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아우디 익스피리언스에서 고성능 아우디 라인업을 시승했다. V10 미드십 스포츠카 R8을 비롯해 국내 출시를 앞둔 600마력 SUV RS Q8, 300마력대 고성능 디젤 S6, 그리고 전기 SUV e-트론 50 콰트로, 전기 스포츠카 RS e-트론 GT를 인제 서킷 일대에서 시승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고성능 브랜드를 앞다퉈 전면에 내세우며 고성능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벤츠는 AMG, BMW는 M 브랜드 고성능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아우디는 아우디 스포트에서 개발한 RS(Renn Sport) 모델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아우디 RS 라인업은 AMG나 M과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최근의 RS 모델 라인업은 서킷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과 함께 편안한 장거리 여행을 함께 만족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캐릭터의 정점은 SUV 모델 RS Q8이나 왜건 RS6에서 확인된다.

아우디 RS Q8은 Q8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로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장 5010mm, 전폭 2000mm, 전고 1750mm, 휠베이스 2995mm의 대형 SUV로 공차중량은 2460kg에 달한다. 600마력의 4.0 V8 트윈터보 엔진을 통해 100km/h 가속은 3.8초, 최고속도는 305km/h다.

Q8의 디자인 완성도는 RS Q8에서 마침표를 찍는데, 거대한 휠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타이어 사이즈는 295/35ZR23으로 무려 23인치 휠과 편평비 35를 갖는다. 그럼에도 거대한 캘리퍼를 적용해 휠 내부를 가득 메운다. 내달리지 않아도 차의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RS Q8의 시승은 리어 휠 조향을 통한 좁은 길에서의 민첩성과 날쌘 슬라럼 성능, 그리고 50m 남짓한 구간에서의 폭발적인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좁은 길에서는 Q8 대비 작은 차체의 A5 스포트백과 비교해 오히려 RQ Q8의 회전 반경이 좁은 것을 확인해 줬다.

스티어링 휠에는 RS1 모드와 RS2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RS2 모드에서는 런치 컨트롤이 활성화되며 엔진의 힘을 최대한 노면에 쏟아낸다. RS Q8의 제원상 100km/h 정지가속은 3.8초, 가볍고 낮은 스포츠카와 달리 높고 거대한 몸집이 폭발적인 가속으로 달려 나간다.

본격적인 서킷 시승은 아우디 최상위 스포츠카 R8 V10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2억5757만원의 610마력 고성능 스포츠카를 서킷에서 경험하는 것은 시승이 일상인 기자에게도 갑부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기회다. 더군다나 R8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V10 자연흡기 스포츠카다.

R8 V10 퍼포먼스는 R8의 2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국내에는 지난 2월 출시됐다. R8은 미드십 구조로 람보르기니 우라칸과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며, 생산도 같은 공장에서 이뤄진다. BMW나 벤츠에는 없는 정통 미드십 스포츠카를 아우디에서는 생산하고 있다.

R8 V10 퍼포먼스에는 5.2리터 V10 가솔린 직분사(TFSI) 엔진과 7단 S트로닉 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성능을 낸다. 정지에서 100km/h 가속은 3.1초, 최고속도는 331km/h다. 복합연비는 6km/ℓ(도심 5.1, 고속 7.5)로 고급유를 넣어줘야 한다.

뻥 뚫린 공간에서도 R8 V10의 냉간 시동음은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히 우렁차다. 커다란 원형 머플러팁 내부에는 가변 플랩이 위치해 주행 모드에 따라 배기음을 키울 수 있다. 낮게 위치한 시트에 몸을 밀어 넣으면 의외로 좋은 전방, 측방 시야로 인해 부담감이 적다.

경량화에 최선을 다한 듯한 소재와 구성으로 생각되지만, 16채널 13개 스피커의 뱅앤올룹슨 오디오와 전자동 공조장치, 전후방 주차 경보 등 필요한 옵션은 충분히 갖췄다. 노멀 주행모드에서의 웜업 주행에서는 꽤나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 일상주행도 가능해 보인다.

주행모드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은 무척이나 다르게 변한다. 부드럽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가속페달을 빠르고 강하게 다루면 9000rpm 가까이 회전수를 올리며 돌진한다. 최고 회전 가까이에서는 콰트로 시스템을 탑재했음에도 주행안전장치가 개입한다.

낮은 무게중심과 뛰어난 그립의 타이어를 적용했음에도 610마력을 모조리 쏟아내는 풀가속에서는 구동배분과 주행안전장치가 운전자도 모르게 차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실제 운전자는 주행안전장치의 개입을 느끼기 어려운데, 계기판 경고등이 깜박이며 동작을 알린다.

차에 익숙한 오너라도 노면의 상태나 타이어 온도, 가속시 조향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달린다면 균형을 무너지게 할 만큼 강력한 파워다. 프로 레이서가 아니라면 주행안전장치가 꺼지는 RS2 모드를 활성화 시키지 않는 것이 차를 보존하는 좋은 방법이다.

곡선주로가 끝나고 풀가속이 가능한 인제 서킷 메인 주로에서는 어렵지 않게 250km/h에 도달한다. 고회전에서 조용해지는 최근의 고성능 터보차와 달리 하이 피치에서도 배기음이 터져 나온다. 고회전에 이르러 미친듯이 터져 나오는 토크는 자연흡기 엔진만의 특권이다.

충분히 빠른 것 같았던 R8 V10은 프로 레이서들의 택시 드라이빙에서 진면목을 보여준다. 예상했던 그립 한계를 뛰어 넘으며 그립과 슬립을 오가는 주행에서 R8의 실력이 드러난다. 가속보다 빠르게 속도를 줄이는 제동에서도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는 지치지 않는다.

잠깐의 동승이 허락된 RS e-트론 GT의 발진 가속에서는 속이 약간 울렁거린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와 유사한 파워를 갖는 모델로, 타이칸과는 살짝 다른 가상 엔진음이 사용됐다. R8 대비 652kg 무거워진 차체에 4명이 탑승할 수 있는데, 가속 성능은 유사한 괴물이다.

인제서킷 외부 도로에서 시승한 SQ8 TDI는 고성능 SUV의 가성비를 보여준다. 디젤엔진이 이제는 퇴장을 앞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SQ8 TDI의 V8 엔진 만큼은 오래 보고 싶다. 6기통 가솔린 보다 부드러운 회전 질감에 가솔린 중형차 수준의 연비, 435마력을 갖춘 괴물이다.

가격표에 1억원은 가볍게 찍고 가는 럭셔리 대형 SUV 중에서 SQ8 TDI는 팔방미인 V8 디젤을 갖추고도 1억3943만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돼 비싸지만 싼 것 같은 묘한 합리적인 느낌을 받는다. 350마력의 6기통 디젤 모델 S6 TDI가 1억934만원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SQ8 TDI는 굽은 길에서 소형 SUV 같은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그립이 좋은 타이어와 함께 리어 휠을 조향하는 다이내믹 올 휠 스티어링과 스포츠 디퍼렌셜까지 갖췄다. 여기에 90mm 차고 조절이 가능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스포츠까지 갖춰 흠을 잡기 어렵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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