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생산되는 모든 물건은 그 나라의 환경이나 만드는 사람의 가치관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차의 아이덴티티도 결국 어디에서 어느 나라 사람이 디자인하고 설계하고 만들었는가에서 시작한다. 좀 더 정확히는 그 제조사나 브랜드가 어느 나라, 어떤 문화를 가졌냐는 것이다. 산악지대가 많은 사계절을 가진 나라에서 생산한 차와 1년 내내 따뜻하고 굽이치는 도로가 많은 나라에서 생산한 차, 1년의 절반이 겨울이고 강추위가 지배하는 나라의 차, 그리고 땅덩어리가 크고 고속도로가 발달했으며 다양한 기후가 있는 나라에서 생산한 차의 특성이 같을 리가 없다. 각 나라 국민들의 취향이나 니즈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들이 그렇듯, 느긋한 휴양의 나라 국민들이 만든 차와 전 국민이 디자이너라고 해도 무방한 나라의 사람들이 만든 차, 그리고 원칙과 기술을 중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중시하는 국가의 노동자들이 생산한 차가 같을 리가 없다. 차들의 아이덴티티는 이처럼 그 차가 어느 나라의 것인지, 차의 시발점이 어느 곳인지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어떤 차가 잘 팔리든 대한민국과는 다르다. 어느 나라에서 베스트셀링카 중 한 대인 차라고 할지라도 대한민국에 수입되지 않으면 여기서는 의미가 없다. 미국의 픽업 트럭이 북미에서만 잘 팔리는 것처럼 각 국가마다 시장의 특성이 있고, 또 진출한 지 몇 년이 흘렀는지, 그 나라에서의 판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판매, A/S 전략 등도 다르기에 우리는 우리나라에서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지면상 한계가 있으니 국내에 수입되는 양산 브랜드 3개 이상을 가진 국가의 차에 대해 두 편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자.)

일본 차(토요타, 혼다, 닛산, 렉서스, 인피니티 등)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차는 90년대 이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달리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조금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한때 강남에서 렉서스 ES시리즈가 강남 소나타라는 별명을 얻고 혼다가 수입차 시장 1위를 할 때가 있었을 만큼 높은 판매량과 인지도를 얻었으나 2010년 미국에서 터진 대규모의 토요타 리콜사태 이후 주춤하여 한동안 신차 출시가 지지부진하며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G37시리즈의 히트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던 인피니티 역시 점유율이 떨어지며 전체적으로 일본 차들의 암흑기가 시작되었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스바루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Q50 출시로 반등의 계기를 만든 인피니티는 그러나 아직 실적은 저조하다. 다만 토요타와 렉서스만이 최근 2년 새 볼륨 모델을 비롯해서 새로운 신차들을 대거 출시하며 다시금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려고 하는 중이다. 그 결과가 2014년 베스트셀링카 순위 10위 이내에 독일차가 아닌 차로는 ES300h가 유일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프리미엄은 렉서스, 대중차는 토요타로 대표되는 일본 차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높은 품질, 가격 경쟁력, 그리고 낮은 유지보수비가 그것이다. 비록 리콜 사태로 명성에 흠이 가긴 했지만 일본 차들의 높은 품질은 국내에서도 유효하다.

▲ 프리우스도 판매순위 TOP 10에 들지 못하는 게 우리나라에서의 일본차의 현재다.

일본차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강점이 있는데 국내 소비자들의 트렌드는 유럽산 디젤이 휘어잡은 상태라 판매량 회복이 쉽지만은 않다. 현장에서 보면 일본 차의 경우는 차가 좋아서 고객에게 권할 때 전시장에 가서 보지도 않고 고개를 젓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실제로 가서 보거나 타본 후에는 생각보다 너무 좋다는 반응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대대적인 마케팅과 고객 체험 이벤트 등 고객에게 다가가는 전략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현대-기아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디젤과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고효율 차들을 개발하고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외려 국산차에 밀리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어서 아직 국산차가 따라잡지 못하거나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스포츠카나 컨버터블, 경차 등 차종의 다양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차량의 품질이 뛰어나 고장이나 트러블이 적음. 가성비가 좋은 차가 많음. 편의사양이 좋음.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듦. 오래 타기 좋음.

