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발진을 주장하는 자동차 사고가 늘고 있지만, 관련 소송에서 소비자가 승소한 사건은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급발진 신고 접수 건수 2009년 9건, 2010년 28건, 2011년 34건 등 총 7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급발진 관련 소송 또한 매년 늘고 있지만 소비자가 승소한 사건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 전자 제어시스템(ECS) 구성도

한 차례 제조사에 책임을 물은 사례가 있긴 했다. 지난 2007년 7월, 법원은 벤츠 E클래스 운전자 조모씨가 내놓은 급발진 관련 소송에 대해 1심에서 '사고 원인 입증 책임은 제조사에 있는 만큼,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고 입증하지 못한 한성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 수입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니 신차 1대를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10년에 나온 2심에서는 '제조사가 아닌 판매사에 입증 책임을 지울 수 없고, 사고 역시 조씨의 운전미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같은 이유로 2심과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4년, 아카디아 급발진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급발진이 일어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상고를 기각했다. 

탤런트 김수미씨도 지난 1998년, 운전기사가 몰던 BMW 승용차가 갑자기 후진해 뒤에 서 있던 시어머니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겪었다. 김씨는 자동차의 결함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며 운전자 과실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1996년 급발진 관련 소송을 제기한 한 운전자는 2002년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이후 "재판비 300만원만 날렸다"면서 “소송을 진행하며 소비자가 거대 기업에 맞서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 지난 6일 발생한 YF쏘나타 급발진 추정 사고

이같은 결과에 대해 소비자들은 법원의 판결이 제조사 입장을 위주로 내려진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4년 아카디아 급발진 관련 사건에서 법원은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만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급발진 사고 시 제조사의 책임에 앞서 소비자가 먼저 자신의 과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운전자가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자동차결함신고센터 관계자는 "국내에도 에어백 ECU에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 적용을 의무화 하고 필요시 이를 공개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면서 "사고시 즉각적으로 작용하는 EDR을 확인하면 급발진의 원인이 운전자의 오조작인지 자동차 결함인지를 비교적 상세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급발진 사고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EDR 장착 및 공개를 의무화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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