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2일 i40를 공개하며 '왜건'이 아니라 '크로스오버 세단'이라는 분류라고 밝혔다. 도요타가 i40와 비슷한 스타일인 도요타 벤자(VENZA)나 SUV 스타일인 RX350을 모두 '크로스오버 세단'이라고 분류한 것에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가 말하는 '크로스오버 세단'들은 지상고가 높고 세단과 SUV의 중간적인 위치에 있어서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지만, i40는 한눈에 봐도 명백히 왜건이어서 크로스오버로 분류하는데 무리가 있다.

분류란 것은 사물이 어떤 것인지를 일일히 설명할 필요가 없이 대략적인 정보를 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왜건'이라는 표현 만으로 i40의 뒷부분은 네모넙적하게 생겼고 문은 해치형으로 열리고, 해치백이나 세단보다 트렁크 바닥 면적이 넓어 짐을 엄청나게 많이 실을 수 있는 실용적인 차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동시에 SUV보다 운동성능과 승차감이 우수한 차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세단'이라고 해버리면 아무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모든 특징을 일일히 설명해야 한다.

사실 마케팅 담당자들의 우려가 십분 이해 된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왜건이라 불렸던 승용차가 크게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변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민소득이 3만불에 가까워지면서 고급 레저나 캠핑 활동이 급속도로 늘었다. 주말마다 산으로 바다로, 캠핑장으로 떠나고 있는데, 그 장비가 산더미다.

아 기를 키우는데도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짐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차안에서 아이를 위태롭게 끌어 안거나, 길에 업고 다니는 일도 많았지만 요즘은 당연히 고급스런 카시트에 앉혀야 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의 대형 유모차를 태우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래선가 해치백이나 왜건이 짐차라는 인식은 서서히 사라지고 고급스런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라고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특 히 서유럽이나 일본은 소형차나 중형차는 물론 국내서 럭셔리 세단으로 팔리는 BMW 1,3,5 시리즈나 벤츠 C,E클래스도 대부분 해치백이나 왜건으로 판매되는데 국내 소비자들 상당수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은 해치백 차량인 골프나 크로스오버 티구안을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고 BMW도 크로스오버인 X1, X3, GT가 큰 인기를 거둠에 따라 120d 해치백도 가져올 예정이다. 왜건과 해치백을 주력으로 하는 푸조의 차종 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EU-FTA를 통한 관세 인하와 함께 이들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 소비자들은 일찌감치 웨건의 매력을 인식했다. SUV 차를 타던 소비자들은 세단의 불편한 트렁크에 만족하지 못한다. 세단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은 SUV의 소음진동 등 불편한 승차감이나 뒤떨어지는 운동성능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현대차 임원도 "SUV는 생애 한번쯤 타는 차지, 재구매율은 크게 떨어지는 차종"이라고 말할 정도다.

사실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는 장점과 스포티하고 정숙한 승차감, 우수한 연비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왜건은 세단과 SUV의 장점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들의 역사를 보더라도 자동차보급단계(Motorization)에서는 남들에게 뽐내기 위한 세단이 인기를 누리다 보급이 어느 정도 포화되면 점차 왜건이나 해치백 등이 인기를 끄는 순서로 발전돼 왔다. 왜건의 보급률은 그 나라 자동차 발전의 척도라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i40의 출시는 반갑고, 그 시점 또한 절묘하다. 제품력에서도 유럽차와 비교해 굉장히 우수한 수준이다. 이젠 현대차 마케팅 측도 세계 최고 수준의 '왜건'을 내놨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고 자랑스럽게 밝히는게 좋겠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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