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ID.4 PRO 2023년형을 시승했다. 지난 6월부터 출고가 시작된 2023년형 ID.4는 전비를 높이고 최대 주행거리를 늘렸다. 또한 저온 주행거리 향상으로 보조금이 소폭 늘어났다. 좁은 회전반경과 넓은 트렁크 공간,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매력적인 요소다.

자동차 업계는 최근 2~3년간 다양한 배터리 전기차를 시장에 선보였다. 대용량 배터리와 고속 충전, 400km를 넘어서는 주행거리, 그리고 여유로운 실내공간은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전기차 보조금과 혜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상품성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발전했다.

폭스바겐 브랜드는 글로벌 전략 모델 ID.4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17만대를 넘어서며 유럽 전기차 중 글로벌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또한 ID.4와 함께 쿠페형 전기 SUV ID.5, 중국 전용 ID.6, 플래그십 모델 ID.7, 2세대 ID.3, ID.버즈 등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22년 9월 ID.4를 출시하며 전동화의 포문을 열였다. 출시 2주만에 초도 물량을 완판시키며 수입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르고, 전기차 관련 시상에서 3관왕을 달성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ID.4 2023년형 모델은 상품성을 보다 높였다.

2023년형 ID.4의 가장 큰 변화는 주행거리 확대다. 기존과 동일한 용량의 82kWh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적용했지만 최적화를 통해 복합 주행거리 421km(도심 451, 고속 384)로 기존 모델이 주행거리 405km(도심 426, 고속 379) 대비 향상됐는데, 실주행에서도 체감된다.

2023년형은 복합 전비에서도 4.9km/kWh(도심 5.3, 고속 4.5)로 기존 모델의 4.7km/kWh(도심 4.9, 고속 4.4) 대비 향상됐다. 이는 유사한 체급의 아이오닉5 롱레인지 2WD, 20인치 휠 모델의 4.8km/kWh(도심 5.4, 고속 4.2)와 비교해도 유사하고, 고속 효율은 오히려 앞선다.

하드웨어적인 변화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만들어진 이같은 변화가 신기할 따름이다. 실제 주행에서도 기존 ID.4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한채 컴포트 모드에서의 저속 회생제동이 일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는데, 그마저도 50km/h 이상 구간에서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ID.4 2023년형의 내외관 디자인은 연식변경 모델인 만큼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가격 조정과 함께 트림 구성이 ID.4 프로 라이트(5690만원), ID.4 프로(5990만원)으로 달라졌다. IQ 라이트, 글래스 루프, 파워 트렁크, 450W 사운드 시스템 등 프로의 가성비가 앞선다.

차체 프로포션은 세단보다는 SUV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대용량 배터리팩이 차체 하부에 위치하는 대부분의 최신 전기차가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모습인데, ID.4는 차체를 높여 SUV 범주에 포함시켰다. 제원상 수치나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차의 덩치가 크게 다가온다.

ID.4는 전장 4585mm, 전폭 1850mm, 전고 1620mm, 휠베이스 2765mm다. 유사한 크기의 아이오닉5나 EV6와 비교하면 실내 공간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EV6 보다는 넓고, 아이오닉5 대비 레그룸은 다소 작다. 1열 시트 상하 조절 범위가 커 머리 공간에서의 여유가 이점이다.

ID.4 2023년형은 최고출력 204마력(4621-8000rpm), 최대토크 31.6kgm(0-4621rpm)의 싱글 전기모터로 후륜에 구동력을 전하는 RWD 방식의 전기차다. 리튬-이온 배터리팩은 82kWh로 급속충전 135kW, 완속 11kW를 지원한다. 5~80% 급속 충전시 약 36분이 소요된다.

운전석에서의 전방과 측면 시야는 개방감이 좋다. 캡포워드 스타일에 가까운 완만한 윈드실드와 대시보드 상단의 허전할 수 있는 공간은 가죽마감 스타일과 스티칭으로 멋을 냈다. 다른 폭스바겐 라인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고급감이다. 도어포켓은 패브릭으로 마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윈드실드와 대시보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수평으로 이어진 얇은 LED 바, 운전자에게 주의나 경고를 알리는 표시등과 충전시 점등되는데, 컬러 변화와 무빙을 통해 운전자와 소통하는 느낌을 준다. S클래스의 액티브 앰비언트와 유사한 구성이다.

또한 운전자가 차량에 접근시 헤드램프가 점등되며 동그란 발광부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는데, 로봇같은 분위기를 전한다. 감성적인 부분으로 차량에 대한 특별함을 만들어주는 요소다. IQ 라이트의 시인성과 야간 주행시 매트릭스 LED의 가치는 억대 수입차를 앞선다.

시트를 가장 앞으로 당긴 상태에서도 무릎과 대시보드 하단부 사이의 공간이 여유로운 점은 충돌시 하체 보호에서도 이점이 있겠다. 실내 공간은 꽤나 여유롭고 2열 등받이의 각도도 편안한 구성이다. 특히 543리터의 트렁크 공간은 아이오닉5, EV6, GV60을 크게 앞선다.

일상주행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전한다. 독일차 특유의 단단함보다는 전기차 고유의 무거운 차체를 기반으로 요철을 누르며 달리는 여유로운 승차감을 담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특유의 뻣뻣한 섀시 감각이 적은 부분은 운전자나 승객에게는 꽤나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ID.4의 인상적인 부분은 좁은 회전반경. 휠베이스가 상대적으로 작은 점도 있지만, 스티어링 휠의 타각이 매우 크기 때문에 4차선 도로에서의 유턴도 여유가 있다. 마치 후륜조향차 감각이다. 휠베이스가 길고 회전반경이 크면 주차나 도심에서 종종 어려움이 따른다.

프로 트림의 450W 오디오 시스템은 무선 연결시에도 좋은 출력과 소리를 들려준다. 단점으로는 느린 전동 선블라이드와 유선 연결을 요구하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 단조로운 디스플레이, 리어 윈도우 버튼의 부재, 깊게 밟도록 셋업된 브레이크로 개선이 필요하다. 

굽은 길에서는 후륜구동 특유의 뒤에서 밀어주는 감각이 일품이다. 재밌는 점은 업힐에서는 전륜의 그립이 부족한데, 다운힐에서는 회두성이 좋다. OE 타이어의 횡그립은 약한 편이다. 스포츠 주행에서는 회생제동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B모드로 주행시 즐거움이 배가된다.

100% 충전시 500km를 넘어서는 주행거리와 실주행에서도 450km 전후의 주행이 가능하고, 20% 전후에서도 일정하게 줄어드는 주행거리, 그리고 비교적 좋은 고속주행시 전비의 만족감이 높다. 폭스바겐 ID.4는 전기차 입문을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좋은 선택지로 생각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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