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에서 서킷을 자유롭게 달릴 기회는 흔치 않다. 더구나 폭스바겐 본사의 전문 드라이버가 내한해 기술을 전수 해준다니 이런 기회가 없다. 가장 좁은 공간에 주차하는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이름까지 올린 로니 백셀메르거가 직접 운전하는 차에도 탈 수 있다니 기대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이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데이는 총 120여명의 폭스바겐 ‘패밀리’들이 참석하는 행사라고 했다. 아직  기자는 폭스바겐 패밀리는 아니지만 관계자들을 한참 조른 끝에 비로소 6일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 골프 GTI 등 다양한 차종이 서킷을 달렸다.

◆ 폭스바겐 오너들을 위해 서킷을 열다

이번에 폭스바겐 오너들에게만 공개된 폭스바겐 특설 서킷은 케이블 방송프로그램 ‘탑기어코리아’의 촬영이 이뤄지는 서킷이기도 하다. 사실 이 서킷은 코너마다 풀이 높게 자라 다음 코너가 잘 보이지 않는 위험한 서킷이었다. 그래선지 꼼꼼한 폭스바겐 코리아는 굽은 길마다 표지판을 세워 코너까지의 거리 표시와 함께 어떤 방향으로 굽어있는지까지 친절하게 표시해뒀다. 이전에 비해 훨씬 깔끔해진데다 서킷 곳곳에 세워진 폭스바겐 로고를 보니 마치 새로 만든 서킷에 온 느낌이었다.

▲ 구형 R32등 다양한 차종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는 이론교육, 슬라럼, 급제동, 택시드라이빙, 꼬리잡기, 급정지 및 회피, 짐카나, 서킷 드라이빙 등이 진행됐다. 파일런을 복잡하게 세워놓고 통과하는 경기인 ‘짐카나’는 초를 재고 1등에서 3등까지 시상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오전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려 행사가 잘 진행될까 우려했지만 폭스바겐 나윤석 이사는 오히려 즐거운 표정이었다. 나 이사는 “노면이 젖었을 때 차는 더 많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스릴은 더하는 반면, 차와 타이어에 무리는 덜 간다”고 했다. 또, “미끄러운 도로에선 운전자들이 조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 나는 일이 적다”고 설명했다.

◆ 택시드라이빙...아슬아슬 스릴넘치네

“어어어~ 우와!!”

차운전석과 뒷좌석에 탄 승객 2명은 바들바들 떨며 손잡이를 움켜줬지만 감탄사는 한순간도 끊이지 않았다.

기네스북 신기록 보유자 ‘로니 백셀메르거’의 골프 GTI는 맹렬한 가속도로 발진하는가 싶더니 이내 드리프트를 시작했다. 그저 옆으로 미끄러질 뿐 아니라 정신없이 미끄러지면서도 파일런 사이를 매우 정교하게 파고 드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차는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게 아니라 얼음판 위에서 피겨 스케이트를 타는 듯, 춤을 추는 듯 리드미컬하고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이리저리 180도로 마구 돌고 있었지만 안에 탄 사람들은 그리 큰 요동이 없어 운전자의 대단한 기술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순간 만큼은 물리의 법칙이 어디론가 사라진 듯 하다.

감탄하는 동안 차는 좌로 우로 마구 스핀하는가 싶더니 다시 엄청난 속도로 360도로 스핀하면서 곧게 뻗은 파일런 사이를 통과했다. 전륜구동 차를 360도로 돌린다니, 차에 탄 사람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칠 수 밖에.

▲ 기네스북 기록 보유자 로니 백셀메르거가 운전하는 '골프 GTI'는 하루 종일 시달렸지만 변함없는 성능을 끝까지 발휘했다.

드라이버의 실력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골프GTI의 내구성이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낮 12시 반부터 저녁 4시반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 최대 가속을 하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댔는데, 차는 끝까지 쌩쌩하게 달렸다. 행사가 끝났지만 타이어외에는 교체할 것이 없다고 하니 ‘오리지널 저먼’의 저력이 느껴지는 듯 했다.

◆ 서킷 공략...아드레날린이 솟아난다

오전에는 이론교육, 급브레이킹과 슬라럼을 1시간 넘게 계속 했다. 슬라럼을 하는 속도나 브레이킹을 하는 속도도 빠르긴 했지만 왜 이런걸 계속하나 싶었다. 하지만 오후에 서킷에 들어가 달려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서킷 주행에 앞서 선도차량을 추월하지 말라고 하는 말에 군데군데서 “에이~”하는 웅성거림도 들렸다. 하지만 일단 서킷에 들어서고 나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선도차량이 빨라도 너무 빨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런데도 무전기에서는 “속도를 높일테니 좀 더 바짝 쫓아오세요”라는 말이 계속됐다.

30분 가량 달린 후 잠시 쉬면서 강의를 듣고, 점차 속도를 올리는 방식이었는데 속도가 높아질 수록 신나고 짜릿한 느낌도 커졌다. 오전에 실습을 탄탄하게 해둔 덕에 빠른 속도에서도 차를 잘 다룰 수 있었고, 나중엔 직선도로와 이어진 완만한 코너에선 시속 180km 가까이 달릴 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기자가 탄 티구안은 SUV면서도 서킷 주행에도 무리가 없었다.

기자가 탄 티구안은 서킷에 가장 적당한 차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골프와 비슷한 탄탄한 주행감각이 있어서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서킷에는 대형 SUV인 투아렉도 맹렬한 속도로 달렸고, 이전 4세대 골프도 함께 달리며 여전한 성능을 뽐냈다. 모든 폭스바겐 차에는 단단하고 안전하게 잘 달린다는 공통 유전자가 담겨있는 듯 했다. 왜 폭스바겐이 자신의 차들과 오너들을 ‘패밀리’라 부르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참가자 중 한명은 “신나게 하루 종일 타서 무릎이 아플 정도”라고 말할 정도였다. 또, 그는 “처음엔 자꾸 코스를 이탈하기에 타이어 탓만 했는데, 조교들의 코칭과 실습을 통해 실력이 정말 많이 향상됐고 나중엔 정말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다”고 했다.

▲ '가장 좁은 곳에 차 집어넣기'로 기네스북 기록을 보유한 로니 백셀메르거가 한국인 스탭과 작별인사를 하며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 폭스바겐 오너가 부러워

폭스바겐코리아는 벌써 수년째 폭스바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차선 비워주기, 깜박이 켜기 등 운전자들을 위한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 본사에는 언제든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드라이빙 스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고 심지어 어린이들이 소형 장난감 차로 참여하는 코스도 있다.
▲ 120여명의 폭스바겐 패밀리가 모여 서킷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저 차를 파는게 아니라, 운전 경험을 향상시켜 운전 자체를 즐겁고 행복한 행위로 만들려는 듯 하다. 운전이 행복하면 차를 가족처럼 여기게 되고, 결국 차를 구입하고 싶어지게 된다.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다운 스케일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젠 단순히 차를 많이 파는 것을 목표로 삼을게 아니라 폭스바겐처럼 더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드라이빙 스쿨을 하나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래저래 폭스바겐 오너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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