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를 시승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신규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이 적용된 모델로, 논 하이브리드 모델과 동일한 디자인과 공간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에 소형차급 연비는 누구나 만족할 만한 상품성을 지녔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지닌 브랜드 중 하나다. 2009년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를 대중에 판매하기 시작해 대부분의 전륜구동(FF) 기반 모델 라인업에 내연기관과 함께 풀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구성해 판매 중이다.

과거 현대차의 풀 하이브리드 모델 파워트레인은 아반떼와 코나의 1.6리터 하이브리드, 쏘나타의 2.0리터 하이브리드, 그랜저IG의 2.4리터 하이브리드로 구성됐다. 하지만 1.6리터 터보 하이브리드 개발 이후 2.4리터 하이브리드를 대신해 그랜저, 싼타페, 투싼에 탑재했다.

신형 그랜저(GN7)는 3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8세대 쏘나타(DN8)부터 사용된 3세대 플랫폼은 저중심, 경량화의 특징 외에 동일한 모델 라인업에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PHEV, 배터리 전기차가 함께 고려된 유연한 플랫폼이다. 형제차로는 기아 K8이 판매된다.

시승차는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5121만원)에 파노라마 선루프(118만원), 하이테크 패키지(147만원),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2(128만원), 뒷좌석 전동식 도어커튼(49만원)이 추가된 모델로 차량 가격은 5563만원(세재 혜택 후, 개소세 3.5%) 사양이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상품성이나 옵션 사양이 크게 좋아졌지만, 불과 몇 개월 전에 판매된 가성비를 강조한 르블랑 트림의 가격이 4천만원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체감 가격 차이가 크다. 기존 그랜저가 쏘나타 고급형이었다면 신형 그랜저는 G80 보급형에 가깝다.

신형 그랜저의 외관 디자인은 먼저 시승한 그랜저 3.5와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언제부턴가 하이브리드 모델과의 디자인 차별화를 생략하고 있는데, 그만큼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쟁력이나 선호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20인치 휠은 그랜저 하이브리드 최초 사양이다.

신형 그랜저의 면과 선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과 패널간 단차는 기존 그랜저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특히 프레임리스 윈도우를 적용해 매끈하게 이어지는 그린하우스는 제네시스의 대부분 모델 라인업보다 고급스러운 감각이다. 자동으로 수납되는 도어핸들의 소음도 줄었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하나로 연결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다. 송풍구를 숨긴 디자인, 공조장치 조작부를 터치 패널로 구성한 부분도 향후 대부분의 신차에 적용될 디자인이다. 다른 소재간의 컬러감 통일이 인상적이다. 

2열에서는 그랜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가 차이를 보이는데, 풀패키지 기준 하이브리드에는 2열 리클라이닝이 제공되지 않는다. 배터리팩이 뒷좌석 하단에 있기 때문에 옵션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2열 리클라이닝 기능이 빠지며 2열 헤드룸이 10mm 가량 추가로 확보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1.6리터 터보 하이브리드와 6단 자동변속기, 전기모터와 배터리팩이 적용돼 합산 최고출력 230마력을 발휘한다. 엔진만으로는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m다. 20인치 휠 기준 공차중량 1735kg, 복합연비 15.7km/ℓ(도심 15.4, 고속 15.9)다.

파워트레인이 유사한 K8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K8 하이브리드(17인치, 1630kg)와 그랜저 하이브리드(18인치, 1700kg)의 복합연비가 각각 18.0km/ℓ(도심 18.2, 고속 17.7), 18.0km/ℓ(도심 18.0, 고속 17.9)로 공차중량과 휠 차이를 극복했는데, 종감속 기어비 차이로 보여진다.

시승 평균 연비는 15km/ℓ 수준으로 대구경 휠로 인한 연비 손실이 있다. 하지만 예쁜 20인치 휠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설경보가 내려진 상황으로 의도치 않게 ESC와 ABS 개입을 테스트 할 수 있었는데, 출력을 제어하고 제동이 들어오는 과정이 상당히 매끄럽다. 

저속 주행시 소음과 진동은 하이브리드 모델 특성상 아주 조용하다.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시점에서도 외부 소음의 유입은 크지 않다. 엔진이 개입하는 상황에서의 소음 유입도 크지 않고 매끄럽다. 보완할 부분이라면 급가속시 유입되는 엔진음을 조금 더 줄이면 좋겠다.

프레임리스 윈도우의 소음 유입이 걱정이라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중접합차음유리와 3중 실링을 통해 소음 유입을 해결했다. 유사한 사례로는 F30 3시리즈 대비 F36 4시리즈 그란쿠페의 정숙성을 비교하면 프레임리스 윈도우가 적용된 4시리즈의 정숙성이 우수하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일상주행시 동력성능은 내연기관보다 여유롭다. 발진 가속시 전기모터가 힘을 더하고, 터보 엔진의 최대토크도 1500rpm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기모터의 출력과 토크 역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38kW, 205Nm 보다 강력한 44.2kW, 264Nm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승차감은 먼저 시승한 신형 그랜저 3.5 HTRAC 대비 부드러운 셋업이다. 두 모델 모두 전자식 서스펜션이 적용됐는데, 셋업 차이가 다소 크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스포츠 모드시 승차감이 그랜저 3.5 HTRAC 노멀 모드 대비 미세하게 부드럽다.

그랜저 3.5는 제네시스 G80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기존 그랜저에 가까운 승차감이다. 중저속에서의 부드러움이 고속에서도 이어진다. 20인치 휠을 적용했음에도 노면의 날카로운 요철을 소화해 낸다. 대구경 휠 적용시 튀는 성향이 신형 그랜저에서는 상당히 해결됐다.

신형 그랜저 3.5 2WD(1730kg)와 그랜저 1.6 하이브리드(1735kg)의 공차중량(20인치 기준)이 5kg에 불과한데, 터보와 하이브리드 구성품이 2기통 엔진블럭의 무게와 유사한 셈이다. 중고속 주행에서의 펀치력과 중후한 배기음을 제외하면 하이브리드의 이점이 크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개발의 끝자락에서 출시된 만큼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인다. 크게 오른 가격과 가죽 내장재의 고급감이 일부 미흡한 점은 아쉽지만, 디자인과 사양, 공간, 승차감, 정숙성, 그리고 연비까지 현대차 중 가장 매력적인 모델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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