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 DBX707을 시승했다. DBX707은 애스턴마틴의 SUV 라인업 중 최상위 모델로, 럭셔리 SUV 중 상징적인 최고출력 707마력, 최고속도 310km/h를 발휘한다. DBX707은 여유로운 일상주행과 퍼포먼스를 함께 만족해, 우루스와 벤테이가의 절충안으로 보여진다.

애스턴마틴은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카 제조사로 영화 007 시리즈의 본드카로 잘 알려져 있다. 애스턴마틴은 하이엔드 스포츠카 브랜드 중 페라리, 람보르기니와는 다른 스타일의 스포츠카를 생산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3대 주주로 최신 모델의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

애스턴마틴의 국내 공식 수입사, 애스턴마틴 서울은 기흥인터내셔널에서 운영한다. 애스턴마틴 서울의 국내 모델 라인업은 2도어 스포츠카 3종(밴티지, DB11, DBS)과 SUV 1종(DBX)으로 구성된다. 2도어 스포츠카 라인업에서 로드스터 또는 볼란테는 오픈카를 의미한다.

하이엔드 스포츠카 브랜드의 SUV 출시 경쟁에서 애스턴마틴도 예외는 아니다. 애스턴마틴 DBX, 람보르기니 우루스, 페라리 푸로산게는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스포츠카 브랜드의 SUV 모델이다. 벤틀리 벤테이가와 비교하면 애스턴마틴 DBX는 상당히 스포티한 분위기다.

시승한 모델은 애스턴마틴 DBX707이다. DBX707은 2020년 국내에 출시된 애스턴마틴 DBX의 상위 버전으로 지난 7월 국내에 선보였다. DBX707은 최고출력이 707마력으로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가격은 3억1700만원부터다. DBX 기본형은 550마력, 2억4800만원부터다.

애스턴마틴 DBX의 가격은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유사한데, 출시 시점 기준으로 우루스(650마력) 2억5천만원부터, 우루스S(666마력) 2억9천만원부터, 우루스 퍼포만테(666마력) 3억원대부터다. 우루스가 지난 3년간 국내에서 621대 판매된 것과 달리 DBX의 판매는 미미했다.

애스턴마틴 DBX707의 실차 존재감은 상당하다. 사진이나 영상에서 덩치가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둥글둥글한 디자인 요소 때문이다. DBX의 차체는 전장 5040mm, 전폭 1995mm, 전고 1680mm, 휠베이스 3060mm로, 수치상 포르쉐 카이엔 보다 크고 우루스 대비 작다.

전면부는 애스턴마틴의 상징인 거대한 그릴이 위치한다. 마름모꼴의 DBX 주간주행등과 달리 DBX707은 일자형 주간주행등이 범퍼에 위치한다. 보닛과 펜더의 공기배출구를 비롯해 후방 디퓨저까지 공력 성능이 고려된 디자인이다. 후면부에는 쿼드 머플러팁이 위치한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눈에 보이는 패널은 물론 필러 부분과 천정, 선바이저까지 가죽으로 마감했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애스턴마틴 고유의 기어 버튼과 스타트 버튼이 위치한다. 반시계 방향의 엔진 회전계도 고유의 디자인 요소다.

운전석은 고성능 모델다운 타이트한 구성을 보여준다. 높게 위치한 센터터널 아래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부가 위치한다. 실내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4존 공조장치는 물론 2열에도 열선과 통풍 기능이 제공된다. 2열의 공간과 착좌감이 좋은 편이라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

애스턴마틴 DBX707은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과 9단 다판 클러치 자동변속기, 능동형 AWD 시스템을 통해 최고출력 707마력(6000rpm), 최대토크 91.8kgm(2600-4500rpm)를 발휘한다. 100km/h 정지가속은 3.3초, 최고속도 310km/h다. 국내 복합연비는 7.0km/ℓ다. 

DBX707의 기본적인 주행감각은 고성능 SUV 특유의 탄탄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럭셔리 대형 SUV, 그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감각으로, 세단과는 다른 주행감각에서 안전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공차중량 역시 2245kg으로 상당하다.

DBX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좁은 길에서도 운전이 편하다는 점이다. 럭셔리 대형 SUV 중에서는 디자인 요소로 인해 좁은 길에서의 운전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DBX는 넓은 시야로 인해 전장 5미터, 전폭 2미터의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다. 중형 SUV와 난이도가 유사하다.

중저속 일상주행에서는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셋업으로 인해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과속방지턱을 소화하는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모드에 따라 상당히 다른 주행감각을 전하는데, 스포츠모드나 스포츠+모드에서는 노면 정보를 사실적으로 전한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대단하다. 실제 속도보다 낮은 속도감은 초고속 영역에서도 불안감을 전하지 않는다. 저회전부터 여유로운 힘을 전달해, 엔진 회전을 크게 올리지 않아도 대부분의 가속과 추월을 소화한다. 초고속 영역에서의 가속은 그냥 고성능과 차원이 다르다.

중저속 가속은 물론 200km/h 이상 초고속 영역에서도 지치지 않는다. 스포츠+모드에서는 가변배기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데, 정갈하고 파워풀한 배기음은 애스턴마틴과 AMG의 중간 어디쯤이다. 실제 배기구에서 만들어지는 음색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설정이다.

굽은 길에서는 DBX707의 막강한 출력과 토크가 그대로 전달된다. 조타가 들어간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난폭하게 다루면 주행안정장치가 수시로 개입한다. 전륜 285mm, 후륜 325mm의 피제로 타이어도 파워를 감당하기 버겁다. 주행안정장치는 항상 켜 놓는 것을 추천한다.

코너링에서는 후륜의 전자식 디퍼런셜(E-Diff)과 100% 후륜으로 힘을 보낼 수 있는 AWD 시스템은 언더스티어를 줄여준다. 코너 진입시 가속을 유지해도 머리는 코너 안쪽을 파고든다. 전후 53:47의 무게배분과 48V 안티롤 장비는 반복 코너에서도 경쾌한 거동을 유지한다.

가혹한 주행에서도 제동력은 꾸준히 유지되는데, 6-피스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기본이다. 알루미늄 주물로 제작된 전방 휠하우스와 함께 고가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강력한 퍼포먼스를 지녔음에도 90km/h 주행시 연비는 12km/ℓ, 누적 연비는 7km/ℓ로 우수한 편이다.

애스턴마틴 DBX707은 출력과 정지가속, 최고속도 등 퍼포먼스의 수치적인 면에서 경쟁차 중 1등 모델이다. 또한 우루스의 성능과 벤테이가의 고급감을 함께 지닌 모델이기도 하다. 이런 복합적인 강점과 특징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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