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눈 덮인 슬로프를 질주하는 스노우보드. 겨울 시즌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많은 보더들이 스키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스노우보드가 어느새 가장 대중적인 겨울 스포츠로 자리 잡은 듯 하다. 화려한 보드복을 뽐내며 친구들끼리, 혹은 연인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인 스키장. 그런데 이렇게 즐거운 곳에서 심각한 표정의 두 남녀를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웃음이 먼저 나온다. 100%이기 때문이다. 심각한 두 남녀는 분명 연인이고, 남성은 여성에게 보드를 열심히 가르쳐주다 뭔가 한 마디 실언(?)을 했을 것이다. 여성은 처음 타는 보드를 열심히 배우지만 생각보다 잘 안되고 힘들기만 하던 중, 답답해 하는 남성의 한 마디에 속으로 꾹꾹 참고 있던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넉살 좋은 남성이 풀어주지 않거나, 속 넓은 여성이 참고 견디지 않는다면 ‘보드는 다음 기회에…’가 될 것이다. 혹 다시는 스키장에서 그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 도로 위의 남녀들 무척 다르다.


“절대 여자친구나 부인에게 운전을 가르쳐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오히려 “절대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지 말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싸우기 때문이다. 아니, 싸울 수 밖에 없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운전 강습은 앞서 언급한 보드 가르쳐주는 커플의 경우와 비슷하다. 너무 쉬운 남자와 무척 어려운 여자, 커플이라는 의존적 관계. 싸우기엔 꽤 적절한 삼합이 아닌가!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을 못하는 이유는 과학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이 남성에 비해 부족해서이다. 여성은 평면 같은 2차원에 대한 인지는 문제가 없지만 3차원인 공간에 대한 인지에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구입했을 때, 간단한 설명서만 보고 뚝딱 조립해내는 남자에 비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제품과 설명서를 번갈아 보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이었다.

▲ 운전에 대해 여성이 남성의 인정을 받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는 전부터 내려오던 ‘남자다움’의 주입도 껴들어 있는 것 같다. 차가 처음 생기고, 운전자의 대부분이 남성이었을 때부터 운전은 ‘성인 남자라면 당연히 잘 해야 되는 것’이었고 남성들 역시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운전을 잘 하는 것’은 남성다움을 드러내는 한가지 방법이었고 실제로 더 잘해 보이려 애쓴 사실도 이러한 차이의 한 원인이었다.

운전 목적에 대해서도 남녀는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남성은 출발지점에서 도착지점까지 주행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변의 건물이나 이정표 등의 지형지물을 인지하여 다음 주행에는 지도 없이도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액셀 페달, 브레이크, 코너에서의 움직임, 등을 머릿속에 그리며 과정 자체에 신경을 쓰는 운전을 한다. 반면 여성들은 오직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행 과정에서의 지형지물을 신경 쓸 여유는 없다. 당연히 똑 같은 길도 지도 없이는 찾아가기 힘들다.

남성은 남성의 방식으로 여성을 가르치려 하고, 여성은 여성의 방식으로 남성에게 배우려고 한다. 당연히 싸움이 날 수 밖에 없다. 주변을 슁슁~ 지나치는 차들 사이에서 꽉 붙들고 있는 핸들만으로도 벅찬 여성에게 남성들은 “속도를 더 내야지... 앞차와 거리 유지하고… 좀 더 빨리 꺾었어야지… 신호등은 왜 안 봐…” 등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지시를 내려 정신 없게 한다. 그러나 막상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차선변경을 해 끼어들기라도 곧바로 호통이 날아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성의 방법으로 가르쳐주지만 남성 다운 운전을 하는 것은 싫어한다. 운전에 있어서도 여성다움을 요구한다. 못하면 혼내고 잘해보려 하면 위험하다고 하고… 싸울 수 밖에 없다.

▲ 누구나 초보운전 시절은 있다.

여성운전자 1000만 시대, 남성 못지않은 많은 여성 운전자들이 도로를 누비는 가운데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은 ‘운전 못하는 여성’ 이란 편견의 피해자로 남겨져 있다.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도 여자에겐 더 냉혹하다. 남성의 실수에는 “이런 삐리리~” 욕 한 번으로 끝나지만 여성의 실수에는 “으휴~ 저 아줌만 왜 차 끌고 나와서 민폐야! 쯧쯧” 란 말이 나온다. 다름을 알고 남녀 모두 똑같은 운전자로서 대할 때, 운전을 가르쳐줄 때도 도로에서 만났을 때도 서로에게 싸울 일 없는 편안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승용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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