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새롭게 출시한 픽업트럭 레인저 랩터를 시승했다. 중형 픽업트럭 포드 레인저는 레저용 픽업트럭으로 캠핑이나 트레일러 견인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레인저 랩터는 오프로드 레이싱 모드를 탑재해 험로에서 랠리카와 유사한 빠른 거동을 보여준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UV 중심의 레저용 차량 수요가 터프한 디자인의 매력과 오프로드 주행성능, 뛰어난 트레일러 견인력을 바탕으로 대폭 확대됐다. 포드 레인저는 북미시장 픽업트럭 판매 1위의 F-150의 축소형 모델로 정통성을 계승한다.

국내 레저용 픽업트럭 시장은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에 쉐보레 콜로라도가 추가되며 선택의 폭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국내산 렉스턴 스포츠는 디젤엔진을, 수입산 콜로라도는 가솔린엔진을 적용한 반면, 레인저는 수입산이면서도 디젤엔진을 채용해 절충안에 가깝다.

국내에 도입된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는 4도어 모델로 기본형과는 차별화된 내외관 디자인과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특징이다.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는 남성적인 외관 디자인을 기본으로, 전면부 그릴, 휠 타이어, 시트 디자인과 차량 셋업으로 차별화된다.

레인저는 터프하고 볼드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전면부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전면부 그릴의 와일드트랙과 포드 레터링 그릴의 랩터로 완전히 구분된다. 높은 벨트라인과 다부진 외관 디자인은 물론 짧은 오버행은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됐다.

레인저 랩터는 와일드트랙 대비 강력해진 언더바디 프레임을 장착해 강화된 주행성능은 물론 넓은 전폭을 통해 다부진 전면부 디자인을 보여준다. 또한 사이드스텝, 휠과 타이어 등 외관 차이는 물론 패들쉬프트와 전용 계기판 디자인, 전용 시트 디자인과 로고가 특징이다.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에는 공통으로 2.0리터 바이터보 디젤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된다. 최고출력 213마력, 최대토크 51.0kgm, 복합연비는 와일드트랙 10.0km/ℓ(도심 9.3, 고속 11.2), 랩터 8.9km/ℓ(도심 8.4, 고속 9.5)다. 배기량 대비 높은 토크가 인상적이다.

오프로드에서 진행된 시승에서 먼저 탑승한 모델은 레인저 와일드트랙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5490mm, 전폭 1870mm, 전고 1850mm, 휠베이스 3220mm로 중형 픽업트럭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어떤 대형 SUV 보다도 큰 전장과 휠베이스를 갖는다.

운전석의 시트포지션은 의외로 컴포트에 가깝다. 껑충한 시트포지션을 보이는 국산 프레임 차량들과 달리 도심형 SUV처럼 쉽게 차에 오를 수 있다. 2열 공간은 의외로 쓸만한 모습을 보이는데, 힙 포인트가 비교적 깊숙히 들어가 꼿꼿한 시트백 구조가 크게 불편하지 않다.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오프로드 주행감각은 쉐보레 콜로라도와 무척 유사하다. 국내에 도입된 기본형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거친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소화해 준다. 거친 노면을 빠르게 주행하는 상황에서의 승차감과 안정감은 미국산 모델의 셋업이 확연히 우세하다.

레인저 랩터는 팩토리 사양의 튜닝카에 가깝다. 커다란 오버펜더와 포드 레터링이 적용된 그릴, 휠 구경을 줄이고 올터레인 타이어를 조합했다. 엔진룸 하부를 보호하기 위한 스키드 플레이트와 전용 서스펜션 적용을 통해 높아진 최저지상고가 만드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랩터는 섀시 튜닝을 통해 프레임을 보강하고, 서스펜션 연결부를 강화했다. 또한 전후방 리커버리 후크를 통해 구난 작업이 용이하다. 랩터는 접근각 32.5도, 이탈각 36도로 와일드트랙의 29.4도, 21도를 앞서며, 최저지상고 역시 58mm 높아져 험로주행에 최적화됐다.

랩터는 와일드트랙과 동일한 섀시를 기반으로 하지만 주행감각은 상당히 다르다. 보강된 섀시와 함께 폭스(FOX) 댐퍼를 적용하고, 전폭은 178mm, 좌우 바퀴 사이의 거리는 150mm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바하(Baja)모드를 통해 오프로드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가속한다.

랩터는 스포츠카의 범주를 온로드에서 오프로드로 확대한 것과 같은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거친 흙길을 120km/h로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면서 편안하다. 서스펜션에서 요철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다면, 요동치는 차체로 인해 감히 도달하기 어려운 속도에 이른다.

일반적인 험로 주행모드가 속도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 랩터의 바하모드는 스포츠모드처럼 엔진의 힘을 최대한 끌어낸다. 빠른 속도로 점프대를 넘어서는 순간에는 영화처럼 네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지며 날아오른다. 또한 차체 거동에서도 랩터는 역동성이 강조됐다.

흙길에서 강한 엑셀링과 함께 스티어링 휠을 크게 꺽으면, 후륜이 코너 밖으로 밀려나는 파워 드리프트가 가능한데, 유사한 조건에서 와일드트랙 대비 랩터의 후륜이 훨씬 적극적으로 밖으로 빠진다. 여기에 스포티한 엔진음을 증폭시켜 실내에 뿌려줘 감성을 더한다.

도하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와일드트랙은 50cm, 랩터는 70cm 수심의 물웅덩이를 주파한다. 랩터로 주파한 물웅덩이를 빠르게 지나면 물이 보닛 가까이 올라와 배를 타고 있는 감각이다. 제원상 85~80cm 도하시에도 실내로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포드 레인저, 특히 랩터는 1억원 이하 수입차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차량 중 하나로 생각된다.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온로드 스포츠카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1억원을 훌쩍 넘는 예산이 필요한 반면, 다목적 오프로드 스포츠카 레인저 랩터는 6390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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