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스포츠카 GR 수프라를 시승했다. GR 수프라는 '운전이 주는 최상의 즐거움'을 컨셉트로 개발된 모델로, 출시 초기보다 강력해진 387마력 엔진과 1525kg의 경량화 차체는 7천만원대 수입차 중 최고의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코너링에서의 운전 재미가 인상적이다.

토요타코리아는 최근 젊은 소비자를 위한 스포츠카 출시와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힘을 쓰고 있다. 후륜구동 기반 수동변속기 스포츠카 GR 86과 고성능 스포츠카 GR 수프라를 비롯해 럭셔리 스포츠카 LC500, LC500 컨버터블를 출시했으며, 슈퍼6000 스톡카도 지원한다.

토요타 브랜드는 대중차나 하이브리드차로 많이 알려졌지만, 랠리나 내구레이스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모터스포츠나 스포츠카에 대한 이해가 높은 브랜드 중 하나다. GR 86과 GR 수프라의 GR은 TOYOTA GAZOO Racing의 약자다.  

최근 토요타 회장에 취임한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부사장 시절, 테스트 드라이버와 엔지니어로 구성된 사내 팀을 뉘르부르크링24 레이스에 출전, 소식을 전하던 웹사이트의 이름이 'Gazoo', 출전 팀의 명칭이 '팀 가주'다. 토요타의 고성능 디비전 모델에는 GR이 붙는다.

토요타 신형 수프라는 GR 디비전의 첫 번째 글로벌 GR 모델로 개발됐다. BMW Z4와 차체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데, 세부적인 셋업은 GR에서 진행했다. 프런트 미드십 구조와 낮은 시트포지션, 전후 무게배분 50:50 등 전통적인 스포츠카 요소를 갖춘 본격 스포츠카다.

외관 디자인은 토요타의 클래식 스포츠카 2000GT의 실루엣을 이어받았다. 전면이 길고 후면에 짧은 롱 노즈 숏 데크(Long Nose Short Deck) 컨셉의 차체를 기반으로, 부드러운 공기흐름을 유도하고 탑승자의 헤드룸 확보를 위한 더블버블 루프가 적용됐다. 

전면부 디자인은 유사한 모델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독창적인데, 개인적으로는 외계 생명체의 분위기가 전달된다. 헤드램프 하단부의 LED 주간주행등은 와이드한 차체를 강조한다. 운전석의 위치가 휠베이스 중심으로 뒷바퀴 쪽으로 치우친 프로포션은 꽤나 매력적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4380mm, 전폭 1855mm, 전고 1305mm, 휠베이스 2470mm로 2도어 스포츠카에서만 가능한 비율이다. 차체 길이대비 와이드한 차체와 긴 휠베이스 비율로 보여지나, 아반떼의 휠베이스가 2720mm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작고 타이트한 구성이다. 

후면부는 고속주행시 다운포스를 만들어내는 형상으로, 펜더와 루프라인이 만나는 부분의 입체적인 디자인은 양산차 중에서는 이례적인 형상이다. 100mm 직경의 듀얼 머플러는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과 함께 실제 배기음이 증폭돼 주행모드에 따라 강렬함을 전한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와 함께 극단적으로 낮은 시트포지션을 통해 본격적인 스포츠카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이 백(high back) 스포츠시트와 과격한 코너링에서 필요한 콘솔 무릎패드, 엔진회전계 중심의 직관적인 계기판이 특징이다. 버튼류는 BMW의 그것과 동일하다.

GR 수프라에는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는 후륜구동(FR) 레이아웃으로,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1525kg, 복합연비는 10.2km/ℓ(도심 9.1, 고속 12.0)다. 100km/h 정지가속 4.1초, 최고속도는 250km/h다.

차에 탑승하는 동작부터 여느 차량과는 달리 바닥에 내려앉는 기분이다. 쿠페형 모델 중에서는 비교적 짧은 도어는 다소 좁은 주차장에서도 탑승이 가능하게 한다. 두툼한 시트는 의외로 쿠셔닝이 좋다. 냉간 시동시 포효하는 배기음은 이런류의 차량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가벼운 짐은 시트 뒷쪽이나 트렁크에 넣을 수 있는데, 트렁크 공간이 이런 류의 차량으로는 넓은 290리터다. 낮은 시트포지션과 긴 보닛의 조합은 앞으로 출시될 신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설정이다. 전자식 계기판과 함께 헤드업 디스플레이, 최신 ADAS까지 기본이다.

일반적인 세단형 모델 대비 특별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없다. 기본적으로 차체가 낮고, 전면부 범퍼에는 에어로 파츠까지 장비했지만, 대부분의 과속방지턱을 넘을 만큼의 높이는 확보했다. 스포츠카지만 무작정 단단하지 않은, 일상주행까지 소화할 수 있는 승차감을 지녔다.

도심에서의 일상주행은 대부분 2000rpm 아래의 저회전으로 소화한다. 출력과 토크가 여유롭고, 저회전 토크가 좋은 터보엔진 특성상 엔진 회전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부드럽게 가속한다. 브레이크 페달은 밟는 속도와 깊이에 따라 리니어하게 제동력을 높이는 타입이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루거나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엔진회전이 3000rpm 부근으로 오르며 엔진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이 가상 사운드를 더하지만 이질감이 거의 없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주행안정장치의 개입을 줄이고, 변속시의 직결감이 강조된다.

8단 자동변속기는 토크컨버터 타입이지만, 변속 속도와 변속감에서 싱글클러치 자동변속기의 감성을 입혔다. 풀가속시에는 마치 대배기량 자연흡기 스포츠카처럼 엔진 회전을 높일수록 힘을 더한다. 엔진회전의 상승이 빠르고, 다운시프팅에서의 레브매칭도 꽤나 신속하다.

고속주행에서는 승차감이 다소 단단해지는데, 고속주행시 안정감을 높여주는 요소다. 다리 이음새 등 요철에서는 차체를 노면으로 강하게 끌어내리는 거동을 보여준다. 반복적인 가감속에서는 전륜구동이나 사륜구동 고성능차와는 다른 후륜구동 특유의 펀치력이 일품이다.

제원상 387마력을 발휘하나 체감 출력은 400마력대 모델에 가깝다. 400~500마력대 차량의 공차중량 대비 가벼운 차체와 타이트한 기어비 때문인데, GR 수프라의 공차중량 1525kg은 BMW M3의 1755kg 보다 가볍고, 마력당 무게비는 3.94로 포르쉐 911 카레라와 유사하다.

굽은 길에서는 빠른 속도에서의 제동과 선회, 재가속으로 이어지는 동작이 자연스럽다. 그립이 좋은 미쉐린 PSS 타이어는 여간해서는 스키드음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조향과 함께 코너 중심으로 돌아서는 빠른 회두성과 후륜의 든든한 그립이 자신감을 더하게 만들어준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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