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운전자들이 차량내 일산화탄소가 유입된다며 문제를 제기해 현대차의 대대적인 무상수리가 진행중인 가운데, 다른 브랜드 차량들도 실내로 일산화탄소가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는 24일 배출가스 실내 유입현상에 대한 확인시험 결과 그랜저(HG) 5대 및 국산 13차종, 수입 5차종의 실내에서 대부분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22대 시험 대상 중 메르세데스-벤츠 E350의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가장 높았다(국내 판매되지 않는 '미쓰비시 이클립스' 제외). 현대 그랜저 3.0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36.7ppm으로 국내 판매되는 전 차종 중 가장 높았지만, '트렁크 환기구 개선' 무상수리 이후는 5.7ppm으로 낮아져 비교적 우수한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일산화탄소 농도가 가장 낮은 차는 르노삼성 SM5와 아우디 A6 3.0T, 현대차 그랜저(무상수리 후)순이었다.

▲ 국토부가 중간 발표한 공기중 일산화탄소 농도 비교표(그랜저는 '트렁크 환기구 개선' 무상수리 후)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량은 차급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메르세데스-벤츠 E350(25.4ppm), 기아 K7(17.9ppm) 등 대형차들은 일산화탄소의 유입량이 큰 것으로 나타난 반면 현대차 아반떼, 쉐보레 스파크 등 소형차는 대부분 1.1~1.8ppm 정도로 극히 적은 양이 검출됐다. 소형차 중에는 르노삼성 SM3만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15.9ppm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중형차에서는 기아 K5(21ppm)가 현대 쏘나타(2.4ppm)에 비해 실내 유입되는 일산화탄소의 밀도가 약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르노삼성 SM5는 실내에서 일산화 탄소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현대차 그랜저 LPG(배출가스 관련 무상수리전)와 기아차 K7 LPG는 비슷한 수준의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됐지만, 그랜저는 지난 11일부터 배출가스 유입에 관련한 무상수리를 실시하고 있는 반면 기아차는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 LPG는 개선 후 실내 일산화 탄소가 1.1ppm이지만 K7은 17.9ppm으로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쟁모델인 르노삼성 SM7와 한국GM 알페온은 이번 시험대상에서 제외됐다.

디젤차의 경우는 일산화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아 시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시험은 공기조절장치 스위치를 '내부순환' 상태로 두고 100~140km/h 속도로 30여분간 급가속 및 급감속을 반복하는 가혹한 주행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속도가 시속 80km 이하인 경우는 일산화탄소의 실내 유입이 매우 미미했으며 공기조절장치 스위치를 외부공기가 유입되는 '외부공기 유입' 상태로 뒀을 때는 일산화탄소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국토부의 차량내 일산화탄소 유입 시험을 위한 가혹주행 방법

현대자동차에서 11월 4일부터 실시중인 '트렁크 환기구 개선' 무상수리 차종은 일산화탄소가 1.1~6.8 ppm로 낮아지는 것 또한 확인됐다.

그랜저의 경우 일산화탄소 유입경로는 배기구에서 고속주행에 의한 공기소용돌이(와류)가 발생하면서 트렁크 환기구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다른 차종에 대해서도 일산화탄소의 유입경로를 조사중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시험은 신차가 아니라 3년된 차종을 섭외해 테스트 한 것이니만큼 차량의 사고여부나 관리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수치 데이터를 일반화 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번 시험을 담당한 국토부 관계자는 "시험차량들은 제작사 수리기간인 3년이내 차종에 한하기 때문에 노후영향도 없어 충분한 대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기아 K5에 비해 쏘나타가 실내에 일산화탄소가 적게 들어온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차실내에 유입된 일산화탄소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 의료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은 후 12월 15일까지는 결함여부를 판단해, 국내 운행 중인 차종 전반에 대하여 일산화 탄소 실내 유입을 조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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