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예쁘다. 저 차 무슨 차야?”

시트로엥 DS3를 시승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오자 주변을 지나던 한 무리의 여성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골목골목을 지날 때에도 신기한 눈으로 DS3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시승차의 유리가 맑은 탓에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어쨌든 ‘예쁘다’는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DS3 1.6 가솔린 모델을 시승했다.

시트로엥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선 브랜드지만 이미 지난 1994년, 사브의 공식 수입원인 신한자동차를 통해 국내에 수입됐다. 그러나 3000cc 이하의 차량만 생산하는 시트로엥은 당시 고배기량의 대형차 위주의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지난 2002년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 시트로엥 DS3 1.6 가솔린 모델

지난 4월, 시트로엥 브랜드는 푸조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를 통해 10년 만에 국내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 한불모터스 측은 "이미 국내 수입차 시장은 연 10만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안정화에 접어들었으며 미니, 골프, 비틀, 큐브 등 스타일리시한 모델들의 인기도 높기 때문에 시트로엥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세련된 디자인…다양한 색상 조합 매력적  

DS3은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가 매력적인 3도어 해치백이다. 루프는 색상이 흰색으로 덮인, 이른바 '캡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후방 스포일러까지 이어지도록 해 입체감을 살렸다.

▲ 시트로엥 DS3 1.6 가솔린 모델의 측면

전면부는 빵빵한 차체에 시트로엥 엠블럼을 상징하는 라디에이터 그릴, 양 모서리에 포인트를 준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B필러 부분의 외장 강판은 3분의 2까지만 사용해(일명 샤크핀 필러) 마치 C필러가 생략 된 듯한 과감한 디지인 요소를 적용했다. 이로써 차체가 실제 크기에 비해 더욱 커 보이는 효과 뿐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도 느껴진다.

▲ 시트로엥의 DS3의 후측면

특히, DS3는 차체(6가지), 루프(4가지), 사이드미러(4가지)에 다양한 색상을 선택 할 수 있으며, 이를 개인의 취향대로 조합 가능하다. 비슷하지만 묘하게 다른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개성 넘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할 듯 하다.

◆ 섬세한 실내 디자인…인체공학적 설계 아쉬워

실내 디자인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소형차급에 비해 재질과 마감은 우수한 편이다. 스티어링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이용했지만 색의 톤과 배합이 잘 되어 있어 저렴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 시트로엥 DS3의 실내

또, 버튼은 많지만 결코 조잡하게 느껴지거나 이용이 불편하지 않다. 도어 트림이나 송풍구 등 실내 곳곳에도 센스 있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특히, DS3의 키는 무척 예뻐서 인상적이다.

▲ 시트로엥 DS3의 오디오(우)·크루즈컨트롤(좌) 레버와 키(하단)

그러나 인체공학적 측면에선 좀 아쉽다. 운전석에서 이용하는 편의 사양들이 전체적으로 낮고 멀게 느껴졌다. 기어 노브의 위치가 낮아 스포트 및 스노우 모드 버튼을 누르려면 허리를 숙여야 했다. 시트포지션을 조정하는 레버도 시트 뒤쪽에 위치해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등의 문제다.

▲ 시트로엥 DS3의 뒷좌석

DS3는 2도어 모델이라 그런지 1열 좌석은 넉넉하지만 2역 좌석은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이용하기에 좀 무리가 있다. DS3의 크기는 3948×1715×1458mm(전장×전폭×전고)로 폭스바겐 골프에 비해 전반적으로(전장 252mm, 전폭 70mm, 전고 22mm) 작다. 특히,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465mm로 골프(2578mm)에 비해 113mm나 작은 탓에 뒷좌석 공간에는 그리 여유가 없다.

◆ 단지 예쁜차 아니다…잘 달리고 잘 서고 잘 돌아

DS3를 주행하니 이 차는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을 위해 만든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속페달과 핸들 조작은 가볍고 탄력적인 반면 제동력은 뛰어나 운전하기가 편리했다. 특히, 저속에서 핸들이 가벼워 여성들에게 만족스러울 듯 하다.

DS3 1.6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6.3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동급 모델에 비해 나을게 없지만 달리고 서고 도는 기본 성능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 시트로엥 DS3의 1.6 VTi 엔진

고속에서는 시속 140km까지 무난히 도달하지만 그 이후의 속도에는 힘겨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상 주행 시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고속에서의 코너링도 쏠림없이 부드러워 안정감이 느껴지며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 시트로엥 DS3의 기어노브

DS3에 적용된 4단 자동변속기는 요즘 기준에선 부족해 보이지만, 스포트 모드와 수동 모드가 지원돼 운전하는 재미는 나쁘지 않다.

◆ 성능 우수, 디자인도 참신하지만…경쟁 모델, 너무 강력해

시승하는 내내 공인연비인 12.0km/l(복합연비)와 비슷한 11.4~11.6km/l 수준을 유지했지만 1.4 디젤 모델(20.2km/l)에 비해 연비가 매우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 새로 나온 경쟁 모델들에 비해서도 경제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20~30대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한 모델인데, 유지비가 더 든다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겠다. 

▲ 시트로엥 DS3

가격대 역시 고민으로 작용할 듯 싶다. DS3 1.6 모델의 가격은 2990만원인데, 이 가격대에는 이미 스타일리시카의 아이콘이라 할만한 미니 쿠퍼(2950~3480만원)와 소형 해치백의 절대 강자 폭스바겐 골프(3140~3350만원)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는 지난 4월 DS3를 출시하며 "수입차 시장이 연 10만대를 돌파했지만 이는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의 독주였다"면서 "시트로엥을 통해 조금은 지루한 수입차 시장을 다채롭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대표의 뜻대로 DS3가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있는 색상으로 국내 도로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 시트로엥 DS3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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