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9 3.8 4X를 시승했다. 더 뉴 K9은 2021년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로, 내외관 디자인을 변경하고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을 적용하는 등 상품성을 높였다. 여유로운 실내공간과 대형세단 고유의 안락함을 통해 장거리 고속주행이 잦은 소비자에게 좋은 선택지다.

기아 K9은 지난 2012년 1세대 K9(KH), 2018년 2세대 K9(RJ)이 선보였다. 전장 5미터를 넘어서는 대형급 차체와 넓은 실내공간, 그리고 최신 수입차와 대등한 첨단 편의장비를 갖추고도 가격은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수준으로 책정해 수입차 수요를 겨냥한 모델이다.

1세대 K9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 주행모드 통합제어,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갖췄다. 2세대 K9은 EQ900의 M2 플랫폼을 기반으로 후륜구동 기반 사륜구동, 최고 수준의 ADAS 시스템을 갖추고 오너드리븐 수요를 노렸다.

현재 판매중인 2세대 K9 부분변경 모델은 디자인 변화와 함께 국산차로는 이례적인 웰컴 세레머니를 지원하는 LED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적용했다. 또한 이후 2023년형 K9을 출시하며 고급 사양 기본화, 합리적인 패키지 옵션을 제공, 시승차는 6547만원으로 구성 가능하다.

전면부는 대형 그릴과 함께 슬림한 헤드램프를 통해 현대적인 분위기다. 부분변경 이전 모델이 상하로 배치된 헤드램프를 통해 권위적이었다면, 이제는 세련미가 돋보인다. 차체와의 파팅라인이 눈에 띄지 않는 아일랜드 타입 보닛과 패널간 단차가 적은 점은 긍정적이다.

후면부는 기존 모델이 금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가로바를 포함한 가로형 리어램프를 적용했다. 미등과 브레이크등 발광부가 함께 동작하는 2-way 방식이며, 도어 오픈시 웰컴 세레머니를 지원한다. 주어진 조건에서 디자이너의 노력이 엿보이나 정체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와 오픈포어 우드 감각의 인레이, 얇은 베젤의 14.5인치 가로형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7인치 전자식 계기판, 금속재질이 연상되는 각종 스위치류 등 벤츠와 BMW의 분위기가 함께 담겨있다. 실제 조작 편의성은 국산 대형차 중 가장 우수한 편이다.

실내공간은 K9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쿠페형 실루엣을 사용하지 않은 탓에 레그룸은 물론 1열과 2열의 헤드룸이 여유롭다. 특히 2열 시트의 착좌감이 인상적인데, 전동식 리클라이닝 옵션을 선택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구성이다. G80 대비 2열 개방감이 좋은 편이다.

K9의 옵션 구성을 살펴보면 제네시스의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2와 유사한 프리미엄 팩이 눈에 띄는데, 퀼팅 나파가죽시트, 최고급 가죽 내장재, 리얼 우드 내장재, 앰비언트 라이트, 인터렉티브 조명이 추가에 326만원이다. SDS2와 마찬가지로 필수 선택 옵션으로 보여진다.

파워트레인은 3.8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AWD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돼 최고출력 315마력(6000rpm), 최대토크 40.5kgm(5000rpm)을 발휘한다. 공차중량 2010kg, 국내 복합연비는 8.3km/ℓ(도심 7.3, 고속 10.1)다. 3.3T는 370마력, 52.0kgm, 8.1km/ℓ다.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국산 대형세단의 정숙성은 수준급으로, 기아의 플래그십 모델인 K9도 뛰어난 수준이다. 윈드실드를 비롯해 1열과 2열, 리어 윈드실드까지 이중접합 차음 유리가 기본이다. 아이들링 스탑(ISG)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의외다.

적절한 시트포지션을 비롯해 전측방 시야가 좋은 편이다. 최근 유행하는 쿠페형 실루엣을 적용하지 않아 1열 헤드룸에서도 여유가 있다. 1열과 2열 모두에 두툼한 시트가 적용됐는데, 착좌감이 좋다. 추가 옵션인 퀼팅시트의 경우 스티칭이 많아 단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마트, 커스텀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전방예측변속은 스마트 모드에서 활성화된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부드러움을 강조했는데, 후륜구동 섀시의 기본적인 안정성이 바탕으로, 초고속 영역에 접어들수록 탄탄한 주행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전륜구동(FF) 기반 사륜구동 모델이 출시되며 후륜구동(FR) 모델의 강점이 희석될 수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 후륜 편향된 구동 배분과 보강이 이뤄진 섀시 등 유사한 체급에서는 후륜구동 기반 모델의 2열 승차감과 주행성능이 좋다. 2세대 K9은 3세대 G90 플랫폼을 사용한다. 

K9의 경우 가변형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은 모델의 서스펜션 셋업은 일상주행에서의 부드러움에 집중해, 굽은 길이나 초고속 주행이 잦은 운전자라면 99만원의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셋업에 댐퍼가 단단해지면 안정감이 좋다.

장거리 고속주행에서의 적은 피로감은 K9의 장점 중 하나다. 기본적인 정숙성과 함께 안락한 시트, 부드럽지만 탄탄한 승차감이 조합된 결과다. 과거에는 독일산 럭셔리 세단의 주행안정감이 탁월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E클래스나 5시리즈와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K9에 출고용으로 장착된 타이어가 콘티넨탈의 CONTIPROCONTACT 제품으로 접지력과 정숙성을 함께 만족하는 사계절 타이어이기 때문에, 여름용 타이어를 장착한 독일산 경쟁차가 우수하게 느껴질 수 있다. 향상된 주행성능을 원한다면 여름용 타이어 교체를 추천한다.

고속주행에서는 일상주행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315마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대기아차의 3.8 가솔린 엔진의 경우 의외로 고회전 지향 엔진이기 때문에 3000~4000rpm 이후에 힘을 제대로 발휘한다. 초고속 항속주행에서의 연비도 평균 9.5km/ℓ 수준을 유지해 우수하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발진 가속시 전후 5:5, 이후 저부하 주행에서는 후륜만으로 주행해 연비를 높이는데, 코너링 상황에서는 다시 전륜에 구동력을 더해 5:5 배분을 유지한다. 구동력 고정 배분 방식의 과거와 달리 가변 제어로 2WD와의 연비 차이는 0.3~0.6km/ℓ 수준이다.

기아 K9은 전통적인 럭셔리 대형세단의 가치에 집중한 모델이다. 럭셔리 브랜드 경쟁차와 유사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우월한 공간과 장비를 제공한다. 전기차와 SUV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지만, 차의 가치와 고급감을 고려하면 K9은 꽤나 저렴하게 느껴진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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