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8일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2010 GTMasters’ 제 1전이 열렸다. 2007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어느덧 4회째를 맞이하는 GTM. 용인 스피드웨이가 보수공사를 하는 바람에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태백레이싱파크로 자리를 옮겼지만 레이싱머신의 스피드를 즐기기엔 스피드웨이보다 서킷 환경이 좋다는 사실에 만족할 따름이다. 서울에서 조금 늦게 출발해 12시가 되어서야 도착한 경기장, 이미 오전 주행을 마치고 피트워크 이벤트(각 팀의 부스를 개방해서 레이싱머신, 드라이버, 레이싱모델과 함께 포토타임을 갖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 2010 오토모티브위크 The Tuning Show 오버테이크존

최고의 스피드를 내기 위해 튜닝 된 화려한 슈퍼카와 대회 선전을 다짐하는 멋진 드라이버,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레이싱모델, 이들을 둘러싸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 갤러리들. 피트워크 이벤트가 한창인 태백레이싱파크의 모습이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아쉬움도 익숙하다.

2006년 5월로 기억한다. 타임트라이얼 경기가 있던 용인 스피드웨이로 첫 취재를 나갔을 때, 당연히(?) 개인적으로 나의 주인공은 레이싱모델이었다. 평소 보기 힘든 늘씬한 레이싱모델을 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얼마나 설렜던가. 하지만 가까이서 본 레이싱모델에 저절로 벌어진 입꼬리보다 더 신기했던 것은 레이싱모델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카메라 들이었다.

 

 

▲ GTMaters 피트워크 이벤트 포토타임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사진작가들이나 들고 다닐 법한 초대형 망원렌즈, 어깨에 둘려 있는 각종 렌즈들, 번쩍거리는 플레쉬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 등 경기장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무척 생소한 모습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저 사람들은 사진 기자겠지’라고 생각했던 카메라의 대부분은 아마추어(비전문가, 동호회, 취미)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카메라들의 동선이 타이거 우즈를 쫓아다니는 갤러리들처럼 레이싱모델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레이싱모델이 떠난 머신들은 대부분의 갤러리들에게 버려진다. 레이싱모델이 머신을 찾는 순간 갤러리들도 머신을 찾아간다. 누가 봐도 레이싱경기의 주인공은 레이싱모델이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초기에는 긍정적이었다. 어쨌든 레이싱 모델은 갤러리들이 찾아오게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레이싱모델들의 인기가 상승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것도 바로 이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다 일각에서 회의적 의견이 제기됐다. 자동차를 돋보이게 하려고 쓴 레이싱모델 때문에 오히려 차가 보이지 않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의견은 일부 반영되어 모터쇼, 전시회 등에 레이싱모델을 쓰지 않거나 남자 레이싱모델을 쓰는 시도로 이어졌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카메라 렌즈는 레이싱모델을 향해 움직이고, 갤러리들은 레이싱모델을 따라 이동한다. 이런 현상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필자 조차도 이제는 레이싱모델이 없는 자동차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뾰족한 대안도 없다. 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나비를 날려버릴 수도 없다. 꽃이 더 만발하기 위해서는 나비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차갑게 버려지는(?) 레이싱머신들을 아쉬워하며 레이싱모델로 향한 시선이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시선으로 변할 수 있도록 모터스포츠가 지속적으로 더 발전하길 바랄 뿐이다.

 

▲ 2010 오토모티브위크 The Tuning Show 오버테이크존의 레이싱모델들

 

 

 

 

전승용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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