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예술의 중심지였던 유럽,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프랑스가 ‘예술’로 대변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나라에서 만든 자동차, 푸조라면 예술적 감각이 돋보일 것 같다.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푸조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과연 몇 대나 예술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지난 5월, 푸조의 프리미엄 세단 508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조의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그동안 푸조의 차량을 소개할 때 ‘프랑스 감성이 만들어낸 자동차’라는 식의 표현을 종종 썼는데 508은 거기에 가장 부합할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겠다.

◆ ‘우리 푸조가 달라졌어요’

유명한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이라도 받은 걸까? 얼굴이 확 달라졌다. 이 정도의 모습이라면 ‘프랑스 예술품’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겠다. 

기존 푸조의 패밀리룩은 개성이 넘쳤다. 하지만 과도하게 큰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등 여러 가지 디테일에 부담을 느끼던 소비자들을 볼 수 있었다. 508은 호불호의 문제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다. 푸조의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도 그렇고, 푸조와 완전히 동떨어진 신차라고 생각해도 매우 멋진 디자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푸조 디자인 디렉터로 선임된 질비달(Gilles Vidal)에 의해 탄생한 508은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푸조의 콘셉트카 SR1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푸조 측에 따르면 508에는 콘셉트카 SR1에 채용한 푸조의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인 ‘플로팅 스타일’이 적용됐다고  한다. ‘플로팅 스타일’은 정제되고 우아한 아름다움과 강인한 대리석 조각 같은 느낌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508을 보고 ‘멋있다’고 하지는 않더라도 ‘못생겼다’라고 불만을 품는 소비자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 실내 소재·마감은 고급스러움과 꼼꼼함이 돋보여

508 실내의 품질은 그동안 푸조 브랜드가 실용성에만 집착을 했다는 선입견을 벗어나게 해주기 충분하다.

운전석에 앉아서 천천히 실내를 살펴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푸조도 고급차를 만들 줄 아는구나’하는 거였다. 너무나 실내가 잘 꾸며져 있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손을 뻗어 여기저기 만져 봐도 훌륭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트와 스티어링휠, 도어 등에 사용된 가죽은 촉감도 우수하고 바느질도 꼼꼼하다. 실내 곳곳에 사용된 우레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위치에 따라 조금 단단하거나 푹신한 우레탄을 사용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모습이 눈에 띈다.

센터페시아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공조장치 컨트롤러가 위치했고 컵홀더와 내비게이션이 그 밑에 위치하고 있다. 오디오를 비롯한 각종 기능 조작은 스티어링휠에 위치한 버튼과 내비게이션을 통해 조절된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실내 디자인도 외관만큼 훌륭한 모습이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위치가 많은 소비자들에게 불만사항으로 거론될 것 같다. 내비게이션이 센터페시아에서 다소 밑에 위치하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다지만 운전 중 내비게이션으로 시야를 옮길 때 전방을 함께 주시하기 힘들다는 것은 단점이다.

또한, 내비게이션 바로 위에 컵홀더에 존재하기 때문에 컵홀더에 음료수를 꼽게 되면 내비게이션이 가려진다. 시원한 음료수에서 물방울이라도 맺히면 내비게이션 위에 떨어질 수도 있다.

◆ 영화 ‘택시’의 푸조가 현실이 됐다

국내에서 푸조는 연비 좋고 실용성이 뛰어난 브랜드로만 인식돼있지만, 사실 푸조는 WRC(월드랠리챔피언십)와 르망24시 내구레이스 등에서 많은 우승 경험을 갖고 있으며 현재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르망24시 내구레이스의 최상위 클래스 'LMP1'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아우디와 함께 확고한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바탕에는 푸조의 뛰어난 디젤 엔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승했던 508GT는 508 라인업 중에서 가장 강력한 차량이다. 2.2리터 HDi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204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쏘나타와 비슷한 크기인 508에 204마력의 최고출력은 대단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속능력의 주된 평가기준이 되는 최대토크가 200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 45.5kg·m나 된다. BMW 520d(38.8kg·m), 벤츠 E220 CDI(40.8kg·m) 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SPORT모드를 선택하거나 기어를 M모드로 전환했을 때, 매우 빠른 순발력을 자랑한다. 쑥쑥 치고 나가는 느낌이 경쾌하다. 1700kg이라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적한 새벽시간 제2자유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달려보니, 최고속도인 시속 232km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고속주행 중 불안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다만 rpm이 높아짐에 따라 엔진 소음과 풍절음, 진동 등이 다소 크게 느껴졌다. 독일의 디젤 차량에 비해 아쉬운 모습이다. 하지만 스포티함을 강조한 GT 모델임을 감안한다면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코너링은 무난한 수준이다. 일반적인 국내 중형차와 비슷하다. 유턴을 했을 때 생각보다 회전반경이 크다고 느껴졌다. 빠른 가속도와 날렵하고 정확한 핸들링이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 508, 국내 소비자들 유혹하기 충분

푸조 508은 아쉬운 부분이 상당수 있지만 장점이 더욱 돋보이는 차량이다. 차량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디자인과 연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508은 다른 것은 몰라도 디자인과 연비부분에서 최근 출시된 수입차 중 가장 돋보인다. 다이내믹한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패들시프트와 스포츠모드가 지원되는 508GT의 연비가 리터당 15.5km에 달하는 것은 놀랍다. 또한 상대적으로 값이 싼 경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적 이점은 더욱 크다.

508은 연비에 초점이 맞춰진 악티브와 기본모델인 알뤼르와 왜건, 주행성능에 초점이 맞춰진 GT까지 다양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가격은 4290만원~5610만원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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