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8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K8은 K7 후속 모델로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과 최신 사양이 적용됐다. 특히 하이브리드는 1.6리터 T-GDI 엔진으로 변경되며 기존 K7보다 성능과 연비가 모두 향상됐다. 경쾌한 주행성능과 연비는 만족스럽지만, 일부 완성도는 아쉽다.

K8은 사전계약 첫날 1만8015대를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가 K8의 인기를 견인했다. 업계에 따르면 K8 하이브리드의 4월 첫째 주 기준 사전계약 대수는 약 8500대로 K8 라인업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시승차의 가격은 4952만원이다.

K8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kgm의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과 최고출력 59마력의 전기모터,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시스템 총 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시승차(18인치 휠, 빌트인캠) 기준 16.8km/ℓ다.

최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효율이 높아진 구동모터, 공차중량을 줄이는 등의 개선을 통해 K7 하이브리드 대비 성능과 연비가 향상됐다. 2.5 가솔린보다 높은 출력과 디젤 엔진 수준의 연비가 K8 하이브리드의 강점이다. 114km의 주행에서 누적 연비 14.2km/ℓ를 기록했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한 약 15km의 와인딩 코스 및 50km의 고속 주행 테스트가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이다. 고저차가 있는 서울 양양고속도로 35km 구간을 100km/h로 정속 주행해본 결과 누적 연비는 27.1km/ℓ로 나타났다. 초반 발진 가속감은 무척 경쾌하다.

기존 K7 하이브리드와는 비교할 수 없으며, 현행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기아 쏘렌토보다도 빠르다. 쏘렌토와의 차이는 K8 하이브리드의 공차중량이 150kg 가벼워서로 판단된다. K8의 공차중량이 쏘렌토보다 가벼운 만큼 가속페달은 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K8 하이브리드의 최대토크는 3.5 가솔린(36.6kgm) 수준으로 도심은 물론 자동차 전용 도로 등을 여유롭게 주행할 수 있다. 100~110km/h 속도로 주행중 선행차 추월을 위한 재가속시 펀치력도 수준급이다. 급가속시에는 4기통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느껴진다.

스마트스트림 6단 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없어 무단 변속기와 유사한 감각이다. 다만 변속기의 체결감은 불만이다. 수동 변속시 기어 단수는 바로 변경되지만, 즉각적으로 힘이 붙지 않는다. 패들 시프트 적용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킥 다운시에도 발생한다.

연료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 6단 변속기임을 생각해도 분명 아쉽다. EV 모드는 저속은 물론 100km/h 이상 관성 주행시에도 활성화된다. 1.6 터보 하이브리드는 EV 모드 전환 혹은 엔진 개입이 이질감 없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EV 표시등은 계기판에만 나온다.

특히 기존 K7 하이브리드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했던 EV 모드 주행 중 급가속시 엔진이 개입하며 울컥거리는 현상도 개선됐다. 시승차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탑재된 모델로 쇼크업 소버의 감쇠력을 컴포트, 스포츠로 설정할 수 있다. 승차감은 K8 가솔린보다 부드럽다.

245/40R19 타이어가 제공되는 가솔린 모델과 다르게 하이브리드는 245/45R18 타이어가 적용되며 승차감에 미묘한 차이가 만들어졌다. K8 가솔린 모델의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 중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한다면 18인치 휠과 전자제어 서스펜션 선택을 추천한다.

요철과 고르지 못한 노면, 과속방지턱을 조금 빠르게 통과해도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고속으로 범프 구간을 통과하면 상하 바운싱을 일부 허용하지만 지속해서 차체를 지면으로 강하게 끌어내려 불안하지는 않다. 부드러운 승차감 속에서도 고속주행 안정감은 수준급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전면부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주던 기존 K7과는 다르게 앞부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강하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서스펜션 컴포트와 스포츠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두 모드의 차이는 와인딩에서 확인하기 쉽다. 컴포트는 코너에서 좌우 롤링을 허용한다.

차체가 좌우로 출렁거리며 거동이 다소 불안하다. 스포츠는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롤링을 최대한 억제하며, 출렁거리는 범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코너를 깊게 파고드는 성향으로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순정 사계절 타이어는 그립이 다소 약해 주의가 필요하다.

K8 하이브리드의 기본 사양인 R-MDPS는 운전자가 조작한 만큼 정확하게 전륜 조향이 이뤄진다.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우수한 편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이질감이 없다. 고속주행시 차체를 타고 올라오는 노면 소음은 적지만 A필러 쪽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크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다. 디스플레이의 차량 설정에 나오는 그래픽은 K8이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차량이 등장한다. 기아 엠블럼만 확인된다. 정지상태에서 급가속시 토크스티어도 개선되지 않았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엠비언트 라이트도 아쉽다.

K8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가솔린 모델과 차이가 없다. 하이브리드 전용 엠블럼과 휠이 유일하게 다른 부분이다. K8의 차체 크기는 전장 5015mm, 전폭 1875mm, 전고 1455mm, 휠베이스는 2895mm다. 테두리가 없는 일체형 전면부 그릴과 함께 기아 최신 디자인이 입혀졌다.

측면부는 긴 보닛과 짧은 전방 오버행, B필러부터 매끄럽게 떨어져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루프라인 등 쿠페 스타일로 구현됐다. C필러에는 차량 곳곳에 적용된 다이아몬드 패턴의 가니쉬를 더해 포인트를 줬다. 얇고 길게 디자인된 리어램프는 측면부 펜더까지 파고든다.

실내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및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시야에 최적화돼 배치됐다. 디스플레이 덮개가 없어도 햇빛을 반사하지 않아 시인성이 뛰어나다. 대시보드 높이를 기존보다 20mm 낮춰 탁 트인 전방 시야를 제공한다.

터치식 인포테인먼트/공조 전환 조작계는 기아 K5, 현대차 그랜저의 터치식 버튼과 마감을 다르게 해 지문이 남지 않는다. 인포테인먼트와 공조기 간의 전환도 매끄럽다. 긴 휠베이스와 슬림한 1열 시트로 2열 레그룸 공간이 극대화됐다. 2열 통풍 시트는 선택 할 수 없다.

K8 하이브리드는 시선이 집중되는 외관 디자인과 탄탄한 주행성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과 높은 연비를 갖췄다. 2.5 가솔린과 비교해 최대 419만원 비싼 가격은 연료비 절약과 각종 할인 혜택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 세단을 찾는다면 K8이 답이다.

김한솔 기자 〈탑라이더 hs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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