(-) 브랜드 이미지가 독일 차에 비해 떨어짐. 일본에 대한 나쁜 국가 이미지, 관계에 피해를 볼 때가 있으며, 5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싫어함(자녀들이 구입할 때 반발이 잦음). 차종에 따라 국산차에 비해 메리트가 없는 경우도 많음. 연비 좋은 디젤 모델이 전무함.

= 대체로 수입차를 처음 타는 분, 유지보수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음.


독일 차(벤츠, BMW, 아우디, VW, 포르쉐 등)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대형 브랜드들이 바로 독일 차들이다. 최근 5년간 판매순위 1위 모델도 모두 이 독일 차들에서 나오며, 같은 기간 상위 5위 또는 10위 역시 독일 차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 2014년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TOP 10의 열 자리 중 아홉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일방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1995년 7월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먼저 국내에 진출한 BMW는 이미 진출 20년을 앞두고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졌고 그들만의 시스템이나 전략을 공고히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일본 브랜드에 비해 국내에 한발 앞서 진출한 데다 보다 높은 성능과 프리미엄 이미지, 전통과 문화에 기반하여 한때 정상의 자리에 있던 렉서스를 제치고 BMW, 벤츠, 아우디 모두 베스트셀링 브랜드가 되었다. 더불어 폭스바겐의 경우 엔트리 시장을 디젤 모델들의 큰 인기에 힘입어 잠식해나가며 대한민국 디젤 열풍을 주도하고 있고, 현재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폭스바겐과 BMW에 매료되어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역시 프리미엄 3사 못지않은 판매량과 효과를 거두고 있다.

▲ 단순히 가격이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을 뛰어넘어 국산차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성과 컨셉을 가진 SUV들을 독일산 브랜드들은 가지고 있다.

독일 차 브랜드의 전체적인 특성은 수입차로서는 중저가의 폭스바겐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그리고 스포츠카가 대표적인 포르쉐까지 다양한 가격대, 장르의 차들을 수입하고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의 사이즈 역시 다양해서 작년에 판매를 시작한 폭스바겐 폴로 같은 소형차부터 대형차의 대명사 S클래스까지 폭넓게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라인업과 브랜드를 갖추고 있지만 독일 차의 특성은 한마디로 명확하다. 모든 차들이 달리고 돌고 서는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기계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첨단 주행안전장치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브랜드들이고 디자인적으로도 뛰어나 현재 대한민국 시장의 수입차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판매대수에 비해 한발 늦는 서비스 기반시설의 확충, 프리미엄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국내 수입차 오너들의 취향이 관건이다. 이미 5시리즈는 렉서스 ES에 이어 차세대 강남 소나타의 자리를 물려받은 느낌이고, 많은 구매 예정자들이 너무 흔하다는 말을 할 정도다. 장기적으로는 디젤 승용차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의 디젤 차량 운행 규제가 이제 본격적으로 현실화 되는 상황 하에서 과연 국내에서 언제까지 ‘친환경디젤’의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유효하게 작용할지가 의문이다. 또한 현재 국제 유가 하락으로 기름값이 떨어지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체감될 때 디젤 차의 장단점은 소비자들에게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 서비스에서 기존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고 흐름을 유지하며, 변심하고 등 돌리기 쉬운 까다로운 고객을 관리하느냐, 포스트 디젤 시대를 어떻게 예상하고 대응하느냐가 독일 차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것이다.

(+) 달리고 서고 도는 차의 기본기에 매우 충실. 프리미엄 이미지. 현재 유행 中. 고급차, 스포츠카의 경우 국산차가 아직 따라갈 수 없는 수준.

(-) 가격 대비 편의장치가 떨어짐.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첨단장치(자동 주차 등)나 특성(중립 주차가 불가능)이 많음. 가격과 기대치 대비 초기 품질수준은 떨어짐. 유지보수비가 높음.

= 유행에 민감한 사람, 차의 기본인 주행성에 가중치를 두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음. 가격 대비 지나친 기대치(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에겐 주의가 요구됨.

※ 본 칼럼은 저자의 <일생에 한번은 수입차를 타자>중 2부 ‘수입차, 무엇을 어떻게 사야 하나’ 의 일부를 발췌하여 수정, 편집한 것입니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동훈 칼럼리스트 〈탑라이더 laicom@gmail.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