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캘리그래피 2.5T 2WD를 시승했다. 5세대 풀체인지 모델인 신형 싼타페(MX5)는 고급화에 주력한 모델로, 세련된 승차감과 정숙성, 그리고 향상된 실내 고급감이 인상적이다. 어두운 외장 컬러와 베이지, 브라운 등 밝은 내장 컬러 선택을 추천한다.

현대차 1세대 싼타페(SM)는 도심형 SUV를 표방하는 모노코크 기반 SUV로 2000년 처음 선보였다. 볼륨감 보디와 승용 감각의 구성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 2005년 2세대(CM), 2012년 3세대(DM), 2018년 4세대(TM), 2023년 5세대(MX5)로 5.5년 주기로 진화했다.

현대차는 2013년 3세대 싼타페를 기반으로 3열 롱보디 모델, 맥스크루즈를 출시했는데, 기아에서는 2014년 싼타페 대비 차체를 키운 3세대 쏘렌토(UM)를 선보여 차별화했다. 5세대 싼타페는 전장을 늘리고 3열 공간을 확대해, 이제는 쏘렌토와 싼타페의 역할이 뒤바뀌었다.

신형 싼타페(MX5)와 쏘렌토 부분변경(MQ4 PE)은 파워트레인 구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2.5리터 가솔린 터보와 8단 DCT 변속기 조합,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와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은 동일하나, 쏘렌토에서 유지된 2.2리터 디젤 엔진이 신형 싼타페에서는 단종됐다.

5세대 싼타페의 외관 디자인은 지금까지 선보였던 국산 SUV와는 다른 모습이다. 후면부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뒤부터 디자인하는 '백 투 프런트(Back to Front)' 과정을 거쳤다. 공간을 먼저 확보하고 디자인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개구부가 넓은 트렁크 공간이 만들어졌다.

신형 싼타페의 덩치는 사진에서 전달되는 것보다는 크지 않다. 전장 4830mm(+15), 전폭 1900mm, 전고 1730mm(루프랙 제외, +35), 휠베이스 2815mm로 신형 쏘렌토 대비 전폭과 휠베이스는 동일하고, 전장과 전고가 크다. 전고의 차이는 그린하우스 면적 차이에 가깝다.

오히려 신형 싼타페가 낮고 와이드해 보이는데, 기존 모델에서 3세대 쏘렌토(UM)의 덩치가 컸지만 4세대 싼타페(TM) 대비 전고가 낮고 길어보였던 것과 유사한 차이다. 신형 싼타페는 상대적으로 A필러가 뒤로 이동한 형태로 후륜구동 기반 모델처럼 프로포션을 만들어냈다.

신형 싼타페의 면을 강조한 디자인과 다른 소재와 컬러를 조합한 구성은 꽤나 고급스럽다. 이제는 보급형 브랜드를 넘어서 준프리미엄 브랜드를 겨냥한 모습이다. 후면부 리어램프의 위치는 디자인 완성도상 좋은 부분이나, 정차시 뒤에서는 방향지시등이 보이지 않는다.

내외관 곳곳의 H 형상은 광적으로 집착했다. 현대자동차 설립일인 1967년이나 현대차 생산공장 건설과 증권거래소 상장, 포니 콘셉트카 공개 등 상징적인 일이 1974년이 아닌 1973년이었다면, 현대차 60주년 모델로 불릴만한 구성이다. 대략 살펴봐도 H가 20개가 넘는다.

실내 고급감은 아주 인상적인데, 대시보드 상단과 도어패널의 가죽스타일 마감과 오픈포어 스타일의 우드 인레이, 헤어라인이 포함된 금속 장식은 플라스틱 성형체라고 생각되지 않을만큼 완성도가 높다. 대시보드의 디자인과 디테일, 고급감은 오히려 제네시스를 앞선다.

파워트레인은 2.5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8단 DCT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kgm를 발휘한다. 시승차는 2WD 6인승 사양으로 공차중량 1905kg, 국내 복합연비 10.0km/ℓ(도심 8.8, 고속 12.0), AWD는 복합 9.4km/ℓ(도심 8.2, 고속 11.3)다.     

신형 싼타페의 시트포지션은 가장 낮은 포지션 기준 정통 SUV보다는 크로스오버 감각이 전달된다. 인위적으로 높은 포지션을 강요하지 않아 다양한 운전 자세를 지원한다. 시트플러스 선택시 추가되는 레그레스트가 운전시 종아리에 닿지 않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정차시나 주행시 실내 정숙성은 우수하다. 풍절음은 물론 바닥 소음 유입도 적은 편이다. 다만 물웅덩이를 지날때 전륜 휠하우스 방음은 떨어진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보스 사운드는 기대보다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무선 연결시 음질은 제네시스의 렉시콘과 큰 차이가 없다.

일상주행에서의 중저속 승차감은 싼타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중 밸브 댐퍼와 하이드로 부시의 적용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아주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팰리세이드가 부분변경시 보여준 승차감 변화와 유사한데, 완성도는 오히려 싼타페 쪽이 앞서는 감각이다.

이같은 승차감은 100km/h 전후의 주행에서도 이어지는데, 부드럽지만 기본적으로 탄탄함이 바탕에 깔여있다. 최고속도까지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는 움직임이 줄어들고 다소 단단한 주행감각이 전달된다. 가변형 서스펜션이 없는 차량에서는 이상적인 수준의 셋업이다.

서스펜션 셋업이 허점을 보이는 구간은 중저속에서 빠르고 날카로운 요철이 반복되는 노면이 불량한 구간을 50km/h 내외로 이동하는 상황인데, 여기서는 승차감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상황까지 만족하려면 제네시스급 하체 구성과 가변형 서스펜션이 더해져야 가능하다.

신형 싼타페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2.5 터보와 8단 DCT의 조합은 해당 차급에서는 오버스펙에 가깝다. 쏘나타의 고성능 모델, N라인과 동일한 구성으로 싼타페의 공차중량이 약 300kg 무겁다. 현대차그룹의 라인업에서 2.5 터보 엔진은 가격대비 성능이 가장 우수한 유닛이다.

풀가속 초반 멈칫하는 점이나 정지에서 풀가속시 휠 스핀을 발생시키는 것을 제외하면, 가속이 시작된 이후에는 최고속도까지 거침없이 속도를 높여간다. 신형 싼타페 2.5T의 최고속도는 6단에서 220km/h를 마크한다. 고속영역에서의 안정감도 동급에서는 우수한 편이다.

HDA2 적용 모델 기준 조향보조 기능도 강화됐다. 기존 버전이 곡선로가 시작된 이후 조향이 개입한다면, 이제는 곡선로 진입과 동시에 조향이 시작된다. 자유로 전 구간을 운전보조기능을 통해 주행할 수 있다. 정전식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로 불필요한 조향이 필요 없다.

신형 싼타페는 현대차가 간혹 출시하는 큰 변화를 담은 모델이다. 디자인과 고급감, 상품 구성에서 제네시스에서 가져온 신기술을 다양하게 담았다. 팰리세이드급 공간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는 실내공간을 가졌지만, 프리미엄급 SUV를 원한다면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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