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실내 유입에 관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랜저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입된다는 제보가 여러차례 있었고, 탑라이더가 이를 가장 먼저 기사화 한 바 있다.

이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자 당시 국토부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여러 차들의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개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쩐지 당시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이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국토부가 나서서 변호해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당시기사: 국토부, "그랜저∙벤츠E클래스∙K5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 높다"

이후 현대차가 올해 1월 배기가스 배출구 부근 기밀도를 높이고 외기 흡입량을 늘리는 조치를 취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 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한 자동차 매체에서 벨로스터 터보 차량의 실내로 일산화탄소가 매우 많이 (170ppm 가량) 유입된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게 됐다. 현대차는 리어스포일러 쪽의 기밀도가 부족해 이같은 문제가 생겼다며 벨로스터 터보 차량을 무상수리 해주고 있지만, 역시 해결되지 않는다는게 매체 측의 주장이다. 

관련기사:벨로스터 터보, 배기가스 유입방지 솔루션 적용 그 이후

그런데 이 기사에 가장 중요한게 빠졌다. 왜 일산화탄소가 들어오나, 어떻게 하면 안들어오나라는 근본적인 내용들이다. 

◆ 왜 일산화탄소가 들어오나

모든 자동차 배기가스에는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각종 유해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실내로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차에 있는 틈새를 일일히 막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유입을 조금 막을 수는 있어도 완벽한 효과를 볼 수는 없다.

배기가스가 실내로 들어오는 이유는 기밀성이 떨어져가 아니라 반대로 기밀성이 높기 때문이다. 배기가스 유입의 가장 큰 원인은 실내 기압 강하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의 주변에는 공기 흐름이 빨라지며 저기압이 발생하는데, 이때 차의 모든 틈을 통해 공기가 조금씩 빨려 나간다.

일부 차종에선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에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지만 시속 200km를 넘어 달릴 때 귀가 멍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부 차종은 주행중 선루프를 여닫으면 귀가 멍해지기도 한다. 공기가  빨려나가 실내에 저기압이 형성 되기 때문이다.

밀폐된 실내에 형성된 저기압이 진공효과를 일으켜 기압이 상대적으로 높은 후면의 공기를 끌어 들이게 된다. 이때 차가 감속하게 되면 배기가스 유입량은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점점 더 많이 유입된다. 

◆ 시험은 어떻게 했는가

벨로스터 터보의 배기가스 유입 시험을 보면 계기반으로 시속 200km까지 주행하는 등 가혹한 운행을 한 결과다. 일상적으로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어떤 경우도 승객들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당연한 지적이다.

또, 이번 시험은 차량 공조장치의 스위치를 내기순환(외부 공기를 막음)으로 한 상태로 진행됐다. 바로 이게 핵심이다.

▲ 내기순환모드 버튼이 눌려진 공조장치

◆ 어떻게 하면  배기가스가 안들어올까

시험 결과 차량 배기가스는 속도가 최소한 시속 100km를 초과해 달렸을때, 공조장치 스위치를 내기순환으로 했을때 실내로 들어온다.

지난해 현대 그랜저의 배기가스 유입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는 현대차는 수개월간 모든 범퍼 구멍에 기밀도를 높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더니 그걸로는 해결이 안된다고 결론 내렸는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공조장치를 내부순환으로 하더라도 고속으로 달리면 전면부를 통해 외부 공기가 조금씩 들어오도록 고쳐졌다. 이로 인해 차량 내부는 시속 100km 이상으로 빨려나간 공기만큼 새 공기가 유입돼 실내가 저기압 상태가 되는걸 막는다. 저기압이 없으니 당연히 배기가스를 끌어들이는 진공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장치는 그랜저나 K7 등 고급차에만 적용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벨로스터를 비롯해 대부분이 타는 국산차에는 이 기능이 없다.따라서 만약 시속 120km 이상 고속으로 달리는 경우 반드시 공기를 내기순환이 아니라 외기유입 모드로 바꿔야 한다. 

제조사는 운전자들이 이런저런거 생각하지 않아도 차량 내부에 유해 배기가스가 유입되지 않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자동차 회사들도 사회적 책임, 국민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제조사가 돼 주길 기대한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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