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판매 상승이 심상치가 않다. 이 바탕에는 우수한 연비와 동급 최고의 성능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전용인 '엣킨슨 사이클 누우 엔진'은 뛰어난 성능과 연료 효율, 정숙성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매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현대자동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지난 4월,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판매대수 468대로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단숨에 10위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1553대가 판매됐다. 무려 331%가 늘어난 모습이다. 30개의 하이브리드카 모델 중에서 판매순위 3위를 기록했다. 경쟁 차종인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닛산 알티마 하이브리드에 비해 3배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렸다.

국내에선 지난달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쏘나타 하이브리드 사전계약 대수는 총 1700여대로 지난 3일부터 출고가 시작돼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기본 엔진이 좋아야 우수한 성능 발휘

미국과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보이는 것에 대해 현대차는 “기존 쏘나타의 상품이미지와 고유가 시대의 배경이 맞물려 높은 판매량으로 연결됐다”면서 “현대차가 최초로 개발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 하이브리드 전용 누우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등 우수한 제품력이 인기를 뒷받침했다”고 전했다.

▲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2.0리터 누우엔진

하이브리드 전용 2.0리터 누우엔진은 뛰어난 정숙성과 연비, 진동을 최소화한 고효율·고성능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50마력이다. 쏘나타 2.0리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출력을 발휘하며,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2.5리터 엔진과 동일한 수준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누우엔진은 일반적인 가솔린 차량 엔진의 4행정 2사이클 방식이 아닌, 4행정 1사이클 방식의 '엣킨슨 싸이클'을 사용하고 있다. 큰 힘을 얻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연료소모가 덜해 연비 향상에 효과가 있다. 부족한 힘은 전기모터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업계 전문가는 “하이브리드카도 일반 차량처럼 엔진이 차량 성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전기모터의 출력, 배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고효율·고성능 엔진과 결합해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2.0리터 엔진…쎄타 엔진으로 기술 이전료 받아

현대차의 가솔린 엔진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타우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10대 최고 엔진’에 3년 연속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1년 알파 엔진을 개발하고 불과 20년 만에 이룬 성과다.

▲ 현대차 2.0리터 가솔린 엔진 발전 과정

특히, 현대차의 2.0리터 엔진의 발전 과정은 더욱 놀랍다. 1995년 베타 엔진을 시작으로 지난해 발표한 2.0리터 T-GDi 엔진까지 꾸준한 발전을 이뤘다. 당시 베타 엔진의 최고출력은 140마력으로 유럽과 일본 자동차 회사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엔진 회전수가 높은 상태에서만 최고출력을 뽑아낼 수 있었다. 또 토크도 당시 동급 경쟁모델에 비해 열세였다.

하지만 이를 발판으로 만들어진 현대차의 엔진은 2002년 발표한 2.0리터 쎄타 엔진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쎄타엔진은 현대차 파워트레인본부가 46개월의 연구기간을 통해 개발됐으며 가벼운 알루미늄재질의 엔진 블록과 헤드를 적용해 자동차의 중량을 가볍게 하는 특징을 지녔다. 때문에 연비는 베타엔진에 비해 5% 가량 향상됐다. 반면 출력은 18%가 높아졌다. 쎄타 엔진의 발표 시점부터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2.0리터 엔진 부분에서 조금씩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 ‘월드엔진’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이 엔진은 미국의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일본의 미쓰비시로부터 약 600억원의 기술이전료를 지급받기까지 했다. 이는 금액보다 현대차의 엔진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쎄타엔진 기술이전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가 개발한 쎄타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쏟아진다는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터보를 장착한 가솔린 엔진으로 세계 시장 주도

2005년 발표된 세타2 엔진의 성능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제네시스 쿠페에 탑재되는 2.0리터 터보엔진은 210마력의 최고출력과 30.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쎄타엔진의 계속된 진화로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2.0리터 엔진을 주도하는 위치에 섰다.

▲ 국내서 판매되고 있는 2.0리터 차량의 최고출력

지난해 발표한 2.0리터 T-GDi 엔진은 최고출력 274마력으로 같은 배기량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2.0리터급에선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에 사용되는 4B11 엔진이 최고출력 295마력으로 이를 앞서는 유일한 엔진이다. 아우디 TTS에 장착된 2.0 TFSI엔진도 265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며, ‘4천만원대의 수퍼카’라고 불리는 폭스바겐 GTI가 211마력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중형차라면 2.0리터라고 할만큼 2.0리터가 보편적이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 중에는 2.0리터 엔진을 사용하지 않는 업체들도 있다. 도요타와 닛산의 경우, 1.8리터 엔진과 2.4리터 엔진을 주력으로 사용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리터 대신 1.8리터 가솔린에 터보를 얹은 엔진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 쏘나타 터보에 장착되는 T-GDi 엔진

반면 현대기아차는 2.0리터 중형차에 일반 가솔린 엔진, LPG엔진, 하이브리드엔진에 이어,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해 라인업을 튼튼히 만들어 간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동급에서 가장 강력하고 연비 좋은 중소형 엔진을 만듦으로써 한국인의 입맛을 가장 잘 맞추는 브랜드가 되고 있고, 이로 인해 수입차 업체들의 한국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쌓은 중소형 자동차 제품 노하우는 최근 세계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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