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AWD를 시승했다. 신형 라브4는 저중심 경량화 TNGA 플랫폼과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E-Four 사륜구동 시스템, 최신 ADAS 시스템을 갖추고도 가격을 동결해 상품성을 높였다. 북미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라브4를 살펴봤다.

토요타 라브4는 세계적인 SUV 열풍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라브4의 주력 시장인 미국내 판매량의 경우 전통적인 1위를 기록했던 중형세단 캠리의 판매를 3년 전부터 앞서기 시작해 점차 차이를 넓히고 있다. 특히 라브4는 풀체인지 이후 판매량에서 경쟁차를 압도했다.

신형 라브4는 전장 4600mm, 전폭 1855mm, 전고 1685mm, 휠베이스 2690mm로 기존 모델 대비 휠베이스와 전폭을 확대해 실내 거주성을 높였다. 중형 SUV와 준중형 SUV 사이에 위치하는 포지션인데, 중형 SUV의 공간과 준중형 SUV의 운전 편의성을 함께 만족한다.

신형 라브4는 TNGA 플랫폼 적용으로 낮아진 무게중심과 57% 강화된 차체강성, 80kg 줄어든 공차중량이 특징이다. 또한 험로 주파성능을 높이기 위해 최저지상고를 12.7mm 높이고 전후방 오버행을 줄여 접근각과 이탈각을 확대, 도심형 SUV 대비 활용도를 높였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AWD 모델에는 트레일 모드를 새롭게 적용, 험로에서 각각의 휠이 헛도는 것을 방지하는 전자식 LSD까지 지원한다. 도심형 SUV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정통 오프로더의 장점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제성까지 더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셈이다.

라브4의 외관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진화된 성격을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기존 라브4의 여성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대형 그릴과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을 통해 강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다리꼴 휠 하우스나 볼드한 클래딩은 지프나 랜드로버의 분위기도 묻어난다.

실내는 소재의 고급화와 개방감 확대, 직관적인 조작에 중점을 뒀다. 손이 닿는 곳은 푹신한 가죽 마감으로 둘러 고급감을 높였다. 낮아진 대시보드와 A필러 쿼터 글래스를 통한 넓은 전방시야, 광활한 사이드미러 시야각은 운전이 서툰 초보 운전자들도 반길만한 요소다.

시트포지션은 상하로 이동할 수 있는 폭이 상당하다. 탁 트인 전방시야와 함께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환영받을 설정이다. 하이브리드차 특성상 정차시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이 전무한 점 역시 SUV를 선호하지만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소비자까지 만족시킨다.

풀체인지를 통한 실내 디자인의 변화와 함께 시트의 안락함이 향상됐다. 기본적으로 단단하지만 쿠션감이 강조된 1열 시트 뿐만 아니라, 2열은 방석 부분이 넓어지고 리클라이닝과 완전 폴딩을 지원한다. 차량 하부의 드라이브샤프트가 삭제돼 2열 승차감이 우수하다.

라브4 하이브리드 AWD에는 전통적인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아닌, 전기모터로 후륜을 구동하는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E-Four)이 적용된다. 전기차를 제외한 양산차 중에서는 토요타의 독보적인 장비로, 기존에는 렉서스 SUV 라인업에서만 사용되던 사양이다.

후륜 차축에 위치한 전기모터를 통해 사륜구동을 구동시켜 차량 하부로 지나는 드라이브샤프트가 없어 무게를 줄이고, 구동시 발생되는 소음과 진동의 원인을 제거했다. 또한 사륜구동 장비로 인한 구동 손실을 줄여, 라브4 하이브리드 2WD와 연비 차이가 적은 수준이다.

최근 출시된 국산 하이브리드 SUV 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에는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이 사용돼 4WD와 2WD 모델간의 연비 차이가 다소 큰 것 대비 라브4가 우세한 부분이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에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제공되지 않아 직접 비교가 어렵다.

라브4 하이브리드 AWD에는 2.5리터 4기통 D4S 가솔린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가 조합된다.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22.5kgm, 합산출력은 2WD 218마력, AWD 222마력으로 차이를 보인다. AWD 모델의 복합연비는 15.5km/ℓ(도심 16.2, 고속 14.6)다.

라브4 하이브리드 AWD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3개의 전기모터가 사용되는 직병렬 방식이다. 현대기아차의 병렬 방식과는 차이를 보이는데, 라브4 방식은 적극적인 주행 중에도 충전이 이뤄져 배터리 충전 상태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 최고출력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 주행에서 라브4의 이런 강점은 그대로 드러난다. 가감속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타사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배터리 잔량이 꾸준히 유지돼 원하는 만큼 출력을 꺼내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병렬 방식으로도 유사한 효율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만족감은 차이를 보인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을 상시로 함께 제공하고, 파워트레인 반응성을 끌어올린다. 가동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끌어내는 전기모터의 힘을 충분히 사용해 제원상 출력과 토크 이상을 발휘한다. 지긋이 힘을 끌어내는 디젤 엔진과는 다른 감각이다.

신형 라브4에서 크게 향상된 부분 중 하나는 고속주행시 안정감이다. TNGA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보여지는 확연한 변화로 이제는 유럽차 수준과 차이가 없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저속에서는 부드러운 서스펜션 셋업을 통해 승차감이 편안하다.

라브4의 서스펜션은 양산차 중에서도 독특한 설정으로, 렉서스에 한층 가까워진 모습이다. 각각의 바퀴의 댐퍼 바운싱은 흐느적 거린다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반면, 좌우 바퀴가 따로 움직이면 롤을 강하게 억제한다. 저속과 고속 승차감을 함께 만족시키는 이유다.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동작 로직도 달라졌다. 과거 엔진 개입을 최대한 미루려는 설정과 달리 엔진의 개입이 자주 일어난다. D4S 시스템과 열효율 강화로 엔진 개입에도 실연비는 오히려 향상됐다. 과격한 주행에서도 평균 16km/ℓ 수준을 유지한다.

신형 라브4에는 최신 ADAS 시스템이 기본으로 탑재됐다. 차선유지보조 기능인 차선추적어시스트(LTA)는 크루즈컨트롤 동작시 10km/h 부근의 저속에서도 동작된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컨트롤(DRCC) 등 최신 ADAS 시스템을 대거 추가하고도 가격은 동결했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패밀리카에 기대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적절한 차체 크기와 여유로운 실내공간, 정숙성, 승차감은 물론 높은 연비를 통한 경제성까지 갖췄다. 국산 SUV의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상품성이 강화된 라브4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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