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4도어 2023년형을 시승했다. 지프 랭글러는 2023년형 연식 변경을 통해 일부 업데이트가 진행됐는데,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다. 랭글러는 전통을 계승한 대표적인 오프로더로, 각종 아이템으로 팩토리 튜닝된 루비콘의 가치가 돋보인다. 

2023 지프 랭글러가 국내에 선보였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의례 선보이는 연식 변경 모델이지만, 지프 랭글러처럼 전통 가치를 고집하는 모델의 변화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프 랭글러는 2018년 8월 국내 출시 이후, 트림과 사양의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2023 지프 랭글러는 기존 모델의 세븐-슬럿 그릴, 키스톤 형상의 그릴 상단, 아이코닉한 원형 헤드램프, 사각 테일램프의 고유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유지됐다. 트림별로 다른 사양을 제공하지만, 랭글러 라인업의 특징적 변화로는 셀렉-스피드 컨트롤과 오프로드 플러스다.

셀렉-스피드 컨트롤(Selec-Speed Control)은 오프로드 주행 시 4-LO 모드에서 목표 속도인 1~8km/h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운전자는 스로틀이나 브레이크를 컨트롤할 필요 없이 차선에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100:1 크롤비로 장애물과 험로를 쉽게 탈출해낸다.

루비콘 모델의 오프로드 플러스(OFF ROAD+) 버튼을 누르면 현재 차량이 달리고 있는 지형을 자동 분석해 스로틀, 셀렉-스피드 컨트롤, 트랙션 제어, 변속기 모드 등 주요 시스템 조정을 통해 주행을 최적화한다. 일종의 적응형 지형 반응 시스템의 개념이 신규 도입된 셈이다.

4-HI 모드에서 오프로드 플러스 버튼을 가동하면, 더 빠른 속도로 모래 주행이 가능하도록 조절된다. 4-LO 모드에서 버튼을 누르면, 저속 록 크롤링에 맞게 운영이 변경된다. 그 밖에 블랙 색상의 3피스 하드탑, 블랙 주유구 커버 등으로 외관 디자인에 포인트를 부여했다.

실내에서는 가죽 버킷 시트와 가죽 기어 노브, 가죽 파킹 브레이크로 내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열선 스티어링 휠, 전후 센서 주차 보조, 사각 지대/후방 교행 모니터링을 제공하며, 애플 카플레이&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뒷좌석 듀얼 USB 포트를 새롭게 적용했다.

그 밖에 레드 색상의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 루비콘 전용 후드 데칼, 17인치 알루미늄 휠이 루비콘의 특징이며, 4:1 락-트랙(Rock-Trac) HD 풀타임 4WD, 트루-락(Tru-Lok) 프론트 리어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가 기본이다.

시승차는 2023 랭글러 루비콘 중에서도 전동식 오픈탑이 제공되는 파워탑 모델이다. 1열은 물론 2열까지 완전히 열리는 캔버스탑은 96km/h 이하에서 언제나 개폐가 가능한데, 주차장에 루프를 보관하기 어려운 국내와 같은 주차 환경에서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윈드실드가 운전자 머리 위까지 가려지는 일반적인 쿠페 기반의 오픈카와 달리 실내 전체가 열리는 랭글러 파워탑의 개방감은 대단하다. 필요시 루프 오픈과 함께 수동으로 리어 쿼터 윈도우를 분리할 수 있는데, 스토리지 가방을 제공해 분리 적재시 파손을 예방할 수 있다.

2023년형 랭글러 루비콘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오토 하이빔, 원격 시동, 그리고 알파인(Alpine) 프리미엄 오디오가 제공된다. 알파인 오디오에는 9개의 스피커, 서브 우퍼가 포함되며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방음 코팅 전면창이 포함된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272마력(5250rpm), 최대토크 40.8kgm(3000rp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2100kg, 복합연비 7.4km/ℓ(도심 7.0, 고속 8.1)다. 랭글러 오버랜드의 경우 1980kg, 9.0km/ℓ(도심 8.3, 고속 10.0)다.

지프 랭글러는 정통 오프로더의 외관 디자인을 보이지만, JK에서 JL로 플랫폼이 바뀌며 알루미늄을 적극 적용하고, 윈드실드 각도를 조절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여기에 아이들링 스탑이 포함된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기존 JK 대비 연료 효율성을 36% 높였다.

쩌걱하고 열리는 도어부터 분위기가 남다르다. 벤츠 지바겐의 매력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같은 부분이다. 래더 프레임 기반의 모델답게 시트포지션이 높다. 구조상 도어 암레스트보다는 창틀에 팔을 올리고 운전하기 편하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대시보드가 이제는 새롭다.

일상주행에서의 승차감은 의외로 편하다. 프레임 기반 모델이나 자잘한 요철과 과속방지턱을 넘는 동작이 매끄럽다. 미국산 픽업트럭이나 프레임 보디 SUV를 경험할 때 마다 매력적인 요소다. 올터레인 타이어는 예상과 달리 고속 영역에서도 접지력을 꾸준히 유지한다.

실내에서는 후면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있어 간혹 윈도우가 열려 있나 확인하게 된다. 분리 가능한 리어 쿼터 윈도우와 독특한 트렁크 열림 구조의 특성으로도 생각된다. 오버펜더가 강조된 오프로더의 경우 주차시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랭글러는 주차가 쉬운 편이다.

전장 4885mm, 전폭 1895mm, 전고 1850mm, 휠베이스 3010mm로 제원상으로는 크지만, 사이드미러로 인해 추가되는 공간이 없고, 펜더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예상보다 편한 운전과 주차가 가능하다. 이는 벤츠 지바겐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이다.

오프로드 주행에 대한 느낌은 지프 캠프와 같은 브랜드 행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개별 시승으로 오프로드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변수가 너무나 많다. 매년 열리는 지프 캠프에 참가하면 스웨이바가 분리된 상태에서의 지프 랭글러 루비콘의 엄청난 주파력 확인이 가능하다.

온로드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후측방 경고, 전방 추돌 경고 등 다양한 운전보조장치를 경험할 수 있다. 분위기는 고전인데 내용은 최신이다. 고속주행시 안정감도 의외로 좋은 편이다. 고속주행시 오버랜드 대비 구름 저항이 큰 만큼 연비도 다소 낮은 편이다.

2023년형 지프 랭글러 루비콘, 그 중에서도 파워탑은 타사 SUV와는 다른 고유의 매력을 지녔다. 기본적으로 터프한 외관에 고유의 험로주행성능, 여기에 소소한 업데이트를 통한 상품성 개선까지, 오픈에어링과 패밀리 SUV, 그리고 오리지널에 대한 욕망을 함께 만족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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