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 유럽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슈퍼카 브랜드가 여럿 있다. 유럽 슈퍼카 브랜드는 모터스포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들 브랜드 역사가 곧 유럽 모터스포츠의 시작이며 역사다.

이에 비해 미국 슈퍼카 브랜드는 역사도 짧고 자동차 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못하다. 심지어 유럽인들은 미국의 자동차를 하찮게 여기기고 미국인들도 유럽산 슈퍼카를 이국적인(Exotic)차라면서 추켜세우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용주의가 중심이 된 미국 문화에서 슈퍼카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튜닝 및 부품업체가 고성능 튜닝제품을 차에 가득 싣고 슈퍼카 브랜드 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소규모 회사다보니 이름을 알리기 쉽지 않고 성능을 인정받기도 어렵다.

▲ SSC 얼티밋 에어로

하지만 이들 중 당당히 유럽의 슈퍼카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민 회사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들겠다는 야망의  SSC(구 쉘비 슈퍼카즈, Shelby SuperCars). 그리고 이 업체가 만든 슈퍼카 ‘얼티밋 에어로(Ultimate Aero)’다.

◆ SSC, 미국을 대표할 슈퍼카 브랜드

쉘비 코브라, 쉘비 머스탱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미국 스포츠카엔 늘 그의 이름이 따라 다녔다. 캐롤-쉘비. 미국의 전설적인 카레이서면서 엔지니어, 사업가였던 그는 미국 자동차계에서 영향력이 대단하다.

'SSC'는 쉘비 슈퍼카즈의 약자지만, 애석하게도 이 유명한 캐롤-쉘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단지 창업자 성(姓)만 같을 뿐이다. 오히려 쉘비의 이름을 도용하지 말라는 캐롤쉘비 측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는 회사 이름을 쉘비슈퍼카즈에서 SSC 노스아메리카(SSC North America)로 바꾸는 수모까지 겪었다. 

▲ SSC 얼티밋 에어로와 SSC 창립자 제로드-쉘비

SSC는 1999년, 자동차 마니아 제로드-쉘비(Jeord-Shelby)에 의해서 탄생됐다. 어린 시절 카트를 통해 자동차의 매력에 빠졌던 제로드-쉘비는 자연스레 스포츠카에 큰 관심을 보였고 닛산 240Z를 구입해 엔진 성능을 높이고 서스펜션을 튜닝하는 등 엔지니어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기도 했다.

워싱턴에서 의료 기기, 컴퓨터 그래픽, 산업 디자인 등 다양한 사업을 하던 그는 자동차 3D 렌더링 및 스케치 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슈퍼카 업계에 뛰어든다.

그가 처음으로 개발을 주도했으며 SSC의 첫 번째 슈퍼카인 얼티밋 에어로는 7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2006년 데뷔했다. 얼티밋 에어로가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높인 것은 2007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고 나서다.

SSC는 전세계 부호들을 주고객으로 삼는 만큼, 중동과 중국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얼티밋 에어로를 대체할 차세대 슈퍼카인 ‘투아타라(Tuatara)’를 출시할 예정이다.

◆ 기네스북에 이름을 새긴 얼티밋 에어로

얼티밋 에어로는 에어로 SC란 이름의 프로토타입 모델로 2004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토타입은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레플리카의 섀시, 쉐보레 콜벳의 엔진, 닷지 바이퍼의 6단 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출력은 782마력, 최고속도는 시속 380km였다. 이 차는 2008년 바렛-잭슨 팜 비치 경매에서 18만9200달러(약 2억15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프로토타입은 계속적으로 발전했다. 엔진 성능, 에어로 다이내믹, 경량화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2005년 발표한 에어로 SC 프로토타입은 최고출력이 908마력까지 상승했고 최고속도는 시속 390km에 달했다.

2006년 완성된 얼티밋 에어로는 차체 곳곳에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티타늄이 적용돼 무게를 크게 줄이면서 강성은 높아졌다. 쉐보레의 6.3리터 V8 엔진에 슈퍼차저가 더해져 최고출력은 1046마력, 최대토크는 113.5kg·m에 달했다. 또 트윈터보가 적용된 모델은 1187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400km다.

SSC를 전세계에 알린 모델은 2007년 출시된 얼티밋 에어로 TT. 기존 모델에서 엔진 튜닝을 거쳐 최고출력은 1183마력에 달했고 무게는 1247kg에 불과했다. SSC에 따르면 빠른 속도와 다운포스를 얻기 위해 미국 NASA의 풍동연구소에서 에어로 다이내믹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SSC는 이 모델로 기네스월드레코드에 도전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Fastest Production Car) 기록은 부가티 베이론이 갖고 있던 시속 408.47km였다.

기네스월드레코드 측은 기울기가 없는 도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서로 반대방향을 달려 평균값을 계산한다. 테스트는 2007년 9월 13일 미국 네바다 93번 도로에서 진행됐다. 약 19km에 달하는 직선구간에서 얼티밋 에어로 TT는 시속 412.28km로 달렸다.(1차 시속 414.31km, 2차 시속 410.24km)

미국의 작은 슈퍼카 제조업체의 차가 역사와 전통, 기술력으로 똘똘 뭉친 부가티의 기록을 깨뜨리자 전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은 크게 술렁였다. 이를 계기로 SSC는 슈퍼카 업계에서 혜성같이 떠올랐고 부가티를 칼을 갈게 된다.

이 기록은 2010년 부가티 베이론 슈퍼스포트이 시속 432.072km의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유지됐다.

◆ SSC의 간판 슈퍼카는 투아타라에게

SSC는 얼티밋 에어로의 한정판 모델인 얼티밋 에어로 XT를 마지막으로 단종을 선언했다. 얼티밋 에어로는 프로토타입에서부터 연식 변경을 거칠 때마다 꾸준하게 성능이 높아졌다. 마직막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은 1300마력에 달했다.

그래서 많은 자동차 마니아는 차세대 슈퍼카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투아타라(Tuatara)’로 이름 붙여진 새로운 슈퍼카는 7.0리터 V8 터보차저 엔진이 장착돼 1350마력의 최고출력과 144.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것을 알려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2.5초, 최고속도는 시속 440km를 넘는다고 SSC 측은 설명한다.

▲ SSC 투아타라와 제로드-쉘비

SSC의 창립자 제로드-쉘비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코닉세그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슈퍼카 중에서 SSC는 완전히 새로운 슈퍼카를 내놓을 것”이라면서 “투아타라는 SSC가 추구하는 가장 빠른 차를 완벽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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