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전기차 UX 300e를 시승했다. 렉서스 UX 300e는 100%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했지만 기존 UX 하이브리드의 강점인 여유로운 승차감을 유지한 것이 강점이다. 특히 렉서스 고유의 고급감과 적당한 차체 크기는 도심형 전기차로서 활용성을 발휘하기에 적합하다.

렉서스코리아는 첫 번째 전기차로 렉서스 UX 300e를 국내에 선보였다. 렉서스 UX 300e는 향후 짧은 기간 안에 다양한 배터리 전기차 출시를 선언한 렉서스의 전기차 상품성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모델이다. 특히 배터리팩 관련 안전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렉서스코리아는 UX 300e의 가격을 5490만원으로 책정했다. 전기차 국고 보조금 100% 지급을 위한 차량가 5500만원 미만에 해당돼 국고 보조금 605만원(최대 700만원)이 지원된다. 여기에 가장 짠 서울시 보조금 200만원을 더하면 4685만원에 구입 가능한 계산이 나온다.

UX 300e의 가격은 UX 250h 엔트리 모델과 동일한 수준으로, 타사와 비교하면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다. 국산차의 경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함께 판매하는 기아 니로는 최상위 트림 기준 하이브리드차 4910만원, 전기차 3306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1천만원을 넘어선다.

렉서스 UX는 렉서스 최초의 콤팩트 SUV로 1~2인 가구나 세컨카로 선택하는 성향이 강하다. 좁은 주차 공간을 소화해야 하는 도심형 전기차로서는 꽤나 매력적이다. 렉서스 UX 300e는 전장 4495mm, 전폭 1840mm, 전고 1525mm, 휠베이스 2640mm의 차체 크기를 갖는다.

UX 300e의 크기는 국산차 기준 현대차 코나와 투싼 사이에 위치한다. 운전석 시트포지션은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세단의 안락함을 추구하지만 전방 시야가 꽤나 좋다. 이런 구성으로 인해 주차시 부담감이 거의 없다. 운전이 서툰 운전자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차체 바닥에 배터리팩이 더해지면서 실내 바닥이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살짝 올라왔는데, 시각적으로나 체감상 공간의 차이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크로스오버 차체의 장점이기도 하다. 트렁크 공간은 오히려 41리터 증가했는데, 바닥 패널 아래에는 추가 적재 공간이 있다.

세부적으로 하이브리드 대비 5mm 늘어난 전고와 함께 1열과 2열 사이의 공간을 일부 확대했다. 또한 2열 힙포지션을 16mm 높아졌다. 바닥에 위치한 54.35kWh 배터리팩을 통해 무게 중심은 530mm 낮아졌다. 배터리팩에 맞춰 하부 크로스 멤버와 언더 커버가 보강됐다.

렉서스 UX 300e는 전륜 전기모터(FF)를 통해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1830kg, 국내 복합 전비는 4.7km/kWh(도심 5.0, 고속 4.3), 최대 주행거리는 복합 233km(도심 248, 고속 214)다. 부족해 보이는 주행거리는 배터리 용량이 이유다.

발진시 주행감각은 여유로운 편이다. 총알처럼 달려가는 일부 전기차의 셋업과 달리 일상적인 페달링에서는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차의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렉서스 관계자에 따르면 의도된 셋업이라고 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누르면 전기차다운 빠른 가속을 보인다.

전륜 기반 전기차에서 이런 셋업은 안전성이나 승차감에서 좋은 영향을 준다. 발진과 함께 최대토크가 나오는 전기모터 특성상 즉답식 가속은 멀미를 유발하기 쉽다. 전기차가 후륜구동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 후륜 전기차는 악천후 주행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

렉서스 UX의 승차감은 전기차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작은 차체에서는 좋은 승차감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렉서스 UX는 오히려 상위 모델보다 승차감이 좋다. 기본적인 주행성능을 살리고 있지만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지닌,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전기차의 가장 큰 불만이 승차감인데, 차체 하부의 스케이트보드형 섀시 구조의 유연성이 떨어져 특정 조건에서 프레임 보디 차량과 유사한 승차감을 보인다. 이런 부분에서는 UX 300e와 같은 내연기관차 기반 전기차가 오히려 우수하다.

UX 300e는 제주 해안 도로의 거친 노면이나 불규칙한 과속방지턱에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렉서스코리아가 고른 시승 코스는 제주 내륙을 관통하는 구불구불한 코너가 이어지는 업힐과 다운힐이 이어지는 구간이다. 제주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도로가 있다.

긴 오르막으로 시작되는 코스에서는 풀 가속으로 가속했다. 꽤나 가파른 업힐 구간에서 속도를 올려가는 템포는 여느 내연기관차 대비 한 단계 빠르다. 이중접합차음유리를 적용하지 않았음에도 기본적인 방음이 좋은 편인데, 바닥의 배터리팩으로 인해 하부 소음도 줄었다.

코너링에서의 회두성도 의외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 주행성능을 강조한 GA-C 플랫폼 기반에 늘어난 무게만큼 무게중심이 낮아져 민첩함도 보인다. 전륜 서스펜션 기어 박스에 브레이스를 추가해 조향 응답성을 높이고, 전륜 쇼버를 최적화했다는 것이 제조사측 설명이다.

과격한 코너링과 제동에서는 타이어의 횡그립과 종그립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효율과 성능을 함께 만족해야 하는 전기차 타이어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4단계로 조절되는 회생제동은 약한 편으로, 내연기관차의 엔진 브레이크 수준의 소극적인 모습이다.

UX 300e의 가속과 제동, 회생제동에 관한 설정은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에 가깝다. 전기차를 처음 접하는 오너에게는 가장 이질감이 적은 차량 중 하나다. 회생제동 셋업을 강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리막길은 전기차에게 전기를 충전하며 무료로 주행하는 구간이다. 오르막에서 소진한 전력을 상당 부분 채워준다. 기본으로 탑재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로유지보조 기능은 코너링 주파는 물론, 앞차를 인식해 추종하는 기능을 통해 차선이 희미한 곳도 소화한다.

렉서스 UX 300e는 작은 럭셔리 전기차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상품성을 갖췄다. 내비가 제외된 작은 디스플레이가 아쉽지만 거주성과 승차감, 기본으로 제공되는 풍부한 안전장비는 매력적인 요소다. 도심 주행이 많은 전기차 예비 오너들이 반드시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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