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나 드라마의 PPL을 통해 최초 공개되는 신차가 많다.

이는 캐릭터의 이미지에 부합하여 홍보효과를 얻고자 하는 경우인데, 때로는 상황과 섞이지 못하는 차의 이미지에 거부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등장하는 자동차만으로 인물의 많은 것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사이트 카즈(http://www.carz.co.kr)의 데이터리서치팀은 영화 속에 등장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고차를 조사했다. 잘 알려진 자동차, 특히 국민에게 친근한 국산차는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적 위치 등을 대변한다. 우리에게 이미 친근하고 오래된 모델일수록 장기간 학습되어온 이미지를 통해 등장인물의 배경이 설명되는 것이다.

영화 ‘추격자’의 대표적인 자동차씬에서도 중고차가 등장한다. 추격하는 전직 형사역 김윤석의 재규어XJ와 골목에서 접촉사고로 만나게 되는 중요한 장면에서, 범인역의 하정우는 영화 속 최근 희생자인 노부부의 에쿠스를 타고 있다. 지인으로 집에 찾아왔다가 피해를 당하는 이 부부의 에쿠스는 실제 범인의 주요 타겟이기도 했던 ‘중산층’의 노부부임을 설명해주는 요소다. 구형 에쿠스의 현재 중고차시세는 900~1,500만원대에서 구입이 가능하지만, 당시 2003년 당시 신차가격은 최소 3,500만원이상 하는 고급모델이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이끼’에서 시작과 동시에 등장하는 정재영(극중 천용덕분)은 4륜구동 차량을 타고 나와 7-80년대 독재정권의 이미지와 맞물려 권력을 행사하던 강압적인 경찰의 이미지를 잘 드러낸다. 80년대를 그린 살인의 추억에서 순박한 시골 형사들의 차로 등장했던 ‘맵시나’와는 확연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끼의 또 다른 주인공 박해일(극중 유해국분)의 차로 등장하는 갤로퍼도 반가운 중고차다. 원작에서부터 등장한 갤로퍼는 스포티지 구형모델과 함께 코란도를 잇는 국산 SUV 다. 갤로퍼의 등장으로 관객은 극중 연대까지 가늠해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유해국을 특별한 지위나 명예가 아닌, 여가시간을 레져활동으로 보내고자 하는 활동적인 남성의 이미지로 설명해준다.

자동차 액션씬하면 빠질 수 없는 영화 ‘의형제’속의 중고차는 스턴트배우 못지않게 몸을 던졌다. 송강호 강동원을 태운 추격씬의 주인공으로 90년대 출시되었던 레간자가 등장했는데, 가파른 계단을 속력을 다해 올라가는 장면에서는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현재 GM대우의 중형차인 토스카의 형님 뻘인 레간자의 등장으로 서민적인 캐릭터의 느낌을 살렸으며 동시에 시대적 배경과도 맞아떨어졌다.

이처럼 반짝거리고 매끈하게 빠진 새 차보다 더 깊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고차들. 거리와 기억에서는 잊혀진 중고차라도 영화 속에서는 감칠맛나는 또 하나의 조연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탑라이더 press@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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