뒤로 하면, 첫 인상은 어마어마한 크기에 누구나 위압감을 느끼게 될 정도다. 이런 차가 뒤에서 우르릉 거리면서 달려온다면 흠칫 놀라게 될 듯 하다.


▲ 쉐보레 콜벳의 엔진룸과 트렁크를 오픈한 모습

◆ 쉐보레 콜벳, 주행해보니

미국산이라고 해서 엉성한 느낌이라 예상하면 오산이다. 시트는 여느 유럽산 스포츠카 못지 않게 낮은 포지션이다. 시트 옆구리의 사이드 서포트도 단단하고 충실하게 만들어져 몸을 꼭 받쳐준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체형이 큰 미국인들은 이 차를 탈 수가 없겠다.

▲ 짧은 기어노브. 두가지 서스펜션의 강도 조절레버. 간략 명료한 실내 구성이다.

독특하게 생긴 (마치 전등을 켜고 끄는 스위치 같이 생긴) 버튼을 누르면 "우르릉"하면서 6.2리터 V8 엔진의 낮은 신음 소리가 들린다. 자동변속기를 D로 옮겨 가속페달에 살짝 발을 얹으면 넘치는 파워를 약간 죽이고 출발한다. 아마도 전자제어 장치의 역할도 있는 듯 하다.

"우르르르"하는 사운드를 들으며 차를 발진 시키면 거리에 이 차만이 존재하는 듯 하고 나머지 차들은 미안하지만 좀 하찮게 느껴질 정도다.  OHV 헤드의 V8엔진이 장착돼, 이 차의 사운드는 마치 주변의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엔진에서 샤프트를 통해 후륜으로 힘을 보내면, 뒷바퀴 쪽 기어박스를 거쳐 힘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돼 있는 콜벳 전통적인 파워트레인의 레이아웃도 인상적이다.

이같은 레이아웃은 무게 배분이 좋아 닛산 GT-R에도 사용되는 효과적인 기술이다. 서스펜션은 독특한 더블 위시본을 사용하고 있어 독특한 코너링 느낌을 준다.

◆ 앗, 이것은 가속페달이 아니라 '드리프트' 페달?

코너를 통과하다보면 감탄하는 구간이 있다. 적절한 속도에 이르른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페달이 가속의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드리프트의 온-오프 스위치 처럼 작동하게 된다. 조금만 밟으면 뒤를 좌 우로 자유롭게 슬라이드 하고, 페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자리 잡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승차감은 덩치에 맞지 않게 꽤 단단한 느낌이다. 노면의 충격이 꽤 전해지지만 불쾌하지는 않은 쾌적한 느낌이다.

쉐보레 측 얘기로는 서스펜션 내부의 액체에 전기에 반응하는 유체를 적용해 감쇠력을 자동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를 마그네틱 셀렉티브 라이드 컨트롤이라고 한다.

꼬마전구가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헤드램프 디자인은 어이 없을 정도로 단순하지만 그게 바로 콜벳의 매력 포인트기도 하다.

▲ 6.2리터 V8 대배기량 엔진이 내뿜는 사운드는 '사운드 컴포저' 같은 가짜 엔진음을 내는 장치로는 감히 흉내내지 못한다.

코너에서 포르쉐 911처럼 날렵하고 날카롭게 돌아나가는 느낌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그저 핸들만 돌리면 언제까지고 따라올 수 있다는 식이다. 매우 세련되고 정교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이 정말 매력적이다.

더구나 주행 모드는 TOUR와 SPORT, 두가지로 조절이 가능해 안락한 드라이빙이나 와인딩로드 공략을 모두 가능하게 했다. 승차감과 주행성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고 있는 느낌이다.

왜인지 저속에서 밀고가는 느낌은 그다지 찌릿하지 않지만, 일단 RPM이 오른 상태에서 마음이 닿는데까지 자유롭게 가속되는 느낌은 일품이다. 이보다 빠른 차가 과연 필요할까 싶은 느낌이다.

짜릿한 느낌은 톱을 제거했을 때 더 커진다. 전동식 톱은 아닌점은 약간 아쉽지만, 톱을 여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톱을 열자 사운드도 과격하지만 개방감과 즐거움이 배가 되는 기분이었다.

환상적인 사운드와 역동적인 주행감각, 도로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강력할 것이라는 뿌듯함. 이 차는 말 그대로 '즐거움' 그 자체다.

▲ 쉐보레 콜벳은 '즐거움' 그 자체다

◆ 콜벳을 타보니, '스포츠카 개념이 바뀐다'

말하자면 주행감각은 유럽산 스포츠카와 직접 비교할 것은 아니고,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포르쉐, BMW, 벤츠만 타보고 스포츠카 전부를 안다고 하면 완전히 오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내 판매 가격은 8천만원대로 같은 가격대 유럽산 수입차에 비하면 월등히 강력한 퍼포먼스를 낸다. 다만 7km/l대의 낮은 연비와 6.2리터의 세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무게를 가볍게 하고 크기를 줄이는게 어쩌면 스포츠카의 기본이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건 아닌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하는건 레이스가 아니고, 즐겁게 달리는 것이니까.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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