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쿠페 3.5 터보 AWD를 시승했다. GV80 쿠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기념하는 파생형 모델로, 날렵한 쿠페형 루프라인이 특징이다. 특히 GV80은 부분변경을 거치며 소재와 구성의 고급화는 물론, 완성도를 끌어올린 점을 주목할 만 하다.

현대차는 지난 2015년 11월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를 런칭했다. '인간 중심의 진보'를 브랜드 방향성으로 규정했다. 특히 안전·편의·연결성 기반의 혁신 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을 4대 가치로 내세웠다.

브랜드 초기 2세대 제네시스(제네시스 DH)와 EQ900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4종(중형 럭셔리 세단,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의 신규 모델 추가 계획은 G70(2017년 9월), GV80(2020년 1월), G80(2020년 3월), GV70(2020년 12월)로 완성된다.

이후 전기차 GV60(2021년 9월), G90(RS4, 2021년 12월)이 출시됐으며, G70 슈팅브레이크, G80 전동화모델, GV70 전동화모델 등 파생형 모델도 선보였다. 2023년 기준 국내에서는 너무나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지만, 대부분의 모델이 이제야 만 3살이 됐다.

제네시스 GV80 쿠페는 GV80 기반의 파생형 모델이다. 활용성이 중시되는 SUV와 실용성을 양보하고 스타일을 강조한 쿠페형 스타일의 조합은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럭셔리 브랜드 중 독일계 럭셔리 브랜드에서만 생산한다.

GV80 쿠페를 기획하고 실제 시장에 출시한 점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제네시스는 오는 2026년 1분기 GV90(JG1)을 울산공장내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으로, 내연기관 제네시스 SUV로는 GV80이 플래그십이다.

GV80 페이스리프트 기반의 GV80 쿠페는 기본형 모델과 디자인을 공유하지만,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를 지녔다. 전면부 그릴의 이중 메쉬 구조와 MLA 헤드램프는 동일하나, 쿠페는 이중 크롬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전후면 범퍼 디자인이 다르고, 노출형 머플러를 사용한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세련된 분위기다. 기본형 모델도 약간의 쿠페형 실루엣을 시도했기 때문에 확연한 차이가 나지 않지만, 루프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이 우아하다. 또한 후면부에 G80 세단이 연상되는 리어램프와 새로운 면발광 디테일을 적용해 기본형과 차별화됐다.

머플러팁은 2.5 터보와 3.5 터보는 듀얼 방식이, 3.5 e-슈퍼차저에는 듀얼 트윈 스타일이 적용된다. 트렁크 공간에서는 가죽 느낌의 접이식 러기지 쉘프로 고급감을 강조했다. GV80 쿠페에는 6종의 내장 패키지와 13종의 외장 컬러가 적용되는데, 베링 블루는 쿠페 전용이다.

실내에서는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잡아둔다. 복잡한 물리형 버튼의 공조장치는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변경되고,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 디자인도 달라졌다. 기존 GV80이 고급화에만 집중했다면, 부분변경에서는 편의성도 함께 챙겼다.

시승차는 GV80 쿠페 3.5 터보 AWD 모델로 3.5리터 V6 가솔린 터보와 8단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 조합으로 최고출력 380마력(5800rpm), 최대토크 54.0kgm(1300~4500rpm)를 발휘한다. 22인치 기준 공차중량 2230kg, 국내 복합연비 7.8km/ℓ(도심 6.8, 고속 9.3)이다.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은 적절한 수준이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통합되며 시각적으로는 대시보드가 낮아져 비교적 높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시승차는 쿠페 디자인 셀렉션2가 적용된 울트라마린 블루 모노톤, 그레이 스티치, 리얼 카본이 적용된 사양이다.

시트 착좌감과 안락함은 양산차 최고 수준이다. 도어패널의 가죽마감을 비롯해 쿠페 전용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도 만족스럽다. GV70이 출시 이후 GV80의 내장 마감이 다소 부족했는데, 이제는 GV80이 앞선다. 인포 컨트롤러와 기어 다이얼의 위치는 바뀌는 것이 좋겠다.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여전히 최상급이다. 실내는 물론 외부로 전달되는 소음도 억제했다. GV80 부분변경과 쿠페에는 2세대 엔진 마운드 컨트롤 유닛(EMCU)이 새롭게 적용돼 주행 상황에 맞는 엔진 마운트 제어가 가능하다. 흡차음재 보강과 테일 게이트 차음이 개선됐다.

가속시 펀치력은 중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아쉬움이 없다. 외부와 차단된 실내에는 쿠페 전용 사양인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을 통해 가상의 엔진음을 전한다. 예전과 달리 사운드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다만 고회전에서의 출력 상승감은 독일 경쟁차 대비 밋밋하다.

엔진 셋업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초고속 영역에서는 항속하려는 성향이 다소 강해졌다. 예를 들어 150~170km/h로 항속하는 상황에서 엔진이 속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뱅앤울룹슨 사운드 옵션이 빠져있지만 로드 노이즈의 유입이 적어 아쉬움은 없었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GV80 기본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전륜 4P 브레이크, e-LSD가 기본 사양에 전용 서스펜션 튜닝이 기본 사양이나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댐퍼가 다소 단단해지며 안정감을 높이는데, 오히려 노멀 셋업에 어울린다. 

GV80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에는 415마력으로 강화된 엔진과 초반 반응성,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런치 컨트롤이 추가돼 보다 다이내믹한 주행이 기대된다.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최고속도 부근에서도 꾸준히 유지된다. 고속에서 불필요한 움직임이 상당부분 정제된 감각이다.

2열의 거주성은 쿠페형 모델임에도 기본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열 컴포트 패키지 기준 전동시트와 윙아웃 헤드레스트, 뒷좌석 목베개를 통한 안락함은 G90과 유사하나 SUV 고유의 시트포지션을 통해 일부 앞서는 모습이다. 작아진 선루프의 개방감은 다소 아쉽다.

MLA 헤드램프를 통한 야간 시인성은 크게 향상됐다. 야간 국도에서의 선별 조사시 보다 섬세한 부분 조사가 가능하고, 전방 차량을 인식하는 것도 개선됐다. 대형급 차체를 지녔지만 차체 볼륨감을 강조한 경쟁차 대비 전측방 시인성이 좋아 중형 SUV처럼 운전이 편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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