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RS AWD를 시승했다.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일체형 디스플레이를 적용, 트렌디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전동식 트렁크, 그리고 여유로운 차체와 서스펜션 성능은 장거리 여행시 만족감을 높여준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에서 생산, 판매되는 글로벌 전략 모델이다. 트랙스 상위 모델로 기획돼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62만대를 넘어서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23년 상반기 수출 1위 모델로, 코나와 셀토스의 수출량을 앞선다.

쉐보레는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시장 개척자의 역할을 해왔는데, 소형 SUV의 첫 모델이 바로 2013년 선보인 쉐보레 트랙스(G1UC)다. 이후 시장은 QM3, 티볼리, 코나, 셀토스, 보다 작은 스토닉, 베뉴, 그리고 박스카 쏘울, 하이브리드 니로 등 10여종이 직간접으로 경쟁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의 상위 모델로 2020년 1월 선보였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차체 크기는 당시 판매되던 3세대 투싼(TL)에 근접했는데, 같은 해 12월 4세대 투싼(NX4)이 롱보디 모델로 선보이며 차이를 벌렸다. 유럽형 숏보디 모델과 비교하면 크기 차이가 작은 편이다.

정면이나 후면에서 바라보면 투싼이나 스포티지와 덩치가 비슷해 보이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 중에는 KG모빌리티 코란도와 크기가 비슷하다. 현행 트레일블레이저는 전장 4425mm, 전폭 1810mm, 전고 1660mm, 휠베이스 2640mm다.

유럽내에서 대단한 판매량을 보이는 투싼과 스포티지가 숏보디 모델로 판매되고 있는 것은 주행성능의 차이 때문인데, 동일한 차체에서 차체와 휠베이스를 늘린 롱보디 모델의 경우 주행 밸런스나 거동이 둔해진다. 실제로 트레일블레이저는 공간과 주행성능이 좋은 편이다.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의 외관은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한 디테일 변화에 무게를 뒀다. 전면부의 듀얼포트 그릴은 하단부 면적을 줄이고, LED 주간주행등은 슬림화와 함께 LED 방향지시등과 통합됐다. LED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기본 사양에 LED 리어램프 디테일이 달라졌다.

RS와 ACTIV 트림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랠리 스포츠(Rally Sport)를 상징하는 RS 트림은 전후면에 쉐보레 블랙 보타이 엠블럼과 RS 배지가 적용되며,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블랙 아이스 크롬 그릴바와 글로스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이 탑재돼 구분된다.

RS 트림에서 스위처블 AWD 패키지(240만원) 선택시 AWD 시스템, 9단 자동변속기, Z-링크 리어 서스펜션,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7-스피커, 19인치 휠이 더해지는데 구성으로 따지면 가장 가성비가 좋은 옵션이다. 특히 ANC의 고속 소음 저감 효과가 좋은 편이다.

시승차는 트레일블레이저 RS AWD로 1.35리터 3기통 터보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스위처블 AWD 시스템 조합에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1470kg, 복합연비는 11.6km/ℓ(도심 10.7, 고속 12.7), FWD 기준 12.6km/ℓ(도심 11.9, 고속 13.4)다.

실내 디자인 변화는 풀체인지급에 가깝다. 8인치 전자식 클러스터와 11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적용돼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다. 중앙부 모니터는 운전자를 향해 기울어져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새차 냄새가 거의 없어 아이들을 키우는 소비자에게 특히 좋은 부분이다.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은 쉐보레 라인업의 공통된 강점으로 우수한 편이다. 시트의 상하 조절 폭이 크고, 앞쪽으로도 충분히 당겨져 체구가 작은 운전자도 바람직한 포지션을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트를 가장 낮출 경우 덩치가 큰 운전자에게도 헤드룸이 여유롭다.

실내공간은 트레일블레이저의 강점 중 하나로, 실내 전장은 물론 전폭, 헤드룸, 발밑 공간에서의 여유는 상위 경쟁 모델에 가깝다. 특히 쉐보레 SUV의 발밑 공간의 여유는 타사에서도 벤치마킹 할 가치가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전동식 트렁크는 만족감이 높은 옵션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발진 가속력은 상당히 경쾌하다. 1470kg(AWD 기준)의 가벼운 공차중량에 1600rpm부터 발휘되는 24.1kgm의 최대토크가 4000rpm까지 유지되는데, 9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는 모습은, 소형차에 준대형차 엔진이 탑재된 것과 유사한 경쾌함의 이유다.

일상주행에서의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쉐보레 모델 라인업의 서스펜션 구성을 살펴보면 차급 대비 여유로운 용량으로 구성해, 부드럽지만 한계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실제로 굽은 길을 고속으로 주파하면 리니어하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스포츠모드와 AWD를 함께 설정하면 탄력적인 가속력과 리어쪽에 그립이 더해지며 꽤나 재밌는 주행감각을 전하는데, 여름용 타이어가 아님에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스키드음 조차 만들어내지 않고 코너를 주파한다. 보급형 브랜드 SUV 중 이같은 운동성능은 아주 드물다.

고속도로에서의 항속 주행시 완성도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가장 큰 강점이다. 심야 고속주행에서는 규정속도를 상회하며 항속하는 상황이 있는데, 초고속 영역에서의 주행 안정감과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상쇄하는 ANC를 통해 장시간 주행을 이어가도 피로감이 낮다.

프리미엄 패키지 선택시 포함된 보스 프리미엄 7-스피커는 무선 연결에서도 의외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최근 몇 년간 미국시장에 판매되는 차량들의 사운드 시스템 평균치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이 확인되는데, 미국내에서 인기가 좋은 모델로는 당연한 부분이다.

트레일블레이저에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보조가 적용돼 장거리 주행시 피로감을 줄여준다. 내리막 구간단속시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하면 설정 속도를 넘어서는 차량이 꽤나 많은데, 트레일블레이저는 설정 속도 +2km/h 수준으로 제한해 안정감을 준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매력은 밸런스다. 파워트레인의 출력과 실내공간, 주행시 안정감과 승차감 등 다양한 부문에서 고르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중형급으로 커진 투싼, 스포티지나 코나, 셀토스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트레일블레이저는 꽤나 좋은 선택지로 생각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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