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브랜드가 개최한 '지프 캠프 2021'에서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을 시승했다. 2004년 이후 15회를 맞이한 지프 캠프에서는 온로드, 오프로드 주행 뿐만 아니라 16개의 험난한 오프로드 코스에서 지프의 차별화된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랭글러 루비콘을 살펴봤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가 합병하며 세계 4위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탄생했다. 80주년 전통의 지프 브랜드는 오프로더 전문 브랜드로 국내에서 급성장 중이다. 2019년 국내 판매 1만대를 넘어선 이후, 올해 최다 판매가 예상된다.

지프에 대한 관심 확대는 지프 캠프 참가 신청에서도 확인된다. 과거 캠프 참가자 모집에 2~3일이 소요되던 것과 달리, 올해 모집에서는 1시간만에 완료돼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지프는 애프터 서비스 강화와 함께 고객 경험 강화를 계획해 관심에 부응할 예정이다.

지프 캠프 2021는 양양 오토 캠핑장에 마련됐다. 오프로드 코스는 총 16개로 통나무 범피, 락 범피, 사면로, 트랙션 등판, 소나무 숲길, 측사면, 언더 트랙션, V계곡, 모글, 통나무 서스펜션, 시소, 층계, 수로, 락 크롤링, 백사장 도로, 랭글러 전용 웨이브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시승한 차량은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으로 랭글러 중 오프로드에 특화된 루비콘에 추가로 전동식 소프트탑을 탑재해 루프를 완전히 개방할 수 있다. 랭글러는 수직에 가깝게 세워진 A필러와 함께 트렁크 앞부분까지 열리는 소프트탑을 통해 개방감이 오픈카를 앞선다.

랭글러 국내 모델 라인업은 2-도어 루비콘, 4-도어는 오프로드형 루비콘, 온로드형 오버랜드, 다시 4-도어 루비콘과 오버랜드는 각각 파워탑 모델로 총 5종으로 구성된다. 루비콘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2H, 4H 오토, 4H 파트타임, 그리고 4L의 정통 오프로더 다운 구성이다.

Tru-Lok 전자식 프론트 리어 디퍼렌셜 잠금장치는 각 휠에 출력을 균등하게 배분해 암석이 있는 지행을 저속 주행시 접지력을 높여준다. 또한 전자식으로 스웨이바 분리가 가능해 앞바퀴의 휠 트래블을 크게 확대한다. Rock-Trac은 4:1 기어비로 우수한 크롤비를 가진다.

사실 일상적인 험로주행에서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 기능들이지만, 이런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보유한 양산차를 소유한다는 만족감이 큰 요소들이다. 랭글러 루비콘로 주파할 수 없는 험로라면 다른 SUV도 불가능하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소유욕과 유사한 욕구가 일어난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성능을 보유한 스포츠카의 가격이 수 억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랭글러의 6천만원대 랭글러의 가격은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랭글러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오프로더를 구입하려면 적어도 3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벤츠 G바겐을 구입해야 한다.

랭글러 루비콘은 전장 4885mm, 전폭 1895mm, 전고 1850mm, 휠베이스 3010mm의 차체를 갖는다. 알루미늄 섀시를 통해 무게를 줄였음에도 공차중량은 2120kg이다. 그럼에도 계기판에 나타나는 9000km 누적 연비는 11.5km/ℓ를 나타내는데, 효율성이 대단한 셈이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다. 루비콘의 국내 복합연비는 8.2m/ℓ(도심 7.7, 고속 8.8)다. 참고로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는 3.6리터 V6 엔진으로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0kgm다.

랭글러 루비콘의 온로드 주행성능은 의외로 부드럽고 경쾌하다. 외관 디자인만 보면 마치 군용차가 연상되지만 주행감각은 온로드형 SUV와 다르지 않다. 부드럽지만 안정적인 서스펜션은 완성도가 높다. 물론 급격한 코너링을 잡아돌리면 한계가 빨리 나타나기는 한다.

랭글러 루비콘은 타이어 블록이 살벌한 머드 타이어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지만 온로드 주행에서의 소음이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온로드 주행이 중요하다면 얌전한 타이어가 적용된 랭글러 오버랜드를 선택하면 된다. 이 경우 연비까지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랭글러의 실내는 수동 조작이 주를 이룬다. 전자동 공조장치와 터치를 지원하는 모니터, 스티어링 휠의 다기능 스위치가 최신 모델임을 강조하지만, 시트 조작은 올 수동이다. 여기에 도어 포켓은 그물망, 도어 힌지 스토퍼는 패브릭으로 연결된다. 랭글러의 성격이 묻어난다.

진흙이 가득한 실내 바닥에 물을 뿌려가며 청소하는 것이 가능하고, 4개의 볼트만 제거하면 윈드실드를 앞으로 접을 수 있다. 외부 노출형 도어 힌지를 통해 핀 제거로 도어를 탈거할 수 있다. 군필자가 넘쳐나는 한국에서 군용차를 갖고 싶다면 올리브색 랭글러를 사면 된다.

비포장 임시도로에서는 꽤나 괜찮은 승차감을 보인다. 사이드월이 두꺼운 타이어가 자잘한 요철을 소화하고, 깊고 굵은 타이어 트레드는 잔모래가 깔린 도로에서도 거침이 없다. 높은 최저 지상고와 함께 주요 부위에 보강이 이뤄져 하부가 돌뿌리에 손상될 걱정을 덜어준다.

하지만 실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UI의 직관성이 떨어지고 해상도가 좋지 못하다. 여기에 기본 탑재된 내비게이션은 언제나 실망을 안겨준다. 열선 스티어링 휠과 1열 열선시트를 제공하지만, 2열 열선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파워탑 모델과 하드탑 모델은 350만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전동식 소프트탑 외에도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포함된다. 우락부락한 랭글러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로 가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지만, 완전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최신 타입이다.

다만 차선유지보조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사각지대 모니터링, 후방교행 모니터링, 전후방 주차센서, 전장추돌경고, 전자식 전복방지시스템, 트레일러 스웨이 댐핑,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레트로 스타일 오프로더로서 매력은 충분해 보인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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